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에 눌린 '글로벌 사우스' 한계... 샘 올트먼·젠슨 황 등 거물급 불참, ‘반쪽 행사’
국가 주도 거버넌스 제안, 미국 정부와 빅테크가 “중앙 통제” 이유로 정면 거부
국가 주도 거버넌스 제안, 미국 정부와 빅테크가 “중앙 통제” 이유로 정면 거부
이미지 확대보기인도는 최근 자국에서 주최한 ‘글로벌 AI 서밋(Global AI Summit)’을 통해 미·중 중심의 독점적 구도를 깨고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는 AI 규범을 정립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들의 완강한 거부권 행사에 부딪혀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인도가 2270억 달러(약 328조 원)라는 막대한 투자 약속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핵심 기술 자산인 ‘오픈소스’ 공개 요구는 묵살당하는 등 전략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공유는 없다”... 모디 총리의 ‘AI 민주화’ 외침 무너뜨린 미·중의 기술 이기주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AI는 전 세계가 공유할 때만 진정한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오픈AI와 구글 등 선도 기업들을 향해 보건·교육·농업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한 기술 공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우선 미국 정부는 냉담했다. 마이클 크라츠오스 전 백악관 최고기술정책관은 “AI 채택이 관료주의와 중앙 통제의 대상이 된다면 밝은 미래는 없다”며 인도가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을 사실상 일축했다.
합의도 유명무실했다. 인도는 강제 규제 대신 기업들이 사용 데이터와 다국어 모델 효율성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한다는 수준의 낮은 단계의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글로벌 시장이 ‘리스크 관리’보다는 ‘속도 경쟁’과 ‘규제 완화’로 급격히 쏠리고 있어, 인도의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328조원 쏟아붓는 데이터센터, 하지만 ‘두뇌’와 ‘운영’은 부실
인도는 이번 행사에서 총 2270억 달러(약 328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대부분은 AI 시대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3000억 달러(약 434조 원) 규모에 달하는 인도의 기존 IT 서비스 산업이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선제적 대응이다.
인도의 AI 굴기는 기술 자본과 하드웨어를 쥔 미국과 중국의 견고한 카르텔 앞에서 ‘시장성’이라는 카드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입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인도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 추켜세우면서도 정작 핵심 기술 전수에는 선을 긋는 모습은 기술 패권 시대의 냉혹한 단면을 보여준다. 앞으로 인도가 단순히 데이터센터 기지를 넘어 진정한 AI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외부 자본 유치에 앞서 자국 내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자립과 규제 외교 전략의 전면적인 재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AI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
“기술 종속 피하려면 ‘K-인프라’ 자립과 ‘규제 유연성’ 조화가 핵심”이다.
인도의 사례는 풍부한 인적 자원과 거대한 시장을 보유했더라도, 핵심 컴퓨팅 자산과 거대언어모델(LLM)을 장악하지 못하면 결국 빅테크의 ‘테스트베드’나 ‘기지’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한국 또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의 LLM 경쟁력을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규제 흐름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인도가 겪은 인프라 병목 현상을 타산지석 삼아,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는 ‘AI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