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만 원유 물동량 20% 통과 수로에 최소 10발 부설 확인…트럼프는 "통항하라" 논란
어선·잠수부로 은밀 부설, 탐지·제거 사실상 불가…미 해군 호송작전 검토 착수
어선·잠수부로 은밀 부설, 탐지·제거 사실상 불가…미 해군 호송작전 검토 착수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이 같은 보고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선박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항행하도록 독려해 혼선을 빚고 있다. 현재 영국 해군 해상무역운용센터(UKMTO)는 해협 인근에서 이틀 사이 상선 5척이 드론·미사일 공격에 피격되거나 근접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기뢰 관련 피해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1980년대 유물'의 귀환…마함 시리즈의 치명적 단순성
이란이 이번 도발에 동원한 핵심 전력은 '마함(Maham)' 계열 기뢰다. 미 군사 당국 자료에 따르면, 마함-1은 1980년대 설계된 원형 장비로 수심 1m의 얕은 수면에도 띄울 수 있다. 기뢰 외부에 돌출된 5개의 접촉 뇨각(Horn)이 선박과 맞닿는 순간 약 120㎏의 폭약이 폭발하며 선체에 치명타를 입힌다. 계류식(Moored) 또는 해저 앵커링 방식으로 고정된다.
마함-2와 마함-3은 수심 10~50m 해저에 설치되어 선박의 소음, 자기 신호, 수압 변화를 복합 감지한 뒤 최적의 폭발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는 '지능형' 기뢰다. 250t 이상의 수상함은 물론 잠수함까지 표적으로 삼는다. 마함-5와 마함-6은 잠수함 전용이며, 소형 보트나 잠수부가 연안 얕은 수역에 직접 부설하는 방식을 취한다. 선체에 자석으로 흡착하는 흡착 기뢰(Limpet Mine) 마함-4와 마함-7은 잠수 요원이 상선 선저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으로, 항구 내 정박 중인 선박도 공격 대상이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아제르바이잔 외교역량연구소의 자한기르 아라슬리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정규 해군력은 미군 앞에서 사실상 소진됐지만, 기뢰는 이들이 여전히 보유한 비대칭 전력의 핵심"이라며 "이란 입장에서 기뢰의 목적은 특정 선박 격침이 아니라 해운 전체의 마비, 즉 세계 경제에 공황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너지 분석 기업 에너지 아웃룩 어드바이저스의 아나스 알하지 파트너 역시 "기뢰는 미군의 상륙 작전을 억지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선·잠수부 위장 부설…'보이지 않는 전쟁'의 함정
이란 기뢰 전력의 진정한 위협은 부설 방식에 있다. 이란은 정규 해군 함정이 아닌 어선으로 위장한 소형 쾌속정과 프로그맨(군사 잠수부)으로 구성된 해상 민병대를 통해 기뢰를 은밀히 살포한다. 미 해군이 자국 군함을 식별해 격침하더라도, 수백 척의 민간 어선과 뒤섞여 기뢰를 부설하는 이 '다크 함대'는 사실상 탐지도, 제거도 불가능하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군은 이미 기뢰 부설 임무를 수행하는 이란 해군 함정 다수와 킬로급 잠수함 1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마치 빙산의 일각을 걷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어벤저급 소해함·무인 ROV 투입…탐지·제거는 '한 발씩'
미 해군은 이란 기뢰 위협에 맞서 대(對)기뢰 작전(MCM·Mine Countermeasures) 강화를 검토 중이다. 미 해군전연구소(USNI)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 함정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병기가 미사일도, 어뢰도 아닌 기뢰임을 명시하고 있다.
자기 감응 기뢰의 오작동을 막기 위해 선체를 목재와 유리섬유로 제작한 '어벤저(Avenger)'급 전문 소해함이 호송 작전의 선도함으로 투입된다. 어벤저급은 고성능 소나(Sonar)로 해저 및 수중 기뢰를 탐지한 뒤, 원격 조종 무인 수중 로봇(ROV)을 내려보내 계류 케이블을 절단하거나 폭약을 부착해 기뢰를 한 발씩 무력화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미 해군은 최근 무인 수상 드론(MCM USV·기뢰대항 무인 수상정)을 연안전투함(LCS)에서 발사하는 신형 기뢰 탐색 체계에 대한 계약도 복수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번에 기뢰 한 발씩 처리해야 하는 소해 작전의 특성상, 수천 척의 상선을 안전하게 호송하기까지는 물리적 시간과 전력의 한계가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해군 호송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아직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1988년 '프레이잉 맨티스'의 기억…역사는 반복되는가
이번 호르무즈 기뢰 위기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발생한 '탱커 전쟁(Tanker Wars)'의 망령을 소환하고 있다. 당시 이란이 부설한 계류식 기뢰 'SADAF-02'가 1988년 4월 미 호위함 새뮤얼 B. 로버츠(USS Samuel B. Roberts)함의 선저를 강타해 대파시키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즉각 '프레이잉 맨티스(Praying Mantis) 작전'을 발동했다. 이 작전으로 미군은 이란 해군 함정 다수와 석유 플랫폼을 초토화했다. 당시 교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이 치른 최대 규모의 해상 전투로 기록돼 있다.
이제 38년이 지나, 같은 무대에서 같은 방식의 위협이 다시 시작됐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는 현재 수천 척의 상선이 안전한 통행을 위해 닻을 내리고 대기 중이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운명이 21마일 너비의 이 좁은 해협, 그리고 그 해저에 조용히 잠든 기뢰들의 손에 달려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