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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지금 사야 할 때… JP모건·모건스탠리가 침체에 베팅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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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지금 사야 할 때… JP모건·모건스탠리가 침체에 베팅하는 이유

유가 6주 만에 66% 폭등에도 월가는 왜 국채를 사는가
"인플레 공포 넘어 경기 침체 신호 먼저 읽어라" — 2년물·5년물·10년물 동반 매수 권고
월가는 지금을 '인플레이션 확산 구간'이 아니라 '고유가 충격 이후 경기 둔화 초기 국면'으로 읽고 있다.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2년 만기 미국 국채를 팔라고 했던 JP모건이 21일 갑자기 사야 할 때로 입장을 바꾼 것은 바로 이 인식의 전환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월가는 지금을 '인플레이션 확산 구간'이 아니라 '고유가 충격 이후 경기 둔화 초기 국면'으로 읽고 있다.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2년 만기 미국 국채를 팔라"고 했던 JP모건이 21일 갑자기 "사야 할 때"로 입장을 바꾼 것은 바로 이 인식의 전환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월가는 지금을 '인플레이션 확산 구간'이 아니라 '고유가 충격 이후 경기 둔화 초기 국면'으로 읽고 있다. 불과 이달 초까지만 해도 "2년 만기 미국 국채를 팔라"고 했던 JP모건이 21일 갑자기 "사야 할 때"로 입장을 바꾼 것은 바로 이 인식의 전환 때문이다.

지난달 30(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과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6주 만에 66% 급등했다. 통상적 논리라면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국채 금리를 끌어올려 채권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 실제로 블룸버그 미국 국채 지수는 이달 들어 총수익 기준 2.4% 하락했다. 그런데도 월가는 역발상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지금의 국채 매수 권고는 단순한 전술적 판단이 아니다. 경기침체라는 더 큰 파도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리를 잡겠다는 전략적 베팅이다.

리스크 TOP3.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리스크 TOP3.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월가가 그리는 '침체 시나리오' 5단계


JP모건과 모건스탠리의 투자 판단 로직은 다음 다섯 단계로 압축된다.

① 유가 급등(공급 충격) → ② 실질 소득 감소·소비 압박 → ③ 기업 고용 둔화 → ④ 연준(Fed)의 금리 인하 전환 → ⑤ 국채 가격 상승이다.

핵심은 ④번 연결고리다. 단기 국채 금리는 연준의 미래 금리 경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경기 둔화 신호가 포착되는 순간, 단기물이 먼저 움직인다. JP모건의 제이 배리(Jay Barry) 글로벌 금리 전략 수석이 2년물 매수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19만 원)를 돌파하고 경기침체 위험이 가시화하면 연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경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2'이 정도면 충분하다(Enough is Enoug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5년 만기 국채 매수를 적극 추천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를수록 경제 성장에 드리우는 하방 압력도 커진다는 논리다.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유가 상승이 소비자 지갑을 닫게 하고 기업의 고용 의지를 꺾어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시장은 국채의 '안전 대피처' 속성에 다시 주목하게 되고, 결국 국채 가격은 상방 압력을 받는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경기 위축에 따른 금리 하락 가능성에 더 높은 확률을 부여한 셈이다.

10년물 금리는 왜 '비싸게' 형성돼 있나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4.342%)가 적정 수준인 3.9%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3.9%란 장기 중립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종합한 '균형 금리' 개념이다. , 현재 금리는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에 대한 불안감, 연방준비제도 독립성 논란 등 구조적 불안 요인이 더해져 본래 수준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구조는 투자자에게 기회다. 금리가 적정 수준으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채권 가격 상승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현지시간) 기준 미국 2년물 금리는 3.828%, 10년물은 4.342%로 모두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인플레 vs 침체,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물론 반대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고 에너지 가격 압력이 서비스 물가로 광범위하게 번진다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경우 연준은 경기 침체에도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장기 국채 금리는 다시 상승 반전하면서 국채 투자 논리가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43일 고용 보고서, 시장의 모든 시선이 쏠린다


투자승패는 결국 미국 노동시장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 활동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소비는 고용에 직접 좌우된다. 고용이 흔들리면 소비가 꺾이고, 소비가 꺾이면 기업 실적이 무너지며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은 더욱 강해진다.

43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할 3월 고용 보고서는 이 모든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검증하는 결정적 시험대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언 린젠 미국 금리 전략 팀장은 이 보고서가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 나오는 경제 성적표라는 점에서 시장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감소와 소비 심리 위축이 수치로 확인되는 순간, '고유가 → 경기침체 → 금리 인하 → 국채 가격 상승'이라는 월가의 역방향 시나리오는 더욱 힘을 얻는다. 반대로 고용이 예상을 웃돌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채 매도세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 시장에 미치는 파장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자본 이동의 나침반이다. 미 금리가 하락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원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진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 채권시장도 금리 하락 수혜를 누릴 여지가 있다. 다만 한국 경제는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반도체 등 IT 품목에 집중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타격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국내 GDP 갭이 사실상 '0' 수준인 만큼 한국은행의 독자적 긴축 전환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전개되는지를 판단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도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미국 2년물 국채 금리 추이다. 3.5% 이하로 내려오면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본격 반영된 신호로 볼 수 있다.

둘째, 43일 미국 비농업 고용자 수다. 시장 컨센서스 대비 10만 명 이상 하회 시 침체 시나리오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셋째, 브렌트유 가격의 배럴당 100달러 고착화 여부가 스태그플레이션 전환의 핵심 관건이 될 수 있다.

지금 월가의 국채 매수 열풍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아니다. 물가 상승이라는 눈앞의 파도보다 경기 침체라는 더 큰 해일을 먼저 가격에 담겠다는 '선행적 베팅'이다. 이 베팅이 맞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고용 시장 균열이 수치로 확인되는 것, 그리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방어보다 성장 붕괴 방지를 우선하는 정책 판단을 내리는 것. 43일 고용 보고서는 그 첫 번째 답안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