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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부족 쇼크’, 亞 석유화학 강타… 中, 이란 전쟁 속 독점적 우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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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부족 쇼크’, 亞 석유화학 강타… 中, 이란 전쟁 속 독점적 우위 확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한·일·베트남 에틸렌 공장 줄도산 및 가동 중단 화염
러시아산 원유 확보·석탄 화학 다각화 성공한 中, 가혹한 공급망 위기 홀로 비껴가
나프타 가격 30% 체증 지속 시 저가 공세 中이 亞 석유화학 시장 통째로 집어삼킬 것
일본 기업들은 주로 치바현 도쿄만을 따라 늘어선 대형 단지에서 나프타를 이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기업들은 주로 치바현 도쿄만을 따라 늘어선 대형 단지에서 나프타를 이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사진=로이터
장기화되는 중동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이른바 ‘나프타 부족(Naphtha Shortage) 쇼크’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석유화학 산업의 가치사슬을 강타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수입길이 막히며 한·일 양국의 공장들이 도미노 가동 중단에 직면한 반면, 공급망 다각화와 대안 원료를 확보한 중국만은 독점적 우위를 다지며 전 세계 석유화학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킬 태세다.

1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 조치는 중동발 나프타 수입에 전적으로 저당 잡혀 있던 아시아 석유화학 산업의 치명적인 안보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통계 기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의 80% 이상이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고 있어, 이번 지정학적 봉쇄의 직격탄은 아시아 경제권으로 집중됐다.
백종훈 한국화학산업협회 임시 회장(금호석유화학 대표)은 지난달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아시아석유화학산업컨퍼런스(APIC) 연설을 통해 "최근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아시아 석유화학 전반의 구조적 파탄을 드러낸 전례 없는 안보 위기"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플라스틱·반도체 잉크 원료 ‘나프타’ 고갈… 한·일 에틸렌 공장 줄폐쇄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며 플라스틱, 합성고무, 산업용 잉크, 가전 및 자동차 부품용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데 절대적인 필수 원료다. 그러나 중동발 나프타 공급망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일본은 도쿄만을 중심으로 늘어선 대형 단지 내 에틸렌 공장들의 가동을 전격 중단했으며, 한국과 베트남의 핵심 석유화학 공장들 역시 버티지 못하고 빗장을 걸어 잠갔다.

이들 국가는 중동 외 지역에서 나프타를 대체 조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마진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세계 최대의 화학 제품 생산 능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가혹한 덫에서 홀로 비껴가 경제 안보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러시아산 원유를 파격적인 단가에 직수입하는 공급망 안보 펜스를 쳤을 뿐만 아니라, 원유 정제 나프타 외에도 천연가스와 자국 내 풍부한 석탄에서 유래한 ‘에탄’을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고도의 다각화(석탄 화학 체인)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 화학 대기업들은 중동발 공급 쇼크 속에서도 공장을 풀가동하며 전 세계에 화학물질을 중단 없이 쏟아내고 있다.

중동 외 지역산 나프타의 국제 가격은 분쟁 직후 한때 평시 대비 두 배(100%)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다소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30% 이상 비싼 가혹한 단가 체증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오일쇼크 기류가 장기화될 경우, 이미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화학 제품이 아시아 시장의 지배력을 독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일본 화학 기업의 고위 임원은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회복 불능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경계했다.

저가 중국산 공습에 원자재 쇼크 ‘이중 타격’… 태국·한국 사업 통합 강수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는 분쟁 전부터 이미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과잉 생산 공세로 가혹한 수익성 하락과 불황의 늪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백종훈 회장은 현 위기를 산업의 명줄을 죄는 치명적인 ‘이중 타격’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사업 체인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보다 생산 캐파가 큰 한국은 정부 주도 아래 대형 에틸렌 공장 간의 전격적인 빅딜 및 통합을 추진 중이다.

태국 역시 국영 석유 회사 PTT와 최대 소재 제조업체 시암 시멘트 그룹(SCG)이 지난 4월 기초 화학 및 범용 플라스틱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는 통합 카르텔 모색을 공식 공시했다.

토아사폰 부야피팟 태국석유화학산업협회 회장은 "부진한 마진과 가혹한 시장 환경 속에서 업계는 이미 고부가가치 특수 제품(스페셜티) 비중 확대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었으나, 최근의 혼란이 그 전환 속도를 극도로 긴박하게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주도 ‘POWERR Asia’ 동맹 출범… “한·일 간 위험 분산 탐색 시급”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과잉 생산 장벽을 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자원 공급망 협력을 위한 아시아 국가 간의 거대 연합 제안인 ‘POWERR Asia’ 카르텔 구축을 주도하고 나섰다.

차오 민 대만석유화학 회장(대만산업협회 회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위기가 겹친 격동의 시대에 아시아 진영 간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대 필수"라며 "동맹의 연합된 힘만이 도전을 마진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힘을 보탰다.

일본 석유화학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구도 고시로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 회장은 국내 수요 감소에 맞춘 선제적 감산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예측 불허의 오일 쇼크에 대응할 확실한 안보 완충 장치(버퍼) 수립을 촉구했다.

구도 회장은 동일한 덫에 걸린 아시아 경제권이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는 상호 보완적 자원 교환 프레임워크가 절실하다고 판단하며,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한국 석유화학 진영과의 긴밀한 나프타 스왑(교환) 및 위험 분산 네트워크를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강력하고 의미 있는 통상 해자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자강론을 피력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