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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달앱 '유령 식당' 6만 7000곳 적발… 7개 플랫폼 7809억원 역대 최대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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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달앱 '유령 식당' 6만 7000곳 적발… 7개 플랫폼 7809억원 역대 최대 철퇴

테무 모기업 핀둬둬, 조사관 폭행까지 저질러 3277억원 최고 벌금… 2015년 식품안전법 이후 최대 제재
극한 가격 경쟁이 낳은 구조적 병폐, 품질 경쟁 전환 가능성 주목
중국 베이징의 음식배달원.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의 음식배달원. 사진=연합뉴스
도마뱀 꼬리 하나가 몸통을 통째로 드러냈다. 베이징(北京)에서 생일 케이크 하나를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 신고 한 건이 중국 배달 플랫폼 전체를 뒤흔드는 전국 규모 수사로 번졌다.

미국 CNN 방송은 23일(현지시각)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10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유령 배달업체' 6만 7000여 곳을 적발하고, 핀둬둬(拼多多)·알리바바(阿里巴巴)·메이퇀(美團) 등 주요 배달·전자상거래 플랫폼 7곳에 총 35억 9700만 위안(약 7809억원)의 벌금 및 부당이익 환수 조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중국 식품안전법 개정 이후 배달 플랫폼에 부과된 사상 최대 제재다.

케이크 한 조각이 드러낸 '그림자 공급망'
발단은 단순했다. 베이징에 사는 류(Liu) 씨가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생일 케이크의 꽃장식이 먹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업체를 당국에 신고했다. 당국이 파고들자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이 업체는 약 400개 지점을 갖춘 것처럼 플랫폼에 등록돼 있었지만, 위조 허가증을 이용한 것으로 실체 있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수사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10개월 동안 당국이 파악한 그림자 공급망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유령 업체가 소비자 주문을 받은 뒤 이를 중간 플랫폼에 다시 올리면, 제조업자들이 가격 경쟁을 벌인다. 최저가를 써낸 곳이 실제 생산을 맡는 구조다.

CNN이 예시로 든 한 케이크 주문을 보면, 소비자가 252위안(약 5만 4689원)을 낸 제품이 중간 경매를 거치며 낙찰 금액이 100위안 → 90위안 → 80위안으로 낮아졌다.

유령 판매업자가 소비자 결제액의 절반 가까이를 챙기고, 플랫폼이 20%의 수수료를 떼어간 뒤 실제 제조업자에게 남은 금액은 30%에 불과했다. 마진이 사라진 자리를 품질이 대신 채웠다.
SAMR의 찬 핑(Chan Ping) 관계자는 신화통신에 "이는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산업화되고 광범위하게 확산된 새로운 형태의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조사관 폭행에 실신 연기까지… 방해 공작도 조직적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장면들도 예사롭지 않았다. 한 대형 배달업체의 직원은 당국 조사관이 동료를 심문하는 도중 종이에 "입 다물어"라고 적어 몰래 돌리다 들켰고, 그 자리에서 종이를 구겨 삼켰다.

며칠 뒤에는 같은 회사 경비 책임자가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조사 현장에 난입해 검사관들을 물리적으로 폭행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심문 도중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의사는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조치에서 가장 무거운 제재를 받은 곳은 테무(Temu)의 모기업 핀둬둬다. 벌금 15억 1000만 위안(약 3277억원)과 부당이익 585만 위안(약 12억 6956만원) 환수 처분을 받았다.

자료 제출과 시정 명령을 거부하거나 허위 정보를 제출했고, 조사관 폭행 사태가 직접적인 가중 처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플랫폼들에 부과된 벌금 외에도 식품안전 감독자와 대표 개인들에게는 추가로 1968만여 위안(약 42억원)이 부과됐다. 또 플랫폼들은 업체별로 3~9개월간 베이커리 업체를 새로 입점시킬 수 없다.

'극한 가격전쟁'이 낳은 구조적 병폐

이번 사태의 뿌리는 중국 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가격 파괴 경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경제지 이코노믹 데일리(經濟日報)는 "식품업체들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품질을 희생하고 마진을 짜내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플로라 창(Flora Chang) 분석가는 CNN에 "이번 정부 제재는 초기 효과를 냈지만, 기업들은 다른 경쟁 수단을 찾을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가격이 아닌 품질 중심 경쟁으로 전환하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가장 심각한 수준의 과도한 경쟁은 지나갔을 수 있다. 다만 수익성 회복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다"고 말했다.

제재 발표 이후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 주가는 1.4% 하락했고, 징둥(京東)도 소폭 내렸다. 치열한 경쟁이 규정 준수 위험으로 이어지는 배달 플랫폼 업종 전반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시장이 확인한 셈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