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연구소 소장 "소유구조·경영전략 근본 재편 불가피"…포르쉐 영업이익 95.7% 급감·일자리 12만 개 소멸이 증거
현대차·기아, 폭스바겐과 격차 3년 새 33만 대 줄여…독일차 위기가 열어주는 판도 변화
현대차·기아, 폭스바겐과 격차 3년 새 33만 대 줄여…독일차 위기가 열어주는 판도 변화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 소장 모리츠 슐라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의 일요일 정치토크쇼에 출연해 "지금 구조대로라면 이 세 브랜드는 2020년대 말까지 현재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에코티시아스(Ecoticias)가 보도했다.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이라는 산업 대전환이 100년 내연기관 강자들의 존재 방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로고는 살아남고, 주인이 바뀐다
슐라릭 소장은 독일 3사가 도로에서 사라진다고 예단한 것이 아니다. 그가 정조준한 것은 브랜드 뒤에 작동하는 소유구조와 경영 전략의 해체다. 그는 스웨덴 볼보(Volvo Cars)가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Geely)에 인수된 뒤 전동화·안전 기술 분야에서 완전히 탈바꿈한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독일 3사에도 중국·미국 등 외부 자본이 핵심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핵심이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기술, 에너지 효율, 디지털 통합 시스템이 경쟁의 중심이 된 지금, 독일 업체들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기술에서 또다시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슐라릭 소장은 킬연구소가 세계화·무역·구조 전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 대표 싱크탱크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비관론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연구소는 독일 연방정부 정책 결정에도 직접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수치로 읽는 위기의 깊이
슐라릭 소장의 경고는 현실 데이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쉐는 영업이익이 95.7% 급감했다. 배터리 자회사 청산 등 일회성 비용이 겹친 탓에 지난해 3분기에만 9억 7,000만 유로(약 1조 6,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룹 전체에 쌓인 포르쉐 관련 추가 비용은 47억 유로(약 7조 9700억 원)에 달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 전체로 보면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 12만 개가 사라졌다. 부품업체들의 타격이 특히 컸다. 폭스바겐은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문을 닫았다. 드레스덴 공장이 지난해 12월 폐쇄됐고, 오스나브뤼크 공장도 2027년까지 생산을 멈춰 독일 내 연간 생산능력이 73만 4,000대 줄어들 예정이다. 폭스바겐 노사는 강제 해고 대신 퇴직 프로그램 방식으로 3만 5,000개 이상 일자리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3만 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공식화했고, 아우디는 독일 내 직원의 15%인 7,50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번스타인 증권의 스비튼 라이트먼 애널리스트는 "내연기관차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추가 신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황당한 예측"…업계와 정치권의 반격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 힐데가르트 뮐러는 슐라릭 소장의 전망을 "황당한 예측"이라 일축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높은 에너지 비용과 국내 정책 실패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 젬 외즈데미르도 산업계의 전환 능력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중국 투자자가 메르세데스-벤츠를 통째로 가져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모든 관계자가 제 역할을 다한다면 전환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신형 소형 세단 CLA가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반전 가능성도 감지된다. 폭스바겐도 2025년 독일 내 신차 시장점유율 19.6%로 자국 1위를 지켰고, 전기차 ID.7은 유럽 전역에서 133.9% 성장을 기록했다.
슐라릭 소장은 브랜드 이름이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작동하는 소유구조와 전략의 지도가 조용히 다시 그려질 것임을 경고한다. "지금 십대 청소년들이 처음 차를 살 나이가 됐을 때,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이름은 남아 있겠지만 그 회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이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쟁은 독일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국가의 결정에 따라갈 것인지를 묻는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ARD 방송은 전했다.
독일차 흔들릴수록 현대·기아에 기회가 열린다
독일 3사의 위기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2025년 유럽연합(EU) 시장에서 80만 8,350대를 팔아 점유율 7.7%로 토요타를 처음 제치고 비(非)유럽 브랜드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순위 싸움에서도 판도가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폭스바겐그룹의 판매량 격차는 2024년 180만 대에서 2025년 171만 대로 좁혀졌고, 올해 현대차·기아가 합산 751만 대 목표를 달성하면 이 격차는 147만 대까지 줄어든다. 3년 새 33만 대를 따라잡는 셈이다.
다만 현대차 역시 미국 관세 25% 부담으로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20% 줄어든 11조 4,679억 원에 그쳤다. 관세 문제는 독일차와 한국차가 동시에 짊어진 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브랜드의 소유구조 재편이 현실화할 경우,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입지 확대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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