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책임 소재 공방에 원청·하청 과태료 4배 격차... 위험의 외주화 논란
엘 테니엔테 조업 중단에 수만 톤 생산 차질... K-전선·배터리 제조원가 압박
엘 테니엔테 조업 중단에 수만 톤 생산 차질... K-전선·배터리 제조원가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칠레 국영 구리 기업 코델코(Codelco)가 지난해 발생한 광산 붕괴 참사와 관련해 노동 당국의 행정 제재를 받으면서, 안전 관리 부실에 따른 공급망 마비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한 칠레 노동부의 내부 징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 31일 엘 테니엔테(El Teniente) 지하 광산 붕괴 사고와 관련해 코델코와 하청업체 3개사에 총 10만 7000달러(약 1억 58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규모 4.3의 지진이 유발한 암석 파열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졌으나, 원청인 코델코의 책임 비중은 하청업체들의 4분의 1 수준에 그쳐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법적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핵심 구역 무기한 폐쇄... 수만 톤 생산 차질에 '발동동'
이번 사고로 인한 조업 중단 여파는 코델코의 연간 생산 지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사고 직후 전면 폐쇄됐던 엘 테니엔테 광산은 현재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구역부터 순차적인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레쿠르소스 노르테'와 '안데시타' 등 핵심 채굴 구역은 여전히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코델코는 이번 사태에 따른 조업 제한으로 구리 생산량이 수만 톤 가량 급감했다고 밝혔다.
특히 칠레 광산 감독국(Sernageomin)의 정밀 기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고위험 구역의 가동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며, 이는 코델코가 25년 만에 최저 생산 수준을 기록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현재 조업은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보수적인 방식으로 진행 중이며, 모든 작업 전 안전 브리핑과 위치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원청 2만 달러 vs 하청 8.7만 달러... 칠레판 '중대재해법'의 한계
이번 제재의 핵심 쟁점은 원청과 하청 간의 극명한 책임 배분 격차다. 칠레 노동 당국은 주블린(Zublin), 가르딜치치(Gardilcic) 등 하청 3개사에 총 8만 7000달러를 부과한 반면, 원청사인 코델코에는 2만 달러(약 2900만 원)만을 매겼다.
이는 칠레 노동법상 '분할 책임(Split-liability)' 원칙이 작동한 결과다. 원청은 전반적인 안전 지침 미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실제 사고 보고와 현장 인력 관리는 하청업체가 고용주로서 더 큰 과태료를 떠안는 구조다.
현지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벌 수위가 글로벌 광업 대기업들에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구리값 파운드당 6달러 육박... 한국 전선업계 공급망 직격탄
엘 테니엔테 광산의 조업 차질은 단순한 안전 사고를 넘어 전 세계 공급망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 칠레 구리 위원회(Cochilco)와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5.67달러를 넘어 6달러 선을 위협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자원인 구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한국의 전선·배터리 업계도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전선업계에서는 "구리 가격 변동성은 제품 단가에 즉각 반영된다"며 "칠레와 같은 핵심 생산국의 조업 중단은 국내 제조 원가에 심각한 압박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 숙청과 'ESG 안전' 경영의 과제
참사 이후 코델코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착수했다. 지난해 8월 안드레스 무직(Andres Music) 광산 총괄 매니저가 경질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과거 사고 은폐 혐의가 드러난 고위 임원 3명이 추가로 해임됐다.
코델코는 현재 독립 조사 위원회를 통해 안전 절차를 전면 재검토 중이며, 이번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는 항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광산 노후화와 지질학적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전 비용을 외면할 경우, 생산 중단과 가격 폭등이라는 더 가혹한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을 주요 투자 지표로 삼는 환경 속에서 코델코의 향후 대응은 구리 시장 향방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