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합의 서명 앞두고 이란산 원유 복귀 전망
두바이유 콘탱고 전환…IEA도 내년 공급과잉 경고
두바이유 콘탱고 전환…IEA도 내년 공급과잉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산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
17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75달러(약 11만3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약 12만1000원)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하루 뒤 WTI까지 추가 하락하며 원유시장 전반에 공급 확대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의 잠정 평화 합의는 19일 서명될 예정이며 이란에 원유를 즉시 판매할 권리를 포함한 광범위한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봉쇄로 묶였던 이란산 원유와 걸프 해역에 갇힌 선박 물량이 다시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매도세를 키우고 있다.
WTI는 장중 낙폭을 일부 줄이며 보합권으로 돌아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공급 증가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원유 생산업체와 해운사, 트레이더들은 합의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이 언제 본격적으로 정상화될지를 평가하고 있다.
◇ 브렌트 80달러 이어 WTI 75달러 하회
이번 하락은 단순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 축소를 넘어 실제 공급 확대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전쟁 기간 원유시장에 붙어 있던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빠지고 있는 것이다.
선주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비해 선박을 중동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란산 원유뿐 아니라 걸프 해역 안에 묶여 있던 중동 산유국의 원유 선박 100척 이상도 운항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사실상 시장에 대규모 비축 물량이 방출되는 효과가 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만큼, 통행 정상화는 원유 수급 불안을 빠르게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유 가격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움직임이 본격화한 뒤 전쟁 기간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다.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최근 유가 급락으로 상당 부분 누그러지고 있다.
◇ 두바이유 시장도 약세 신호
공급 확대 전망은 주요 시장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중동 두바이유 시장의 주요 기간 스프레드는 이미 약세 신호인 콘탱고 구조로 전환됐다.
콘탱고는 가까운 시점의 원유 가격보다 나중에 인도되는 가격이 더 높은 상태를 뜻한다. 통상 공급이 충분하거나 공급과잉 우려가 커질 때 나타나는 구조다. 브렌트유 근월물 기간 스프레드도 17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같은 날 내년 원유 수급을 처음 전망하면서 이번 분쟁이 기존 예상보다 더 큰 수요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IEA는 원유시장에 다시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이번 하락은 단순히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달 동안의 세계 원유 균형을 다시 계산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가 급락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고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도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기술적 매도세도 하락폭 키워
기술적 요인도 유가 하락을 키웠다. 일부 기술적 매매 투자자들이 약세 베팅을 늘린 가운데 브렌트유는 17일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돌았다.
이는 원유시장 투자심리가 단순히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그치지 않고 공급과잉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산 원유의 추가 공급 가능성과 해상 운송 정상화 기대가 동시에 가격을 누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공급 회복 속도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산 원유 수출이 즉시 허용되더라도 선박 배치와 보험, 금융 결제, 항만 운영 정상화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단기간에 몰릴 경우 해상 운송과 항만에서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실제 서명과 이행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합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본격 재개되면 원유시장에는 추가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