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저비용·무제한 사용으로 개발자 이탈 유도…미국 빅테크 '규제 역풍'을 기회로 역전
영상·코딩·에이전트 전 영역서 동시 공세…"중국 AI, 제품 완성도에서 미국 추월 시작됐다"
영상·코딩·에이전트 전 영역서 동시 공세…"중국 AI, 제품 완성도에서 미국 추월 시작됐다"
이미지 확대보기'딥시크 쇼크' 1년 만에 중국 AI 기업들이 영상·코딩·AI 에이전트 전 분야에서 동시 공세에 나서며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최근 사용량 제한과 통제를 강화한 틈을 중국 기업들이 정교하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감독처럼 찍어라"…할리우드 발칵 뒤집은 시댄스 2.0
바이트댄스(字節跳動)는 지난 14일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을 공개했다. 여러 장면을 잇고 카메라 각도를 마음대로 전환하며 음향 효과까지 자동 생성하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영화감독 자장커가 AI로 재현된 자신과 만나 예술과 시대를 두고 해학적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퍼지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머신러닝 플랫폼 허깅페이스 엔지니어 티에전 왕은 "시댄스는 이용자가 감독처럼 촬영 각도, 배우의 위치, 음향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며 "AI 영상 분야의 딥시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면 전환이나 다중 인물 처리 등 기존 모델이 어려워했던 영역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는 즉각 반응했다. 미국 영화협회(MPA)는 이용자들이 스튜디오 저작권을 무단 도용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바이트댄스에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바이트댄스는 "지식재산권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의 대표 AI 챗봇 더우바오(豆包)도 춘절 하루 전인 지난 14일 2.0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시장조사업체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더우바오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억 5,500만 명으로 중국 AI 챗봇 앱 1위를 지키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더우바오 2.0 프로 버전이 오픈AI의 GPT-5.2 수준의 추론 성능을 내면서 사용 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30억 위안 보조금에 버블티 폭풍…알리바바·문샷도 가세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이번 주 최신 모델 '첸(Qwen) 3.5'를 내놓으면서 자사 AI 앱 '첸'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용자에게 30억 위안(약 63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버블티 등 무료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참여 매장들이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텐센트(騰訊)와 바이두(百度)도 자사 AI 앱에서 무료 증정 행사를 벌였다.
알리바바 첸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다. 알리바바는 오는 상반기까지 전자상거래, 여행 예약, 결제 서비스를 첸 앱에 통합하는 것을 내부 목표로 잡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첸 3.5는 복잡한 업무를 최소한의 사람 개입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자를 겨냥한 모델이다. 알리바바는 2023년 이후 오픈소스 모델만 400개 이상 공개했다.
딥시크도 다시 한번 등판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월 R1 공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딥시크는 최근 컨텍스트 윈도(대화 기억 용량)를 기존 12만 8,000토큰에서 100만 토큰으로 대폭 늘리는 조용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AI 커뮤니티에서는 후속 모델 V4의 벤치마크 추정 데이터가 유출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최전선, 중국은 제품"…개발자 생태계 쟁탈전
이번 공세의 밑바탕에는 명확한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AI 연구원 리트윅 굽타는 "중국 AI 기업들은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유용한 모델을 만드는 능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미국 기업들이 최전선 기술 경쟁을 우선시한다면, 중국 기업들은 AI를 제품 개발 도구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발자들은 자유를 원한다. 어떤 AI 업체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특정 방식으로만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 임원도 FT에 "이용자들이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을 고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도 최근 "딥시크 등 중국 AI 모델이 미국·서방 기술 수준보다 몇 달 정도 뒤처진 수준일 수 있다"면서도 "1~2년 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고 인정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는 AI 인프라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방·저비용·무제한 사용이라는 세 가지 무기를 앞세운 중국의 전략은 개발자 생태계에서 실질적 균열을 만들고 있다.
이번 중국 AI 대공세는 한국 AI 산업에도 직접적 파장을 미친다. 국내서도 오픈소스 AI 모델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과 기술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AI의 저비용·오픈 전략이 AI 반도체 시장 다변화와 스타트업 성장 기회를 동시에 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딥시크의 보안 논란처럼 데이터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