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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배터리 공급 부족 파장…K-배터리, 반사이익 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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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배터리 공급 부족 파장…K-배터리, 반사이익 얻나

'초고속 충전' 수요 예측 실패로 미출고 물량 14만 대 돌파
글로벌 초고속 충전 경쟁 격화 속 공급망 관리 능력 시험대
BYD 배터리 홍보 부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BYD 배터리 홍보 부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전동화 자동차(EV) 시장을 주도하는 비야디(BYD)가 독자 개발한 초고속 충전 배터리 생산 체계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으며 신차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아이티홈(IThome)의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2026 양왕 비즈니스 연구소 콘퍼런스'에서 왕조(Dynasty), 해양(Ocean), 덴자(Denza), 양왕(Yangwang) 등 산하 주요 브랜드의 신차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공급망에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공식 인정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초고속 충전 기술을 적용한 모델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자체 배터리 제조 능력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고성능 신차 몰리는데 생산 유예…미출고 물량 14만 대 상회


BYD의 이번 배터리 수급난은 최근 출시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고전압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모델에 수요가 대거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현지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덴자 B5와 B8 초고속 충전 에디션을 포함해, 출시를 앞둔 아토 3(Atto 3, 중국명 위안플러스) 상품성 개선 모델 등이 대표적인 수급 정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새로 나오는 아토 3는 240kW급 후륜 모터와 초고속 충전 기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사전 계약이 몰린 상태다.

현재 중국 자동차 업계 집계를 보면 BYD의 초고속 충전 모델 미출고 물량은 이미 14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오프로드 브랜드 팡청바오의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 7(Ti 7)'과 고성능 세단 '덴자 Z9 GT' 같은 전략 차종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중국 여론의 시선도 매섭다. 최근 현지에서 진행된 초고속 충전 라이브 스트리밍 테스트 도중 배터리 표면 온도가 76°C까지 치솟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기술적 안정성과 열관리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술 고도화에 발목 잡힌 배터리 증산…인프라 확장과의 엇박자


BYD가 내세운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는 최적의 조건에서 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10%에서 70%까지 충전할 수 있으며, 9분 만에 97%까지 채우는 초고속 충전 성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성능 사양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미세 공정 탓에 생산 거점의 가동률은 시장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81.2GWh를 기록했으며 4월 단월 출하량은 20.98GWh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중국 내수 시장에 실제로 설치된 물량은 10.49GWh로, 당월 중국 전체 배터리 설치량인 62.4GWh의 16.83% 수준에 그쳤다. 전기차 시장 전체가 지난해보다 15.2% 커지는 동안 BYD의 공급 능력은 정체기에 접어든 셈이다.

배터리 공급이 묶인 상황에서도 대외적인 충전 인프라 확장은 멈추지 않아 구조적 모순을 키우고 있다. BYD는 지난 5월 7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만 55개의 초고속 충전소를 새로 열며 전국 312개 도시에 총 5979곳의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미 충전 전용 애플리케이션 가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연말까지 '플래시 차징 차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충전소를 2만 곳까지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으나, 정작 차량 인도가 지연되면서 구축된 인프라의 가동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배터리 3사 반사이익 얻나…하이니켈·실리콘 음극재 시장 선점 기회


국내 배터리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BYD의 수급 위기가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구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내수 1위 기업마저 고전압·고출력 배터리의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미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기반의 고전력 배터리 양산 경험을 축적한 한국기업들의 독자적인 기술 신뢰도가 부각될 수 있다는 처지다.

에너지 학계 전문가는 "초고속 충전은 단순히 전압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전극의 열화 현상을 막고 저항을 제어하는 고도의 소재 배합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자체 조달 방식에 의존해 온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양산 한계에 부딪힐 경우, 품질 안정성이 검증된 글로벌 제조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교두보 확보가 시급한 한국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현재 스텔라 리 BYD 부사장이 유럽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과 유휴 공장 자산을 활용한 위탁 생산 계약을 타진 중인 만큼, 유럽 연합(EU)의 환경 규제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안정적인 방열 설계를 갖춘 한국산 고성능 배터리의 현지 탑재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대형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유럽 진출 전략 변화와 배터리 수급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맞춤형 수주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