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기차 둔화 여파로 2025년 배터리 가격 40% 폭락
AI 데이터센터발 터빈 품귀·고유가 겹치며 가스 발전 건설 단가는 상승
포드·LG·SK 등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 EV서 '에너지 저장(ESS)'으로 무게추 이동
AI 데이터센터발 터빈 품귀·고유가 겹치며 가스 발전 건설 단가는 상승
포드·LG·SK 등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 EV서 '에너지 저장(ESS)'으로 무게추 이동
이미지 확대보기신재생에너지 확산의 핵심 인프라인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발전 원가가 사상 처음으로 가스 화력 발전소보다 낮아진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가스터빈 품귀 현상과 중동 분쟁발 고유가 기조가 맞물리면서 배터리와 가스 발전 간의 비용 격차는 향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집계한 자료에서 2025년 기준 배터리 에너지 저장 발전소의 평준화 발전원가(LCOE)는 메가와트시(MWh)당 7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7%나 급락한 수치로, 같은 기간 102달러로 치솟은 가스 발전소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이제 배터리 저장소의 발전 원가는 전통적인 석탄 화력 발전소 수준인 MWh당 77달러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LCOE는 발전소의 건설, 자금 조달, 연료 및 유지보수 비용을 모두 더해 총 발전량으로 나눈 지표로, 배터리의 경우 각국 도매 전력 시장의 충전 비용까지 반영된 수치다.
중국 제조업체의 무차별 공급 과잉… 전 세계 수요 5.6배 상회
이 같은 배터리 비용의 기록적인 파괴는 중국 배터리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생산시설 증설 경쟁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 ESS 설치 용량을 180기가와트(GW)로 늘리겠다는 매머드급 목표를 수립했으며, 지방 정부의 보조금 살포가 더해지며 2025년 한 해에만 설치 용량이 140GW로 매년 두 배씩 폭증했다.
한국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64%에 달해 2020년(50% 미만) 대비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심지어 중국 내 생산량 단 하나가 전 세계 총설치 수요를 초과하면서 피를 말리는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인하 경쟁이 가속화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도 불에 기름을 부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CATL과 BYD 등 중국 빅테크들은 자동차용 주문이 줄어들자 ESS 라인으로 전격 턴했다.
미국 컨설팅사 알릭스파트너스는 2025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총생산 능력이 약 3,600기가와트시(GWh)에 도달해 전 세계 실제 수요의 무려 5.6배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테크노 시스템즈 리서치의 후지타카 애널리스트는 "EV 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글로벌 데이터 센터와 발전소용 저장 배터리로 투자 초점을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포드와 한국 배터리 3사, 캐즘 돌파구로 'ESS 체질 개선' 사활
세계 2위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지닌 미국 역시 전기차 전환에 제동을 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공장 라인을 ESS용으로 빠르게 개조하고 있다. 포드 모터는 2027년까지 미국 켄터키주 기존 공장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20GWh 규모의 저장 배터리 생산 라인을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북미 전역에 포진한 약 10개의 배터리 합작 공장들 역시 이 같은 ESS 전환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미국 보조금 혜택에 전적으로 의존해 오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2025년 12월 말 결산 기준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거나 순손실을 기록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북미 공장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배터리 판매 단가는 수직 하락하는 반면 리튬, 니켈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수익성 압박이 극에 달했지만, 중국계 기업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CATL은 지난 4월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체 광물 확보 전문 법인을 신설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섰다.
BNEF의 기쿠마 이슈 수석 어소시에이트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크기를 키우지 않고 출력과 용량을 극대화하는 배터리 기술 혁신이 지속되면서, 2026년 배터리 저장소의 LCOE는 추가로 8% 하락한 72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불러온 가스터빈 품귀… 호르무즈 폐쇄로 가스 단가 폭등
반면 석탄 화력의 대안으로 꼽히던 가스 화력 발전의 단가는 2025년에만 16% 폭등했다.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미쓰비시중공업 등 세계 3대 가스터빈 제조업체로 주문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공급 부족은 심각한 수준으로, BNEF 측은 "지금 가스터빈을 주문하더라도 오는 2030년까지는 배송조차 받지 못하는 유례없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전격 폐쇄되면서 가스 발전의 핵심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조달 비용이 수직 상승했다. 대다수 글로벌 LNG 장기 공급 계약이 국제 원유 가격과 연동되어 있어, 중동발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차세대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던 해상 풍력 발전은 고금리와 원자재 비용 인상 탓에 LCOE가 12% 상승한 100달러를 기록해 초기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육상 풍력(40달러), 태양광(39달러) 등 저렴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가격이 폭락한 배터리 ESS에 저장해 사용하는 방식이 가스 화력 발전이나 해상풍력을 제치고 가장 강력한 글로벌 에너지 경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