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국부펀드, 이사회 의결권 17% 쥐고 이스라엘 방산 거래 거부감 표출
독일 자동차 위기 돌파구 찾는 폭스바겐, 지정학 방벽에 가로막혀
독일 자동차 위기 돌파구 찾는 폭스바겐, 지정학 방벽에 가로막혀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 통신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한 데 이어 예루살렘포스트가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폭스바겐 3대 주주인 카타르 국부펀드 카타르투자청(QIA)이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라파엘)와 진행 중인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 매각·전환 협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동 지정학 갈등이 유럽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앞길을 막아선 형국이다.
카타르, 의결권 17%로 이사회 장악… '이스라엘 방산 딜'에 제동
카타르는 QIA를 통해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의결권 17%를 쥐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카타르의 복잡한 관계를 이유로 양사 협의에 우려를 표했다.
QIA는 포르쉐 SE(창업주 가문 투자회사)와 니더작센주에 이어 폭스바겐 3대 주주이며, 감독이사회에 2석을 확보하고 있다. 즉, 이번 거래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 카타르는 사실상 거부권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카타르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은 중동 정치 구도에 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 관계가 없고, 오히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를 오가는 비공개 중재자 노릇을 해왔다.
하마스 정치국은 도하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카타르 내 팔레스타인 지지 여론도 폭넓다. 이런 처지에서 이스라엘 방산업체가 만드는 아이언돔 부품 공장 거래를 측면 지원하는 모양새는 도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폭스바겐·감독이사회·QIA 대변인 모두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오스나브뤼크 공장 2300명 일자리… '자동차→아이언돔' 전환이 돌파구였다
이 공장은 티록 컨버터블 등 소량 특화 모델을 생산하는 연산 10만 대 규모 시설로, 2024년 노사 합의한 비용 절감 계획에 따라 내년 차량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다. 직원 2300명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
라파엘은 이 공장에서 아이언돔 방공 시스템 구성 부품을 생산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지난 4월 말 부지 인수 의향서에 서명했다. 생산 대상은 요격 미사일을 실은 트럭·발사대·발전 장치 등이며, 미사일 자체는 생산하지 않는다.
폭스바겐은 무기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따르면 아이언돔 포대 1기 가격은 약 1억 달러(약 1538억 원)에 이른다.
폭스바겐이 생산 전환에 나선다면 빠르면 12개월 안에 아이언돔 부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독일 정부도 방산 수요와 자동차산업 유휴 인력을 연결하는 구상을 추진해왔으며, 2029년까지 국방비를 2025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확정한 상태다. 방공 시스템은 독일 정부가 꼽는 핵심 투자 분야다.
니더작센주 합작법인 카드… 카타르 설득 가능할까
두 소식통은 오스나브뤼크 공장 소재지이자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를 품은 니더작센주가 폭스바겐과 라파엘의 합작법인 형태로 이 사안에 참여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니더작센주는 폭스바겐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감독이사회 이사인 올라프 리스 니더작센 주지사는 카타르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로이터에 "회사가 이 책임을 다하고 약속한 결정을 시의적절하게 내놓기를 기대한다. 주 정부는 적절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건설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합작법인 구조가 카타르 측 거부감을 누그러뜨릴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거래 당사자를 '폭스바겐 직접'이 아닌 '합작법인'으로 분리하면 QIA의 이사회 의결 개입 여지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합작법인 설립 역시 지분 구조와 경영 주도권 조율이 필요해 협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폭스바겐이 실적 회복을 위해 방산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중동 지정학이 독일 공장 노동자 2300명의 일자리 문제와 뒤엉킨 복잡한 방정식이 됐다.
카타르·이스라엘 관계가 풀릴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협상의 향방은 유럽 자동차산업이 방산 전환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