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주도 ‘칠레-중국 익스프레스’ 정조준… 고위 관리 비자 제한이라는 초강수
안보 내세운 미국의 동맹 압박, 남미판 ‘디지털 영토 분절화’ 시발점
해저케이블 교차로인 한국, ‘신뢰 기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해야
안보 내세운 미국의 동맹 압박, 남미판 ‘디지털 영토 분절화’ 시발점
해저케이블 교차로인 한국, ‘신뢰 기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칠레 매체 비오비오칠레(BioBioChile)의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프라 경쟁을 넘어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남미판 '디지털 철의 장벽'이 세워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비자 취소’ 정조준한 미국… 칠레 “자율국가 주권 침해” 정면 반박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칠레 정부 관리들이 핵심 통신 인프라를 위협하고 지역 안보를 약화하는 활동을 지시하고 승인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의 통신 장비나 해저케이블이 남미 대륙에 뿌리 내리는 것을 미국의 안보적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다.
이에 대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스터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압박을 일축했다. 그는 "칠레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자율국가다."라고 주권 수호 선언을 하면서 "칠레는 자국은 물론 타국의 안보를 해치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안보 위협을 부인하고 "사전 통보 없는 공개적 비자 제한은 역사적 전략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외교적 결례를 지적했다.
‘칠레-중국 익스프레스’ vs ‘구글 훔볼트’… 데이터 영토 분열의 서막
이번 갈등의 발단은 칠레와 중국을 직접 연결하려는 ‘칠레-중국 익스프레스(Chile-China Express)’ 프로젝트다. 미국은 이 사업이 중국의 정보 탈취 통로가 될 것이라 우려하는 반면, 칠레는 데이터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과 협력 중인 기존 사업 외에 추가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처지다.
칠레는 이미 구글(Google)과 협력해 추진 중인 '훔볼트 케이블(Cable Humboldt)' 프로젝트가 있지만, 추가적인 데이터 고속도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훔볼트 케이블은 길이가 약 1만 4800km(칠레~호주 연결), 수명은 25년, 데이터 전송 용량은 초당 144테라바이트(TB) 제원을 갖추고 있다. 완공 목표는 오는 2027년이다.
미국은 훔볼트 케이블이 이미 호주를 거쳐 아시아와 연결되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운영하는 별도 노선을 구축하는 것은 "정보의 무결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분절화되는 해양 영토, 한국도 경계해야
미국이 비자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해저케이블을 단순한 통신 수단이 아닌, 데이터 주권이 오가는 '신(新)영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칠레가 중국 자본을 끝내 수용할 경우, 향후 미·칠레 간 정보 공유 체계에서 칠레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추가적인 금융 제재를 가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이러한 양상은 중국과 해양 경계가 맞닿아 있고, 미·중 데이터 경로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한국에 엄중한 인식을 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제 인프라 구축의 기준은 기술적 효율성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여부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한국 역시 중국이 서해안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해저케이블 부설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미·중 간 기술 표준 충돌과 안보 요구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특정국에 편중되지 않은 독자적인 해저 망 경로를 확보하고, 국제적인 데이터 보안 표준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디지털 고립'을 막는 전략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