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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는 좋은데 기분은 최악"…미국인들이 1970년대보다 더 화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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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는 좋은데 기분은 최악"…미국인들이 1970년대보다 더 화난 이유

스탠퍼드 연구진 '가격 수준 충격' 변수로 예측 모델 맹점 확인
K자형 양극화·반복 충격에 한국 소비재·수출기업도 미 내수 점검 시급
미국 소비자심리 지수가 1970년대 고물가 시기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와 낮은 실업률에도 소비심리가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역설을 경제학자들은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 부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소비자심리 지수가 1970년대 고물가 시기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와 낮은 실업률에도 소비심리가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역설을 경제학자들은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 부른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소비자심리 지수가 1970년대 고물가 시기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와 낮은 실업률에도 소비심리가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역설을 경제학자들은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 부른다.

배런스(Barron's)27(현지시각)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SIEPR)가 이 현상을 규명하는 새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예측 모델이 놓친 변수, '가격 수준 충격(price level shock)'이 소비심리 붕괴의 핵심 열쇠라는 분석이다.

지표는 좋은데 기분은 역대 최악


미시간대학교 월간 소비자심리조사 20265월 지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율은 2.5%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체감은 정반대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소비자 지출 조사에서 2019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주거비는 월 1723달러(258만 원)에서 2189달러(328만 원)27% 올랐다. 식료품은 같은 기간 25% 이상, 계란 한 판은 1.5달러에서 4.5달러(6740)로 세 배 상승했다. 차량·연료비를 포함한 교통 지출도 팬데믹 이전을 크게 웃돈다.
주목할 점은 실제 소비와 심리의 괴리다. 미국 실질 개인소비지출(PCE)은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집계 기준 아직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둔화세다. 부유층이 총소비를 떠받치는 구조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이런 '심리 후행형 소비 둔화'가 분기·연도 단위로 굳어지면 결국 성장에 직접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현재 경제 상황이 역사상 최악의 소비심리를 정당화할 만큼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시각은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과 충돌한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 소속 재러드 번스타인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과 대니얼 포스트휴머스는 기존 모델에 결정적 변수가 빠졌다는 논문을 발표하며 반박에 나섰다.

'가격 수준 충격'이 빠진 예측 모델


두 연구자는 기존 소비심리 예측 모델이 '가격 수준 충격'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속도, 체감은 레벨이라는 점에서 두 변수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소비자는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정상 가격'을 기준으로 고통을 판단한다. 팬데믹 이전 추세 대비 현재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즉 가격 수준 자체가 심리를 짓누른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재직 시절 이 괴리를 직접 경험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9%에서 2.5%로 떨어졌다고 설명하면 사람들은 "그래도 계란은 예전 1.5달러로 안 돌아왔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이 변수를 모델에 추가하자 예측 소비심리와 실제 소비심리의 괴리, 이른바 '분위기 격차(vibe gap)'가 크게 해소됐다.

1970년대보다 지금이 나쁜가

1970년대 고물가 때보다 지금 소비심리가 더 나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정보 환경의 변화다. 조앤 슈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조사 책임자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감정을 자극하는 부정적 경제 뉴스를 선택적으로 증폭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관련 나쁜 소식을 접했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은 202240%까지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훨씬 심했던 1970년대 후반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둘째는 충격 이전 안정 기간의 차이다. CPI 데이터를 보면 1970년대 고물가 이전 15년간 인플레이션 변동성은 팬데믹 이전 15년 대비 세 배 높았다. 오랜 안정 끝에 닥친 충격이 악천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각인된다. 2021년 팬데믹발 물가 급등을 시작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5년 관세 충격, 2026년 이란 전쟁까지 가격 충격이 끊임없이 이어진 점도 심리 악화를 가속시켰다.

셋째는 임금 보상 구조의 차이다. 1970년대에는 고물가와 함께 명목임금도 함께 올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실질임금은 한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24년 들어 소폭 회복했지만 팬데믹 이전 대비 가격 수준 상승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 때 임금도 같이 올랐던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소비자가 실질 구매력 훼손을 체감하며 심리적 피로가 더 빠르게 누적되는 구조다.

한국 경제·수출 산업에 미치는 파장


미국 소비심리 위축은 한국 수출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2025년 기준 18%를 웃돈다. 미국 내 소비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프리미엄 가전·IT 기기 수요는 유지되는 반면, 중저가 소비재 수요가 먼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가전·모바일 기업은 미드레인지 제품군 판매 타격에 대비해 라인업 조정, 후불결제(BNPL) 강화, 프로모션 확대 등 수요 전략 조정 필요성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미드레인지 제품군의 재고 회전율이 실적의 핵심 선행 지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소득층 중심의 반도체·AI 인프라 투자는 상대적으로 견조해, K자형 분화 속에서도 HBM·서버 메모리 수요는 당분간 지지될 전망이다.

저소득층 직격…단기·중장기 전망


5월 미시간대 조사에서 저소득층과 대학 학위가 없는 소비자 집단의 심리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새 가격 충격으로 작용해 소비심리 반등을 단기적으로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주식 보유층의 소비 지탱 효과로 총소비가 아직 크게 꺾이지 않은 것은 완충 요인이다.

'가격이 안정됐다'는 통계와 '지갑이 가벼워졌다'는 체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소비심리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비심리 회복의 관건은 물가 상승률이 아니라 가격 수준의 정상화 혹은 실질소득의 회복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의 체감 시차는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를 매월 점검한다. 3개월 연속 하락은 미국 소비 냉각 본격화 신호로, 국내 대미 수출 소비재 기업의 실적 선행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저소득층 소매판매 추이를 확인한다. 월마트·달러제너럴 등 저가 유통 채널 실적이 고가 채널과 벌어지면 소비 양극화 심화로 해석하고 프리미엄·AI 인프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

셋째, 필수소비재 물가(식료품·에너지)의 방향을 주시한다. 이 두 항목 물가가 다시 오르면 가격 수준 충격이 재발해 소비심리 악화가 한 차례 더 찾아올 수 있다.

넷째, 실질임금 증가율을 확인한다.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안착하지 않으면 소비심리 회복은 제한적이다. 이 지표는 '가격 수준 충격' 해소 여부를 가리는 가장 직접적인 트리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