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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66일째…미·이란 14개항 담판, 재개전 vs 종전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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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66일째…미·이란 14개항 담판, 재개전 vs 종전 기로

이란, 30일 내 전면 종전 요구…핵 협상은 후순위로 분리 제안
트럼프 "선박 호송 프로젝트 프리덤 월요일 개시"…협박과 유화 동시 구사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유조선. 사진=연합뉴스
가디언·CNN·로이터·NPR 등 주요 외신의 3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이 14개 조항의 평화 제안을 주고받으며 협상 테이블을 오가는 사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66일째로 접어들었다.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량의 20%가 막혀 있는 현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루 사이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와 "매우 긍정적인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쏟아냈다. 전쟁 재개냐, 30일 내 완전 종전이냐—양국의 간격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이란의 '14개항 제안'…핵 협상 후순위로 미룬 단계적 틀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3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파키스탄을 중개자로 제출한 14개항 제안에 대해 미국의 답변을 받았으며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단계에서 핵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 계획의 초점은 레바논을 포함해 전 전선에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가 인도 PTI 통신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란 제안의 큰 틀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이란은 미국이 군사적 태세를 완화하고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을 풀어주는 조건 아래 호르무즈 해협 긴장 완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둘째, 해상 무역 정상화와 핵 협상을 분리해 경제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 핵 문제에 대해서는 제재 완전 해제를 전제로 우라늄 농축 제한과 감시 강화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군의 이란 주변 지역 철수, 동결 자산 해제, 전쟁 배상금 지급,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 등도 담겼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국제위협분석연구소(CTP)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협상을 후반 단계로 미루는 제안은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량이나 농축 능력에 대한 선제적 양보를 이란에 강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두 기관은 또 "이란군 일부는 미국이 경제적·정치적 비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양보할 것으로 계산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협박과 유화" 동시 구사…'프로젝트 프리덤' 전격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이란이 지난 47년 동안 인류에게 저지른 행위에 비하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이란의 14개항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나쁜 짓을 하면 공습 재개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3일, 그는 "내 대표들이 이란과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며,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같은 날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제3국 선박들을 미군이 안전하게 호송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4일 개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선박이 식량 부족 상태에 있다"며 이를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불렀지만, 이란의 봉쇄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군은 해상 봉쇄 이후 선박 48척을 되돌리거나 항구로 귀환시켰다. 미국은 이란과 통행료를 거래하는 해운사에 금융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도 유지 중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보기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불가능한 군사 작전과 이슬람 공화국과의 나쁜 협상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란 부의장 알리 니크자드도 3일 "호르무즈 해협은 이슬람 공화국의 것이며, 전쟁 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휘발유 평균 소매가는 갤런당 4.45달러(약 6570원)로, 전쟁 개시일인 지난 2월 28일 대비 49.3%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미니애폴리스 지역 총재 닐 카시카리는 "전쟁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어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해협이 오늘 다시 열려도 공급망 정상화에 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전선 확전·독일 주둔 미군 감축…복합 위기로 번지는 전쟁


이란과의 협상이 교착에 빠진 사이,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서 공습 강도를 높였다. 레바논 보건부는 3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누적 사망자가 2679명, 부상자가 8229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11개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으며, 헤즈볼라는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을 활용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상황을 이유로 이란과의 포괄적 협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장교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량 반납과 농축 프로그램 중단이 없는 합의는 실패"라고 못 박았다.

국제 에너지 시장도 흔들렸다. 주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7개국은 3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오는 6월 하루 원유 생산 목표를 18만 8000배럴 늘리기로 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오일 쇼크 수준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을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이"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란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겨냥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메르츠 총리는 "이란 전쟁 반대 입장과는 무관하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며 철군 계획에 반대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