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밤 비전, 문자 인식 정확도 84.3%… 제미나이 3 프로(80.2%)·챗GPT(69.8%) 동시 제압
구글 150억 달러 인도 데이터센터 투자… '소수 빅테크 독점' AI 판 흔들린다
구글 150억 달러 인도 데이터센터 투자… '소수 빅테크 독점' AI 판 흔들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이 두 사건이 겹친 '인도 AI 임팩트 서밋 2026'은 오픈AI·구글·앤트로픽의 3강 구도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크크런치가 같은 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미나이 3.1 프로는 AI 스타트업 머서(Mercor)가 운영하는 'APEX-에이전트' 리더보드와 독립 평가지수 '휴머니티스 라스트 이그잼(Humanity's Last Exam)'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머서 CEO 브렌던 푸디는 "에이전트들이 실제 지식 작업에서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84.3% 대 80.2%—단 4%포인트의 의미
사르밤이 공개한 수치는 작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 회사의 비전 모델 '사르밤 비전(Sarvam Vision)'은 실무 문서 이해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 평가지수 'olmOCR-벤치'에서 정확도 84.3%를 기록했다. 구글 제미나이 3 프로는 80.2%, 오픈AI 챗GPT-5.2는 69.8%였다.
여기서 이 평가지수가 무엇인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광학 문자 인식(OCR)'이란 스마트폰 카메라로 서류를 찍었을 때 AI가 글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를 뜻한다. 힌디어·타밀어·벵골어처럼 영어와 전혀 다른 문자 구조를 가진 언어들, 표와 그래프가 섞인 복잡한 서류, 그리고 비영어권 특유의 페이지 배열에서 구글과 오픈AI 모델이 흔들릴 때 사르밤은 강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사르밤이 복잡한 레이아웃과 비(非)라틴 문자 처리 영역에서 글로벌 모델들보다 단어 단위 정확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사르밤 AI 공동 창업자 겸 CEO 프라탁야시 쿠마르는 서밋 현장에서 "사르밤 105B 모델은 구글 제미나이 2.5 플래시보다 저렴하면서도 인도어 벤치마크에서 이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모델명의 '105B'는 매개변수 1050억 개를 뜻한다. 매개변수는 AI 모델이 언어를 배울 때 조정하는 수치인데,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것을 학습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모델의 크기는 중국 딥시크 R1(6000억 매개변수)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인도 현지 데이터만으로 처음부터 독자 훈련한 결과물이다.
인도 의회 상원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사르밤 AI는 인도 정부의 AI 지원 사업인 '인디아AI 미션(IndiaAI Mission)'으로부터 246.72 크로어 루피(약 394억 원)에 해당하는 컴퓨팅 자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현금이 아닌 엔비디아 H100 GPU 접근권 형태로 제공됐다. AI 모델 훈련에는 고성능 GPU가 필수인데, 구입비용이 워낙 비싸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었던 것을 정부가 해결해 준 셈이다.
구글의 역설—경쟁자를 키우는 150억 달러
역설적이게도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같은 서밋에서 인도 아다니 그룹과 손잡고 비사카파트남에 150억 달러(약 21조 74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피차이는 "인도는 더 이상 단순한 AI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이 시설이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를 위한 '주권 AI(Sovereign AI)' 공급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달리 보면 사르밤 같은 경쟁자가 더 많아질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구글 스스로 짓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디 인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AI가 소수 억만장자의 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앞줄에 앉은 실리콘밸리 CEO들은 공개석상에서 직격을 받은 셈이 됐다.
범용 거대 모델이 모든 언어를 잘 다루겠다고 달려드는 동안, 특정 언어와 문화에만 집중한 소형 모델이 그 틈을 파고드는 구도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수치로 입증됐다. AI 업계에서는 이를 '탈실리콘밸리(Post-Silicon Valley)' 시대의 시작으로 읽는 시각이 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