1260H 리스트, 투자 제재 발판으로 기능…텐센트 주가 반등이 시장 경계심 무뎌지게 해
11월 미·중 무역 휴전 종료 시 제재 수위 급상승 가능성…CXMT·YMTC 메모리 도입 변수로 부상
11월 미·중 무역 휴전 종료 시 제재 수위 급상승 가능성…CXMT·YMTC 메모리 도입 변수로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외교협회(CFR) 지경학 선임연구원 조너선 힐먼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배런스에 기고한 글에서 "시장이 이번 지정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구체적 전례와 함께 제시했다.
국방부 1260H 명단 등재…주가 2% 하락, 시장 반응 '미온'
미 국방부는 지난 14일 중국 군사 기업 관리 명단인 '1260H 리스트'에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추가했다. 1260H 리스트는 중국 군사·안보 기관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거나 지원한다고 미 정부가 판단한 기업들의 공식 목록이다. 국방부는 명단을 공개한 직후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해 시장 혼선을 키웠다.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와 바이두 주가는 발표 당일 각각 2% 미만 하락에 그쳤다. 힐먼 연구원은 이 같은 시장 반응을 두고 "1년 전 텐센트 사례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라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2025년 초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주가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 성장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방부 지정이 오히려 베이징 당국의 지원과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를 유도해 반사이익이 생긴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힐먼 연구원은 "이번 알리바바·바이두 건은 텐센트와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미 백악관은 알리바바가 중국 군사·안보 기관에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고, 민감한 고객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며, 악용 가능한 기술 취약점을 노출시켰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의회에서는 바이두가 중국 핵무기 개발 관련 제재 기업으로부터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구매하고, 중국 국방 연구기관과 인공지능(AI) 및 양자 기술 분야에서 협력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1260H 리스트, '경고 딱지'에서 '제재 발판'으로
힐먼 연구원이 주목하는 핵심은 1260H 명단의 누적 기능이다. 이 명단 자체는 직접적인 투자 금지 효력이 없다. 미 재무부가 공식 제재를 결정해야 투자 제한이 발동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재 이 단계까지 나아갈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베선트 장관이 직접 중재한 미·중 무역 휴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자극할 유인이 크지 않다.
그러나 힐먼 연구원은 "1260H 명단은 기관들이 추가 제재 조치를 논의할 때 적신호 노릇을 하고 증거 축적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정치적 압박이 높아질 때 이 명단이 실질적 제재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후반부가 그 전례다. 당시 국가 안보 판단, 교착된 무역 협상, 국내 정치 압박이 맞물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차이나텔레콤(China Telecom),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서 퇴출하고 미국인 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해당 조치 전후로 세 회사의 시가총액은 합산 400억 달러(약 57조 원) 이상 증발했다.
11월 무역 휴전 종료가 분수령
힐먼 연구원은 현재의 미·중 무역 휴전이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이 합의는 오는 11월까지 유효하지만,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공격 등 구조적 갈등 요인을 해소하지 못했다. 힐먼 연구원은 "의미 있는 진전 없이 11월이 오면 협상 결렬이 지속 가능한 합의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강경 조치를 과시할 정치적 유인이 커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힐먼 연구원은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첨단 AI 도구 등의 형태로 중국군을 지원하는 기업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자산운용사들은 자신들의 고객에게 이 문제를 설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도 1260H 변수…애플·델·HP 공급처 전환 추진
이번 1260H 리스트 확대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AI 수요 폭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범용 D램·낸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닛케이아시아 등 주요 외신은 최근 보도에서 델(Dell)과 HP가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D램 도입 검증에 착수했고, 애플(Apple)도 CXMT와 창장메모리(YMTC)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창장메모리는 이미 2022년부터 미국 수출통제 목록에 올라 있고, 창신메모리는 1260H 조항 규제 대상이다. 힐먼 연구원이 경고한 1260H 리스트의 '제재 발판' 기능이 메모리 공급망 재편과 맞물릴 경우,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급처 전환 전략에도 직접적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