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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빅테크, ‘AI 에이전트’로 이커머스 판도 바꾼다… 검색창 대신 대화형 쇼핑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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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빅테크, ‘AI 에이전트’로 이커머스 판도 바꾼다… 검색창 대신 대화형 쇼핑 실험

알리바바 ‘Qwen’·JD닷컴 ‘징옌’·메이투안 등 대화형 AI 비서 전면 배치
9억 소비자 대상 대규모 소매 실험…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선택 장애’ 해결
‘자사 플랫폼 우대’ 편향성과 대세 ‘라이브 커머스’ 장벽… 실질적 매출 전환은 과제
AI는 스마트 제품 추천, 자동화된 쇼핑 결정, 전자상거래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전자상거래를 혁신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I는 스마트 제품 추천, 자동화된 쇼핑 결정, 전자상거래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전자상거래를 혁신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대형 기술(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전면 도입하며 수년간 유지되던 온라인 쇼핑의 공식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키워드를 입력한 뒤 끝없는 상품 목록을 스크롤하며 비교하던 경직된 검색 방식이 인공지능과의 자연스러운 ‘대화형 쇼핑’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분위기다.

1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9억 명이 넘는 전자상거래 사용자들이 이 거대한 전국적 소매 기술 실험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의사결정 부담 줄었다"… 대화로 좁히는 40억 개 상품


홍콩에 거주하는 30대 금융 전문가 류 씨는 최근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비서 '통이천원(Qwen)'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쇼핑을 즐긴다. 류 씨는 "AI 비서가 원활한 대화를 통해 나의 선호도를 정제하고 꼭 맞는 선택지만 엄선해 준다"며 "화면에 쏟아지는 상품의 벽을 보지 않아도 돼 의사결정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만족해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자사의 핵심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 Qwen AI를 전격 통합했다. 이 챗봇은 무려 40억 개에 달하는 타오바오의 전체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개인 맞춤형 쇼핑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생일 선물'이라는 광범위한 요청을 던지면, 대화를 통해 예산, 선호 브랜드, 카테고리 등을 좁혀 가며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고 챗봇 안에서 결제까지 직접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도 매섭다.

메이투안(Meituan)은 지난 1월 앱 내비게이션 바 중앙에 가상 AI 동반자를 배치해 사용자들이 지역 식당 및 엔터테인먼트 옵션을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JD닷컴(JD.com)은 지난 2023년 이미 인공지능 쇼핑 도구인 '징옌(Jingyan)'을 출시해 즉각적인 제품 추천과 가격 및 성능 비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광둥 개혁회의 펑펑 회장은 "AI가 쇼핑 시스템에 진입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짚었다.

시장 지배 중인 ‘라이브 커머스’의 높은 벽


중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이커머스 형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이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AI 쇼핑이 현재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라이브 스트리밍(라이브 커머스)'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실시간 영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중국 쇼핑 문화의 대세다.

전자상거래 컨설팅 기관 100ec.cn에 따르면, 중국 내 라이브 스트림 쇼핑의 시장 보급률은 지난 2024년 기준 36%에 달했다.

또한, 국가시장규제국과 중국사회과학원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브 커머스 매출은 무려 5조 위안(미화 약 7,360억 달러)을 돌파했다. 시청각적 재미와 신뢰를 주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AI 챗봇이 얼마나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플랫폼 편향성’과 비즈니스 본질의 한계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장애물과 한계는 뚜렷하다. 가장 큰 우려는 AI의 '추천 편향성'이다.

상하이의 관계 매니저인 에이미 시는 식료품을 주문할 때 Qwen AI가 유독 알리바바 자체 플랫폼인 '티몰(Tmall) 슈퍼마켓'의 제품을 최우선으로 노출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시 씨는 "정말 시간이 촉박하거나 파격적인 특가 딜이 있지 않는 한, 쇼핑할 때 AI를 쓰기보다는 직접 스크롤하며 상품을 찾는 재미를 선택할 것"이라며 여전한 불신을 드러냈다. AI가 소비자의 최선의 이익이 아닌, 자사 플랫폼의 이익을 위해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의 한계도 명확하다. 투자 컨설팅사 서드 브릿지(Third Bridge)의 제이미 첸 부사장은 "현재로서는 전자상거래 AI 에이전트가 주로 보조 역할에 머물러 있어 실제 매출 증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아라스 푼 부이사 역시 "AI 기술이 디지털 전면에서 사용자 참여도와 체류 시간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물류 시스템, 재고 관리, 사후 서비스(AS) 등 오프라인 세계에 단단히 뿌리를 둔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의 핵심 기반과 공급망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