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열흘 만에 드러난 탄약 위기, 장기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란 드론 한 기 격추 비용이 제조원가의 5배, '보급의 지구력'이 승패를 가른다
이란 드론 한 기 격추 비용이 제조원가의 5배, '보급의 지구력'이 승패를 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개시한 지 열흘이 지난 현재, 군사 전문가들이 개전 초부터 우려해 온 시나리오가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핵심 요격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요르단에 배치된 사드(THAAD) 레이더 한 기가 이란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가격으로만 3억 달러(약 4480억 원)짜리 장비가 단 한 번의 공격에 사라진 것이다.
피트 헥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재고가 충분하다"고 강조하지만, 상원 의원들과 민간 싱크탱크 연구원들은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쟁은 첨단 무기의 화력이 아니라, 양측의 탄약 창고가 얼마나 버티느냐. 즉, '보급의 지구력'으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이 남긴 상처…이미 줄어든 미국의 탄약 곳간
미·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미국의 정밀 탄약 재고는 이미 넉넉한 상태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규모 물자를 지원하면서, 미 국방부의 정밀 탄약 조달 예산은 2024 회계연도 123억 달러(약 18조 3900억 원)에서 2025 회계연도 111억 달러(16조 6000억 원)로 오히려 12억 달러(약 1조 7900억 원) 삭감됐다. 이후 긴급 추경 예산과 다년도 계약을 통해 부족한 재고를 채우기 위한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고 있지만, 충분한 재고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155mm 포탄 부족 문제는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부상했다. 미국은 2022년 초 월 1만 4000발이던 생산 규모를 2024년 월 2만 8000발로 두 배 확대했고, 2025년에는 월 10만 발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분석은 냉정하다. 지금 당장 포탄 소모를 전면 중단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지원 이전 수준의 재고를 되찾으려면 최소 20개월이 걸린다. 생산 라인을 아무리 빠르게 돌려도 새 탄약이 실제 전장에 닿기까지는 18~24개월이라는 구조적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 랜드(RAND) 연구소도 2024년 11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의 탄약 생산능력이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결론 내렸다.
사드·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위기 수준으로 소진 중
이번 전쟁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것은 고가의 요격 미사일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025년 6월 이스라엘-이란 간 '12일 전쟁' 당시 미국이 소비한 사드 요격 미사일을 100~150발 이상, SM-3 미사일을 80여 발로 추산한다. 이것만으로도 미국 전체 사드 재고의 25~30%가 소진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전쟁 개전 사흘 만에, 미국의 걸프 지역 동맹국 가운데 한 곳이 요격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다며 미국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수치로 보면 그 무게가 더 선명해진다. 사드 요격 미사일 한 발의 단가는 약 1270만 달러(약 189억 원)에 달한다. 12일 전쟁에서 소비된 사드 미사일 92발의 총비용만 계산해도 약 11억 7000만 달러(약 1조 7400억 원) 규모다. 개전 첫 주 소비된 사드 미사일 비용 역시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안보 전문 매체 19포티파이브(19FortyFive)는 패트리엇 PAC-3 MSE, 사드, SM-3 시스템이 이란의 공격에 거의 100%에 가까운 요격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바로 그 성공이 역설적으로 재고 소진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빠르게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어왔다. 재고 부족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 이란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 간사도 "우리 탄약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란의 셈법, "싸게 많이, 끝까지"
이란은 전혀 다른 방정식으로 이 전쟁에 임하고 있다. 수십 년간의 서방 경제 제재로 정규 공군 전력이 약화되는 사이, 이란은 저비용 고효율의 탄도 미사일과 자폭 드론에 집중 투자해 왔다.
스팀슨센터의 그리에코 연구원은 "이란 드론 한 기를 격추하는 데 드는 비용이 드론 제조 원가의 최대 다섯 배"라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한 물량 전쟁이 아니라, 상대의 군사 예산을 먼저 고갈시키는 '경제 소진전'의 성격을 띤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브래드 쿠퍼 사령관은 지난 3일 발표에서 개전 이후 이란이 탄도 미사일 500발 이상, 드론 2000여 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개전 첫날에만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미사일 137발과 드론 209기가 쏟아졌고, 두바이 팜주메이라·부르즈 알 아랍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두바이 국제공항과 쿠웨이트 공항도 피격됐다.
이란 미사일 재고, 12일 전쟁 후 빠르게 회복
지난 2025년 6월 12일 전쟁을 거치면서 이란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재고는 약 40~6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란은 즉각 생산 재개에 나섰다. 위성 영상 분석과 정보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고체 연료 원료인 퍼클로르산나트륨을 대량 수입해 미사일을 재생산했다. 2026년 3월 현재 이란의 MRBM 재고는 약 2000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탄도 미사일 월 생산량을 "수십 발"로 추정하는 반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월 100발 이상"이라는 더 높은 수치를 제시해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분산된 지휘구조, 하메네이 사망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달 개전 첫날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0여 년에 걸쳐 정립해 온 '분산 모자이크 방어' 전략에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지휘구조, 무기 체계, 작전 부대를 넓은 지리·조직적 네트워크에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최고 지도부가 제거되더라도 각 단위 부대가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지하 수십 미터에 조성된 '미사일 도시'들이 공습 피해를 분산시키고, 중국발 원자재 공급이 지속되는 한 이란의 저항 능력은 외부의 예상보다 훨씬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4배 증산' 약속했지만…공장이 전쟁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록히드마틴, RTX(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등 주요 방산 기업들이 '최고급 무기(Exquisite Class)' 생산을 4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 탄약 구매에 250억 달러(약 37조 3500억 원)가 배정됐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의 PAC-3 미사일 증산 계약은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행되는 구조다. 지금 당장 전장에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드 요격 미사일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약 96발에서 400발로 늘리는 계약이 체결됐지만, 이란이 현재 퍼붓고 있는 발사 속도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
스팀슨센터의 그리에코 연구원은 "국방부는 훌륭한 조직이지만, 아직 마법은 부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군대가 충분한 탄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고성능 요격 미사일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대규모 포격 몇 차례만으로도 수일 내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군사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사드·패트리엇 재고를 소진할 경우, 향후 대만 해협에서의 억지력에 공백이 생기는 '전략적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이 전쟁을 미국의 재고 소모를 측정하는 실험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쟁은 얼마나 더 이어지나, "4주냐, 4개월이냐"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변수는 ① 미국의 요격 미사일 소진 속도 ② 이란의 발사체 보충 속도 ③ 미국 의회와 동맹국의 정치·물량적 지원 내구력이다. 이 세 변수의 조합에 따라 전쟁의 강도와 형태가 결정된다.
전문가 다수는 4~8주 안에 교전 강도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본다.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 연구원은 "전쟁 수준의 속도로 요격 미사일을 계속 소모하면, 4~5주 안에 미국 전체 요격 미사일 재고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6주 전후로 '전면 요격'에서 '선택적 방어'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전부 막는 대신, 핵발전소·항모·지휘부 같은 최고 우선순위 표적만 골라 방어하는 방식이다. 교전 자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어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전쟁의 성격이 달라지는 국면 전환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이 한국·일본·유럽 동맹국의 PAC-3·SM-3 미사일 재고를 긴급 전용하는 '동맹 재고 공유(Allied Stockpile Sharing)'에 성공할 경우다. 헤리티지재단은 동맹국 재고 전용이 최장 90~120일의 추가 작전 여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함정이 있다. 한국이 PAC-3 미사일을 미국에 전용할 경우 자국 방공망에 구멍이 생기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위기'가 '동맹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연쇄 효과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전쟁이 6개월 이상 길어지는 경우다. 가능성이 가장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방산 4배 증산의 조기 가동 ▲이란 지하 '미사일 도시' 생산 시설의 상당 부분 무력화 ▲미국 의회의 250억 달러 긴급 추경 즉시 집행, 이 세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랜드 연구소는 이 세 조건의 동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전쟁의 열쇠는 전선이 아니라 공장에 있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미·이란 전쟁이 냉전 이후 미국이 '첨단 소량 시스템'에 집중하면서 대량 생산·비축이라는 전쟁의 고전적 원칙을 경시해 온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란 역시 여건이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핵·미사일 기반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하메네이 사망으로 지도부 공백이 발생했으며, 경제는 더욱 취약해졌다. 그러나 분산된 미사일 생산 거점과 중국발 원자재 공급, 자국 내 생산 능력이 버텨주는 한, 이란의 저항력은 외부 예상치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은 냉정하다. 이번 전쟁은 어느 쪽이 군사적으로 압도해서 끝나기보다, 탄약 창고가 먼저 임계점에 도달하는 쪽에 따라 '전쟁의 형태'가 바뀌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 방어 전문 연구기관 미사일방어애드보커시얼라이언스(MDAA)의 선임 연구원 탈 인바르는 "100% 방어는 없다. 이것은 소모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술은 재고가 있을 때만 힘을 발휘한다. 이 전쟁의 시계를 쥔 것은 장군도, 대통령도 아니다. 록히드마틴의 생산 라인과 이란 지하 수십 미터의 미사일 조립 라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