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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도 전에 수천만 불 소송전”… 조비·아처, 에어택시 띄우기 전 돈줄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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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도 전에 수천만 불 소송전”… 조비·아처, 에어택시 띄우기 전 돈줄 마른다

‘영업비밀 유출 vs 中 유착 의혹’ 맞소송에 英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까지 얽힌 3자 법정 공방
부품 최적화할 엔지니어·CEO까지 법정 증언 압박… FAA 인증 일정 지연 및 투자 심리 냉각 악재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전방위적 소송전에 돌입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전방위적 소송전에 돌입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전기 에어택시(도심항공교통·UAM) 혁명이 활주로를 벗어나기도 전에 엉뚱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기술적 결함이나 규제의 벽이 아닌, 업계 선두주자 간의 진흙탕 법정 공방 때문이다.

유료 승객을 단 한 명도 태우기 전부터 미래 에어택시 시장의 패권을 독점하기 위한 ‘돈 싸움’이 시작되면서, 스타트업들의 핵심 자본이 변호사 비용으로 증발하고 있다는 혹독한 진단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글로벌 기술 전문 매체 테크 버즈(Tech Buzz)에 따르면, 미국 내 도시 항공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 온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전방위적 소송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시작된 양사의 법적 분쟁은 기업 스파이 행위와 은폐된 중국 연계 의혹을 넘어, 최근에는 업계의 생사여탈권을 쥔 3자 특허 전쟁으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영업비밀 침해냐, 중국 유착 숨기기냐… 막장 치닫는 고위험 판결 게임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양사가 서로를 향해 소장을 날리면서 시작됐다. 조비 측은 자사 핵심 엔지니어들이 아처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 비밀과 기밀 정보를 무단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아처에 합류하자마자 의심스러울 정도로 유사한 항공기 설계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조비의 입장이다. 이에 아처는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의 구조적 특성상 실용적인 설계 형태가 제한되어 있어 발생한 유사성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오히려 아처는 조비가 미국 정부의 안보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문제적 금융 관계를 은폐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맞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미국 내 외국인 투자 심의가 엄격해진 상황에서 항공 기술 분야의 ‘중국 유착 의혹’은 강제 자산 매각이나 연방항공청(FAA) 인증 취소로 이어질 수 있는 폭발력 높은 뇌선이다.

이에 대해 조비는 자사의 지배구조가 완전히 투명하며 미국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처는 조비뿐만 아니라 영국 기반의 에어택시 개발사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까지 소송 구도에 끌어들였다. 아처는 지난 2월, 버티컬의 차세대 항공기 ‘VX4’가 자사의 eVTOL 설계 및 추진 시스템 특허를 침해했다며 두 번째 법적 전선을 구축했다.

버티컬 측은 즉각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으나, 이로써 글로벌 에어택시 시장은 이륙도 하기 전에 사법적 쇠사슬에 꽁꽁 묶이게 됐다.

독점권 쥐려는 승자독식 야욕… 배터리 고도화 대신 ‘재판 준비’에 자본 탕진


에어택시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사활을 건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시장의 ‘승자독식(Winner-takes-all)’ 특성 때문이다. 전통 항공 시장과 달리 도시 항공 모빌리티는 주요 메가시티의 버티포트(이착륙장) 인프라 제약이 극심해 초기 시장을 선점한 한두 개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릴 확률이 매우 높다.

아처가 특허권을 무기로 경쟁사들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실효성을 증명하기도 전에 시장을 통째로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재정적 타격은 치명적이다. 항공 분야 특허 소송은 통상 수천만 달러의 법률 비용이 소모되며 증거 개시(Discovery) 절차 등으로 인해 무한히 장기화되기 십상이다.

아직 상업 매출이 전혀 없는 선수익 스타트업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조비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7억 달러 이상의 현금 보유액을 발표하긴 했으나, 고비용 항공기 개발과 FAA 인증 절차에 소송 비용까지 겹치면서 현금 고갈 속도(Burn rate)가 무서운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제 기술 개발의 중단이다. 배터리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기체 안전성을 다듬어야 할 핵심 엔지니어들이 법정 증언과 소송 서류 준비에 매달리고 있으며, 최고경영진 역시 버티포트 파트너십 협상 대신 재판 준비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 두고 자멸”… 결국 돈 버는 건 변호사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법적 난투극이 신흥 eVTOL 분야의 혁신에 강력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한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법적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존의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기술 발전이 도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당초 투자자들과 규제 당국에 약속했던 도시 교통 혁신의 비전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과거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붐을 타고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상장했던 에어택시 기업들은, 현재 수익 창출 지연에 지친 투자자들의 조급함으로 인해 주가가 최고점 대비 크게 폭락한 상태다.

결국 전기 에어택시 산업은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의 점유율을 두고 서로의 피를 말리는' 잔혹한 역설에 빠졌다. 설령 법정에서 최종 승리하더라도, 승객들이 꽉 막힌 도로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200달러의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시장성 유무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 비싼 소송전의 최종 승자가 상속받을 것은 보장된 황금 시장이 아니라, '이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볼 수 있는 독점적이고 값비싼 특권에 불과하다. 현재로서 이 에어택시 혁명에서 확실하게 돈을 벌고 있는 유일한 승자는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들뿐이라는 냉소적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