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4조 원대 투입해 'AI 인덱스' 구축... 실리콘밸리 자본 패권 중동으로 급속 이동
40억 달러 인프라 장악에 K- 반도체 수주 지형도 격변...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의 실세 등장
40억 달러 인프라 장악에 K- 반도체 수주 지형도 격변... '포스트 엔비디아' 시대의 실세 등장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각) 아부다비 정부가 뒷받침하는 MGX가 해마다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5100억 원)를 투입해 운용자산(AUM) 1000억 달러(약 145조1000억 원) 규모의 AI 전용 펀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말 챗GPT 열풍 직후 설립된 이 펀드는 불과 2년 만에 세계 AI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AI부터 xAI까지 '싹쓸이'... 거부할 수 없는 중동 자본의 힘
MGX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특정 기업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벤처캐피털(VC)과 달리, 이들은 시장의 승자를 미리 점찍기보다 시장 전체를 소유하는 '인덱스 펀드' 전략을 취한다.
알리 오스만 MGX 투자총괄은 블룸버그와 진행한 첫 심층 인터뷰에서 "생성형 AI 시장이 5년 안에 7000억 달러(약 101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공격적 투자의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MGX는 최근 앤트로픽의 최신 투자 라운드에 공동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데 이어, 샘 올트먼의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xAI 지분까지 모두 확보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내에서도 흔치 않은 '투자 해트트릭'으로 꼽힌다. 오스만 총괄은 "오픈AI는 소비자 시장, 앤트로픽은 기업용 시장, xAI는 로봇 공학 분야에서 각각 강점이 있다"며 "전체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 이들의 경쟁이 서로의 몫을 뺏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58조 원 규모 데이터센터 장악... 반도체 '하방 경직성' 확보
MGX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AI 구동의 핵심인 하드웨어 인프라에도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블랙록과 손잡고 40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의 '얼라이드 데이터센터(Aligned Data Centers)' 인수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실버레이크와 함께 칩 제조사 알테라(Altera) 거래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전방위적 투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기회로 작용한다. 중동 자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은 곧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서버용 반도체의 대량 발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콧 MGX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우리는 칩 제조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AI 모델 개발까지 이어지는 '전체 스택'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며 "어디로 공이 굴러가는지(Where the puck is going)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동의 현금이 한국 반도체 섹터에 강력한 수요 지지선(하방 경직성)을 제공한다는 시장의 평가를 뒷받침한다.
제2의 '비전펀드' 우려 넘나... "위험 관리된 공격적 베팅"
일각에서는 10년 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겪었던 실패를 우려하기도 한다. 당시 중동 자본은 위워크 등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MGX 경영진은 이번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스콧 CSO는 "우리는 투기적인 곳에는 발을 들이지 않으며 지리적·자산별로 철저히 분산된 위험 관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MGX는 변동성이 큰 AI 응용 앱이나 양자 컴퓨팅, 로봇 공학 분야는 피하고,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춘 인프라와 거대언어모델(LLM)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영향력은 정치적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MGX의 의장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 나얀은 아부다비의 막강한 실권자로, 지난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1조4000억 달러(약 20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이러한 밀착 행보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첨단 AI 칩을 우선 공급받는 발판이 되고 있다.
윈스턴 마 뉴욕대 법과대학원 겸임교수는 "MGX는 단순히 자산을 배분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을 육성하는 가장 정교한 투자자"라며 "이들의 과감한 투자가 글로벌 기술 지형에 장기적인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오일머니의 습격은 한국 기업들에 양날의 검이다. 거대 수요처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나, 자본력을 앞세운 그들이 공급망의 상단을 장악할수록 한국의 협상력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기술력 못지않게 이들 '큰손'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노릇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