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는 협상 나서라"… 트럼프 발언에 우크라 재건주 들썩인다

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는 협상 나서라"… 트럼프 발언에 우크라 재건주 들썩인다

G7 에비앙 폐막… 위트코프·쿠슈너 모스크바 재파견 임박, HD건설기계·범양건영 주목
종전 시나리오 가시화되나… 러 원유 제재 면제 종료·추가 제재 합의가 분기점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하기 위해 모인 G7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하기 위해 모인 G7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란 전쟁의 그늘에 가려 4개월째 표류하던 우크라이나 종전 외교가 프랑스 에비앙레뱅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불씨를 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사흘 일정의 에비앙 회의를 마무리하며 "러시아는 지금 당장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공개 압박하자, 국내 증시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분류되는 HD건설기계·범양건영·전진건설로봇 등이 매수 타이밍 기대감을 키우며 들썩였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석유·가스 부문을 겨냥한 추가 제재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했고, 트럼프의 종전 협상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의 모스크바 재파견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AP통신·프랑스24 등이 16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젤렌스키 4개월 만의 단독 회담… 수도원 사진으로 트럼프 마음 움직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트럼프와 4개월여 만에 단독 회동했다. 약 30분간 이어진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는 전날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 수도원 현장 사진을 직접 꺼내 보였다.

천 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 수도원이 공격을 받아 전국적으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노트르담 대성당을 폭격한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유럽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공격에 명백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같은 날 카타르 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의 양자 회담 도중 기자들에게 "지난달에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3만 5000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란 문제가 이제 뒤로 물러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회담 후 로이터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G7 정상 전원이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가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 추가 지원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75분간 진행된 G7 우크라이나 실무 세션에서 정상들은 러시아 석유·가스 부문과 이른바 '그림자 선단', 제재 우회 금융망을 겨냥한 추가 제재에 공동 입장을 정리했다.

영국은 이미 영국해협에서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을 나포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상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러시아가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직접 말한 것 자체가 낙관론의 근거"라며 "그는 매우 협조적인 자세로 우리 말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EU 가입 협상 공식 개시·마크롱 "유럽이 지원 100% 떠맡아"


에비앙 정상회의와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룩셈부르크에서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첫 번째 협상 단계를 공식 개시했다. 타라스 카치카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협상 개시 직후 "우리에게 이것은 진정한 루비콘을 건너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1단계 협상에서는 사법 체계, 민주주의 기관 운영, 공공 조달 등 기초 분야가 다뤄진다. 전쟁 종식 이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안보 보장으로 EU 회원국 지위를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에비앙 회의 브리핑에서 "현재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의 거의 100%를 떠맡고 있다"며 미국의 기조 유지를 정면으로 압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상임의장도 공동 성명을 통해 EU의 900억 유로(약 157조 7979억원) 대출 패키지가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 재정 수요의 3분의 2를 충당하며 나머지는 G7 파트너들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했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 면제 조치에 대해 "이제 원유 공급이 재개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종료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밝혔다.

이 면제 조치는 러시아의 제재 효과를 사실상 희석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실제 종료시 대러 제재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큰 돌파구 기대 말라"… 위트코프·쿠슈너 모스크바行이 진짜 관건


낙관론과 함께 냉정한 시각도 나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전 외무장관은 16일 CNBC '스쿼크 박스 유럽'에 출연해 "트럼프는 모든 것이 개인적 관계에 달려 있다.

이번 G7에서 큰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앵커리지 미러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를 유일한 협상 전제로 고집하고 있어 타협 공간이 좁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 외교 소식통 두 명은 트럼프가 유럽 정상들이 요구하는 미국 독자 대러 제재 참여에는 끝내 명확한 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이번 에비앙 회의에서는 예년과 달리 G7 전체가 서명하는 공동 공보가 채택되지 않았다. 트럼프 재임 이후 2년 연속 공동선언이 무산되는 이례적 상황이 이어졌다. 대신 핵심광물, 보건, 아동 온라인 안전 등 분야별 개별 선언으로 대체됐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협상 특사의 행보다. 트럼프가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와 사위 쿠슈너를 모스크바에 재파견하기로 푸틴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까지 미러 양국을 오가며 종전 협상을 주도했다. 오는 20일 미국·이란 각서 서명이 마무리된 뒤 이들의 모스크바 행이 현실화된다면, 4개월째 동결 상태인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실질적 재가동 단계에 접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는 종전 협상 재개 기대감이 높아질 때마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가 단기 급등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HD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범양건영·전진건설로봇 등이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제 협정 체결과 재건 발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대감에 기반한 테마성 움직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추격 매수보다는 협상 진전 여부를 확인하며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G7 에비앙 정상회의는 17일 폐막했다. 이란 합의 이후 트럼프의 다음 행선지가 우크라이나 종전임을 세계에 알린 회의였지만, 미국의 독자 제재 동참 여부가 끝내 확정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위트코프·쿠슈너의 모스크바 재파견 시점과 러시아의 실제 협상 테이블 복귀 여부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와 재건주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