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 SNS·지방정부 보조금 타고 중국 전역 상륙
2030년 글로벌 시장 연 1000억 달러… 한국 플랫폼·IT서비스 업계도 긴장
개인정보 침해·보안 결함 잇단 경고… "수익 모델 검증이 거품 여부 가른다"
2030년 글로벌 시장 연 1000억 달러… 한국 플랫폼·IT서비스 업계도 긴장
개인정보 침해·보안 결함 잇단 경고… "수익 모델 검증이 거품 여부 가른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기업들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패권 경쟁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가재 키우기' 열풍 어디서 왔나… 베이징 루프탑바가 진원지
1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출신 엔지니어가 개발한 오픈소스 AI 플랫폼 '오픈클로(OpenClaw)'가 2026년 봄 중국 IT 생태계를 강타했다. 오픈클로는 웹 브라우징·메시지 발송·컴퓨터 명령 실행 등 반복 업무를 자율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누구나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료 툴이다. 로고가 바닷가재인 까닭에 중국 사용자들은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조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재 키우기'라 부르기 시작했다.
47세 기업가 리푸성 씨는 "2주간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이 툴 하나에만 매달렸다"며 "때로는 지시를 회피하거나 엉뚱한 오류를 내뱉어 애를 먹이지만, 간간이 터지는 천재적 퍼포먼스가 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 전반을 갈아엎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수백억 원 '실탄' 장전… 빅테크 4社 에이전트 전쟁 점화
중국 지방정부들은 AI 에이전트를 침체 경기를 돌파할 '국면 전환 카드'로 규정하고 파격적 인센티브를 쏟아내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 하이테크 존은 오픈클로 기반 1인 기업에 컴퓨팅 파워 바우처와 사무 공간 임대료 보조 명목으로 1300만 위안(약 28억 원)을 책정했고, 저장성 항저우는 기업 컴퓨팅 비용 지원에 연간 최대 2000만 위안(약 43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빅테크 진영도 일제히 전열을 정비했다. 바이두, 바이트댄스(아크클로), 텐센트(Q클로), 알리바바(코포) 등이 자사 거대언어모델(LLM)과 연동된 보급형 에이전트를 연달아 출시하며 생태계 선점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여파로 지난주 홍콩 증시에서는 LLM 플랫폼 미니맥스(MiniMax) 주가가 단숨에 50% 치솟았다.
38세 인사 담당자 궈 씨의 사례는 이 열풍이 단순한 기술 소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그는 약 5700위안(123만 원)을 투자해 구축한 에이전트가 이력서 수집과 면접 질문 작성 등 정규직 2명 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 인건비 대비 99% 절감이라는 셈법이 현실화한 셈이다.
위챗 메시지까지 열람… 보안 구멍에 '삭제 대행' 신산업 등장
장밋빛 성장 서사 뒤편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 사이버 규제 당국은 오픈클로가 시스템에 과도한 접근 권한을 요구해 데이터 유출 위험이 상존한다고 공식 경고했다.
국유 금융기관 재직자 메이슨 메이(31) 씨의 경험은 이 우려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기업 보고서 40위안어치를 요약시키는 도중 AI가 개인 위챗 메시지를 열람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즉각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회사 기밀이 AI 학습 데이터로 흡수될 수 있다는 공포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역반응은 이미 새로운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 중고 거래 플랫폼 셴위(闲鱼)에는 설치 대행 서비스와 나란히 '오픈클로 삭제 대행' 서비스가 등장했다. 21세 프리랜서 컨설턴트는 "진입 설정이 복잡하고 기대 성능에 못 미치는 데다 저장 공간 점유와 보안 위협이 겹쳐, 요즘은 설치보다 삭제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삼성·LG·카카오, 에이전트 전략 재점검 불가피"
업계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한국 디지털 산업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경고한다.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이 장악해 온 '청약·고객 응대·물류 관제' 등 반복 업무 영역이 저가 오픈소스 에이전트로 급속히 대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빅테크 4사가 보급형 에이전트 경쟁에 전력 투입한다는 것은 결국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라며 "카카오, 네이버, 삼성SDS 등 국내 기업들도 에이전트 레이어 전략을 서둘러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AI 에이전트 글로벌 시장이 203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약 14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기계'였다면, 미래의 에이전트는 목표를 이해하고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는 '자율형 디지털 작업자'로 진화한다는 것이 IB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1000억 달러' 도달 조건… 결국 '신뢰'가 관건
가트너(Gartner) 등 주요 시장조사 기관은 AI 에이전트 시장의 성패가 기술 완성도보다 '개인정보 보호 아키텍처 구축'에 달려 있다고 지목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LLM 구동 비용을 낮추고 보안성을 강화한 맞춤형 에이전트 보급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AI 에이전트 열풍이 산업 혁명으로 승화할지, 또 하나의 기술 거품으로 꺼질지는 결국 두 가지 조건이 결정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지키는 철벽 보안, 그리고 비전공자도 10분 안에 다룰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이다. '가재 키우기'가 스타트업 창업 문화의 새 표준이 될지, 아니면 플랫폼 공동묘지의 한 에피소드로 기록될지, 그 분기점은 이미 시작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