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저스 5000㎞ 행군 중 선언 "미국 없이 스스로 지킨다"…그린란드도 동참
러·중 북극 진출 가속 속 '중견국 연대' 부상…NORAD 유지 속 독자 방위 모색
러·중 북극 진출 가속 속 '중견국 연대' 부상…NORAD 유지 속 독자 방위 모색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발언이 북극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캐나다가 북유럽 5개국과 전례 없는 속도로 북극 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북극 항로 개방과 연계된 이 안보 지형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 시각) 캐나다 최북단 누나부트 준주 케임브리지만(Cambridge Bay)에서 캐나다 레인저스 소속 예비역과의 인터뷰를 포함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트럼프의 위협 이후 캐나다의 북극 안보 전략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극서 공짜 통과는 없다"…5000㎞ 행군 중 전달된 경고
이번 보도에서 가장 생생한 장면은 취재 현장 자체다. 로이터 기자는 캐나다 레인저스가 5000km 북극 스노모빌 행군을 펼치는 도중에 휘트니 라켄바우어(Whitney Lackenbauer) 명예 중령(트렌트대 북극 전문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백악관의 발언이 북극 공동체가 미국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며 "북유럽 국가들과 캐나다는 도덕적 무게를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군사·외교적으로 함께할 수 있음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이미 캐나다에 구체적 도움을 요청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당국은 3년째 캐나다의 북극 예비군 조직인 캐나다 레인저스 모델을 자국에 적용하는 방안을 캐나다 당국자들과 협의해왔으며, 트럼프의 위협 이후 이 논의가 더욱 긴박해졌다. 그린란드가 어떻게 캐나다 레인저스를 변형 적용할지에 관한 계획은 올해 말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정부 정책 문서는 밝히고 있다.
역사적 최하위 북극 투자, 2025년 처음 NATO 2% 달성…카니, 中견국 연대 주도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캐나다 자신의 뼈아픈 자기 반성도 있다. 북극 연구기관 네트워크 북극 비즈니스 지수(Arctic Business Index)에 따르면 캐나다는 8개 북극권 국가 중 북극 방위 투자에서 역사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며, 그린란드와 함께 지출이 가장 적은 국가로 꼽혔다. 2014년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1%까지 떨어졌던 캐나다는 트럼프의 반복된 압박 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NATO 목표치인 GDP 대비 2%를 달성했으며, 이는 약 630억 캐나다달러(약 68조 원) 규모다.
마크 카니 총리는 북유럽 국가들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이른바 '중견국 연대' 구축을 캐나다 외교의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캐나다와 북유럽 5개국(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은 군수 조달·방위 생산 협력 확대 및 사이버 공격 등 안보 위협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 4월에는 알렉산더 스튜브(Alexander Stubb) 핀란드 대통령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캐나다를 방문해 여러 북극 협력 협정에 서명했으며, 카니 총리와 오타와 빙판에서 함께 하키 훈련을 하기도 했다. 스튜브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 거의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NATO, 우크라이나, 이란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아니타 아난드(Anita Anand) 외교장관도 북극 안보를 위해 북유럽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올해 그들을 캐나다 북극으로 초청했다.
올해 2월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캐나다 영사관이 새로 개설됐다. 캐나다 해안경비대 함대·해상서비스 총국장 닐 오루어크(Neil O'Rourke)는 "북쪽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첫 번째 전화는 서로에게 해야 한다고 덴마크 방위 동료와 오래전부터 인식했다"며 "북쪽에서 우리는 바다 건너편에 있어 남쪽에서 지원을 받는 것보다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캐나다가 노르웨이에서 해상 비상 예인 방식도 배우려 한다고 밝혔다.
칼거리대 롭 휴버트(Rob Huebert) 북극 전문가는 카니 총리가 3월 노르웨이 바르두포스(Bardufoss)에서 열린 노르웨이 주도 나토 훈련을 참관한 것이 전략 전환의 징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까지 북유럽 나토 북극 훈련에서 캐나다의 참여는 매우 형식적이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이후 갑자기 북유럽과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실제 전쟁 수행 능력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여전히 필수적이며 캐나다는 미국 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현실적 한계도 지적했다.
러시아는 북극권 8개국 중 압도적으로 많은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도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광물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한국에도 이 지역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