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과 아시아 정유사들이 원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북해산 원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북해산 원유 지표인 포티스 블렌드(Forties Blend)는 배럴당 약 147달러(약 21만5000원) 수준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을 넘어섰다. 이는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의 약 97달러(약 14만2000원) 수준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단기 인도 물량 확보 경쟁이 극단적으로 치열해졌음을 보여준다.
실물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는 파생상품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반영하는 브렌트 차액결제거래(CFD) 가격이 배럴당 30달러(약 4만4000원)를 넘어서면서 주요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털거래소(ICE)의 거래 한도를 초과했고, 일부 거래가 장외에서 이뤄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망 자체의 병목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이 정상 수준의 약 8%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특히 아시아는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전체 원유 수요의 약 80%가 이 해협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문을 맡았던 아모스 호크스타인은 “이 상황이 며칠 더 지속되면 시장은 해협이 사실상 장기 봉쇄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는 가격 상승을 넘어 실물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휴전 이후에도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며 선박 통과 시 허가와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 원유 흐름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 측 충격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하루 약 60만배럴의 생산 능력이 줄었다고 밝혔다. 동서 파이프라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하루 70만배럴의 수송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상황이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부사장은 “해협을 통한 선박 이동이 재개되더라도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소 20일은 걸릴 것”이라며 “선물 시장과 달리 실물 시장의 긴축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