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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상장사, 중동 악재 뚫고 ‘6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 전망… AI·금리 인상이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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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상장사, 중동 악재 뚫고 ‘6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 전망… AI·금리 인상이 견인

2027년 3월기 순이익 4% 증가한 57.6조 엔 예상… 상장기업 60% 이상 “수익 증가”
토요타·항공사 등 원유·원자재 폭등 타격에도 반도체·은행·부동산이 실적 방어
닛케이 지수 63,272선 역사적 최고치 경신… “가격 전가 능력이 향후 생존 시험대”
도쿄 중심부의 오피스 공간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며 부동산 기업들의 수익을 끌어올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쿄 중심부의 오피스 공간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며 부동산 기업들의 수익을 끌어올렸다. 사진=로이터
일본의 상장 기업들이 이란 분쟁으로 인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폭등이라는 강력한 역풍 속에서도 6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따른 반도체·기술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에 힘입은 금융·부동산 부문의 호실적이 중동 발 에너지 위기를 압도하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3월 결산 기준 일본 상장 기업 약 960개사(상장 자회사 제외)의 실적 전망치 및 시장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2027년 3월로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 총합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57.6조 엔(약 3,63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란 전쟁 여파… 토요타·항공·화학 업계는 ‘직격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일본 제조업 및 물류 전반에 무거운 세금을 지우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이란 분쟁에 따른 원자재 비용 상승 여파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000억 엔 감소하고, 순이익은 약 20%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혼다와 닛산 등은 구조 개혁을 통한 수익 회복을 노리고 있다.

ANA 홀딩스와 일본항공(JAL) 역시 급등한 항공 연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전년 대비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미쓰이 케미컬 등 주요 화학사의 에틸렌 시설 가동률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공급망 마비 경고등이 켜졌다.

美 빅테크가 쏘아 올린 AI 붐… 반도체·소재 기업 ‘초호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업의 60% 이상이 올해 실적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슈퍼 사이클이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인해 후루카와 전기의 광섬유와 TDK의 데이터 처리 하드디스크(HDD) 부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히타치는 전력 소비가 극심한 데이터센터용 송배전 장비 시장에서 독점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및 메모리 분야의 실적 폭발이 눈부시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사 어드반테스트(Advantest)는 연평균 20% 이상의 순이익 성장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익을 예고했고, 도쿄일렉트론 역시 강한 상반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기옥시아(Kioxia) 홀딩스는 4~6월 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48배 폭증한 8,69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메모리 거인들과 마찬가지로 유례없는 메모리 상승 사이클의 수혜를 누리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의 날개… 은행·부동산 동반 질주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과 물가 상승 기대를 반영해 일본의 장기 금리가 2.7% 범위까지 치솟으면서 수년간 공고했던 금융 지형도 바뀌었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예금 금리 차(예대마진)가 크게 확대되면서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을 포함한 일본 3대 대형 은행 모두 사상 최고 순이익 달성이 확실시된다. 후쿠오카·요코하마 금융그룹 등 주요 지역 은행들도 일제히 예대 수익 확대를 계획 중이다.

부동산 시장 또한 미쓰비시 에스테이트를 비롯한 5대 대형 개발사 모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도쿄 중심부의 오피스 빌딩 수요가 견고해 임대료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스미토모 부동산개발 고위 임원은 "오피스 임대료 인상 폭이 상승하는 금리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닛케이 63,000선 돌파… 과열 우려 속 ‘가격 인상 쟁탈전’


실적 호조에 힘입어 닛케이 주가평균(닛케이 225)은 지난 13일 63,272엔이라는 역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랠리에 따른 과열 조짐을 경고하지만, 시장을 떠받치는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흑자 전환 기대감이 워낙 단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동 분쟁의 장기화에 따른 원가 압박을 최종 소비자와 고객에게 무리 없이 전가할 수 있느냐가 향후 실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토모치카 노무라 증권 일본 주식 전략가는 “이제 일본 기업들은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도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진짜 ‘가격 경쟁력’의 시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닛신그룹 등 일부 식품 기업들이 중동 위기 영향을 올해 실적 전망에 아예 반영하지 못하는 등, 연료가 및 나프타 공급난의 장기화 여부는 여전히 일본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