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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의 섬’ 대만, 전력난에 결국 원전 재가동 추진… 중동 위기·中 압박 속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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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의 섬’ 대만, 전력난에 결국 원전 재가동 추진… 중동 위기·中 압박 속 고육책

대만전력공사, ‘만산 원전’ 재가동 계획 제출… 2028년 전력망 복귀 목표
LNG 30% 중동 의존하는 취약한 구조 탈피 시도… 엔비디아 젠슨 황 “에너지 믹스 필수”
대만 남부의 만산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남부의 만산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지인 대만이 ‘탈원전’ 정책의 빗장을 풀고 멈춰 섰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을 본격 추진한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중국의 해상 봉쇄 압박이 거세지면서, 천연가스(LNG)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로는 반도체 공급망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2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국영 전력회사인 대만파워(Taipower)는 지난해 가동을 중단했던 만산(Maanshan)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돌리기 위한 공식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 18개월간의 정밀 점검 돌입… 2028년 ‘에너지 구원투수’ 등정


대만파워는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 원전 제작사들과 협력해 만산 원전의 안전성을 전면 재점검할 계획이다.

점검 및 승인 절차에는 약 18개월에서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쿵밍신 경제부 장관은 모든 절차가 순조로울 경우 2028년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베이시에 위치한 또 다른 원전 역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 확보가 완료되는 대로 재가동 계획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 여론이 높았으나, 최근 실시된 투표에서 찬성 표가 반대를 크게 앞서는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민심이 기울고 있다.

◇ 중동 위기와 중국의 해상 봉쇄… LNG의 치명적 약점


대만이 원전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결정적인 계기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현재 대만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LNG 중 약 3분의 1이 중동 카타르에서 수입된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되면 대만의 전력망은 즉시 마비될 위험이 있다.

LNG는 석탄이나 원자력 연료와 달리 장기 비축이 어렵다.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거나 봉쇄할 경우, 섬의 에너지 공급은 며칠 내에 고갈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 센터 확대로 대만의 전력 소비는 2034년까지 매년 1.7%씩 증가할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난해 대만 방문 당시 "반도체 산업을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 믹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외면은 전략적 실수”


대만의 행보는 원자력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원자력을 외면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시인하며 원전 복귀를 선언했다. 일본과 미국 역시 차세대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투자를 확대하며 에너지 독립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내 정치적 장애물은 여전하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탈원전' 강령과 지지자들의 반발은 라이칭터 행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또한, 원전이 모두 가동되더라도 전체 에너지 믹스의 10% 수준인 만큼, 근본적인 에너지 자립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한국 원전 업계에 주는 시사점


대만이 노후 원전 재가동에 나서면서 원전 점검, 부품 교체, 성능 개선 분야에서 한국 원전 소부장 기업들의 대만 진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대만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을 완화해 우리 IT 세트 업체들의 부품 조달 리스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대만의 사례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을 기저 전력으로 활용하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