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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칩도 안 돼” 美, DUV까지 전면 봉쇄… 삼성·ASML ‘중국발 충격파’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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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칩도 안 돼” 美, DUV까지 전면 봉쇄… 삼성·ASML ‘중국발 충격파’ 현실로

美 ‘MATCH 법안’ 발의… EUV 넘어 레거시 공정 장비까지 수출 금지 정조준
ASML 매출 20%대 붕괴 위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조적 단층’ 가속화
韓 반도체 시안·우시 공장 불확실성 증폭, ‘장비 자립’ 시험대
미국 의회가 최첨단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자동차·가전용 범용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 장비의 대중국 수출까지 전면 차단하는 고강도 법안을 내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의회가 최첨단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자동차·가전용 범용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 장비의 대중국 수출까지 전면 차단하는 고강도 법안을 내놨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의회가 최첨단 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자동차·가전용 범용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 장비의 대중국 수출까지 전면 차단하는 고강도 법안을 내놨다.

CNBC7(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기초 체력단계에서부터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는 2019ASMLEUV 대중 수출 금지, 이후 고성능 DUV 장비 규제에 이어 칩을 만드는 도구자체를 본격적으로 조이는 3단계 조치라는 평가다. 이 소식에 네덜란드 ASML 주가는 4% 넘게 급락하며 글로벌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DUV까지 정조준한 MATCH 법안… 美 기술 패권, ‘장비 봉쇄단계 진입


미국 공화당 마이클 바움가트너(Michael Baumgartner) 하원의원이 주도한 초당적 의원단은 지난 2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간 정렬 법안(MATCH Act)’을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그동안 중국이 비교적 자유롭게 도입해 온 DUV 노광장비와 연동 장비의 공급망을 대폭 축소하거나 사실상 끊어내는 데 있다.

바움가트너 의원은 성명에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를 늦추기 위해 광범위한 통제를 시행했지만, 동맹국과의 엇박자로 생긴 빈틈을 중국이 악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ATCH 법안에는 동맹국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미 상무부가 해외 직접 생산품 규칙(FDPR)’을 발동해 미국 기술이 포함된 외국산 장비까지 강제로 수출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완제품 칩이 아니라 반도체 제조 장비(SME) 전반을 본격적으로 옥죄는 첫 포괄 법안이라고 평가한다.

DUV 장비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를 양산하는 데 필수적인 설비로, 업계에서는 산업의 쌀을 만드는 도구에 비유한다. 과거 규제가 최첨단 공정용 EUV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레거시 공정의 핵심인 DUV까지 봉쇄하는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와 화훙반도체 등은 구형 장비를 활용해 규제를 우회해 온 통로가 막히면서 생산 라인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는 생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SML 실적 하방 압력가속… 中 매출 비중 20%15% 이하로


이번 규제 움직임에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7(현지시간) 네덜란드 증시에서 ASML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07% 하락한 1111.40유로(193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낙폭은 한때 더 커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했다.

ASML은 이미 미국 주도의 수출 규제로 중국 매출 감소를 경고해 온 상태다. 회사 측은 올해 중국 매출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약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MATCH 법안이 현실화하면 이 가이던스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퀼터 체비엇(Quilter Cheviot)의 벤 배링거 기술 연구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법안이 겨냥하는 구형 노광장비는 ASML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 중국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법안이 통과되면 ASML 전체 매출의 약 5%가 거의 즉각 사라지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ASML 매출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십억 유로 규모의 매출원이 한 번에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비중이 올해 20% 수준으로 내려간 뒤, 추가 규제가 발효될 경우 15%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장비 사재기로 인해 주문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수요 공백으로 인한 매출 급감과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의 장비 자립좌초 위기… 노광장비는 여전히 아킬레스건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을 대체할 자체 가속기를 개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국산화를 시도하는 등 반도체 자립을 가속해 왔다. 그러나 노광장비만큼은 여전히 대체가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오도 BHF(ODDO BHF)의 스테판 후리 주식 연구 책임자는 중국은 현재 핵심 반도체 제조 도구의 상당 부분을 ASML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DUV까지 막히면 중국의 생산 역량은 첨단·범용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MATCH 법안을 통해 DUV와 연동되는 식각·패턴 형성 장비까지 묶어 규제할 경우, 중국이 구형 장비 업그레이드로 첨단 공정 규제를 우회하는 시도도 차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韓 반도체·장비업계에 드리운 복합 리스크


이번 사태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적지 않은 과제를 던진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주로 메모리 위주 라인이지만, 상당 부분 레거시 공정을 운영하며 DUV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로직·파운드리용 장비에 맞춰져 있지만, 미국이 동맹국에 동일한 수준의 통제 정렬을 요구할 경우 이들 공장의 공정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며 유예 카드를 꺼냈지만, MATCH 법안 이후에는 유예 연장 여부가 다시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선 중국 공장의 경우 기술 업그레이드 위주로 최소한의 투자만 이어가고, 실제 증설은 한국·미국·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 장비업체에 미칠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한미반도체, 원익IPS 등 한국 장비사는 지난 몇 년간 중국향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려 왔으며, 중국 반도체 장비·부품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 MATCH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중국 고객의 설비 투자 축소가 국내 업체에 동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서방 진영 내에서 중국 대체 수요를 선점하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공급망 구조적 단층고착… 투자자가 봐야 할 주의점


미국 의회의 이번 입법 움직임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서방과 중국 간 구조적 단층을 형성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첨단 공정에 국한됐던 미국의 봉쇄 전략이 범용 장비인 DUV까지 확대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생태계가 서방 진영과 중국 중심 블록으로 점차 고착되는 블록화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향후 시장을 읽기 위해 주목해야 할 지표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 ASML 본사가 위치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미국의 압박 속에 네덜란드가 어느 수준까지 수출 통제 정렬에 나설지가 MATCH 법안 실효성을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둘째, 규제 발효 전 SMIC 등 중국 업체들의 장비 사재기동향이다. 단기적으로는 ASML과 일부 장비사가 실적 반등의 착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는 이후 매출 절벽의 전조일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의 적응력이다. 중국의 장비 수급난이 한국 기업에 반사이익이 될지, 혹은 중국 매출 둔화로 인한 동반 실적 악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1~3년간 장비 투자 흐름이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기술 자립이 더 이상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 생존 전략에 직결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주가·환율 변동보다, 향후 몇 년간 장비·공급망 지형이 어떻게 재편되고 고착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