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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케미스트리에 묶인 미·중 관계… ‘안전장치 없는 시한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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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케미스트리에 묶인 미·중 관계… ‘안전장치 없는 시한폭탄’ 되나

전문가들 “전문 관료 채널 붕괴, 최고 지도자 개인 신뢰에만 의존”
트럼프, 백악관 NSC 인력 40% 가혹한 감축 감행… 전문성 대신 충성파 중심 의사결정 독점
5월 베이징 정상회담 성과 미미… 170억 달러 농산물 등 알맹이 없는 ‘과장된 거래’ 비판 직면
5월 14일 베이징 천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5월 14일 베이징 천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거시경제 전선에서 지정학적 긴장 수위가 격동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핵심축인 미·중 관계가 시스템적인 외교 채널 대신 최고 지도자 간의 지극히 사적이고 위태로운 ‘개인적 신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실망 섞인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전문가 배제 기조와 독단적인 밀실 협상 스타일이 글로벌 안보 생태계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양자 관계의 ‘가장 약한 고리(Weakest Link)’를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전직 미국 외교 수뇌부들과 글로벌 싱크탱크 분석가들은 지난 5월 단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두고 모호하고 모순된 발표, 과장된 약속, 미미한 성과로 점철된 외교적 기회 놓치기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국 경제의 뿌리 깊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실무 그룹이나 제도적 방어벽이 붕괴하면서, 붕괴 위험을 안은 외교 전선이 오롯이 두 정상이 나누는 간헐적인 독대와 개인적 케미스트리에만 저당 잡히게 됐다는 정밀 분석이다.

“전문가 필요 없다, 상식이 우선”... 트럼프, NSC 인력 40% 칼바람 숙청


조지타운 대학교 아시아학 학과장이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국장인 에반 메데이로스(Evan Medeiros)는 “이번 방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국 정책을 철저히 독점적으로 주도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며 “그는 이 관계에 개인적·정치적 자본을 깊이 베팅하고 있으며 최소 2026년 말 시점까지 백악관의 중국 담당 책임자로 남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 같은 중앙집중식 의사결정이 양국 관계를 지탱하던 전통적인 시스템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개시 단 이틀 만에 복잡한 중국 매커니즘에 익숙한 국무부와 NSC의 중국 팀 전문 인력을 무려 40%나 감축하라고 명령하며 혹독한 칼바람을 들이댔다.

그는 “위대한 나라가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소위 ‘전문가’들의 늪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이라며 고도화된 학위나 관료주의적 전문성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신 트럼프는 철저한 사전 각본이나 실무 심사 없이 자신의 ‘직감’과 개인적 카리스마를 활용해 시 주석과 즉석에서 ‘역사적인 거래’를 체결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을 고집했다. 그는 5월 14일 베이징 천원 투어 당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매우 빠르게 해결했다”며 환상적인 미래를 과장되게 자랑했다.

그러나 크레이그 싱글턴(Craig Singleton)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수석 중국 국장은 “워싱턴은 수개월간 부처 간 전문 지식을 믹스해 세밀한 수첩을 따르던 전통이 있었으나 현 체제는 지나치게 급하고 느슨하다”며 “대통령이 관료들의 정밀 검토를 거부한 탓에, 중국이 희토류 카드로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사전에 경고된 것보다 훨씬 나쁜 조건의 합의 도장을 찍고 베이징을 떠났다”고 꼬집었다.

농산물·보잉기 기대 이하 낙제점… 베이징, 트럼프의 ‘국내 정치용 갈망’ 읽어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포트폴리오의 실상에는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 합의는 과거 2022년의 기록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약 200대의 보잉 항공기 및 400대의 제트기 도입 기대치 역시 시장의 가혹한 낙제점을 받았다.

새로 설립하기로 약속한 무역위원회 역시 어떤 품목을 ‘전략적 자산’으로 통제할지, 과거 실패한 2020년 ‘1단계 무역합의’의 치명적인 구멍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서면 믹스나 세부 조항이 완전히 부재한 명목상의 허울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시진핑 주석의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 매커니즘과 취약점을 완벽히 파악해 외교적 치트키로 역이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 포화와 국내 정치적인 지지율 급락에 직면한 트럼프가 자국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화려한 외교 무대와 미미한 ‘승리’의 결과물이라도 필사적으로 갈망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에드가 케이건(Edgar Kagan)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은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관계를 거시적으로 제어하는 최선의 치트키가 시 주석과 트럼프 간의 가혹할 정도로 끈끈한 개인적 유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철저히 시간을 벌고 자국 공급망의 체력을 기르는 헤징(Risk Hedging) 타이밍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글턴 국장은 “중국의 핵심 본질 전략은 기술 자립을 배가하고 산업 생산력을 강화해 위기 상황에서 워싱턴이 중국을 제약할 수 있는 능력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가위는 빼앗고, 중국이 미국을 찌를 칼은 그대로 쥐고 가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벼랑 끝 전술’이 불러온 호르무즈 봉쇄와 희토류 통제… “중국 스스로 해방됐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이 거세된 트럼프 특유의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벼랑 끝 협상 스타일’이 오히려 잠재적 적대국들을 극단적인 코너로 몰아넣어 미국의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이스라엘과 연대해 이란을 향해 “석기 시대로 되돌리겠다”고 단행한 가혹한 무력 위협은 테헤란 정권으로 하여금 전 세계 석유·가스 유동성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무차별적으로 차단하게 만드는 역대급 부침을 낳았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중국을 향해 기습적인 ‘해방기념일 관세 폭탄’을 선언하며 수백만 명의 현지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하자, 베이징은 즉각 자국이 독점 지배하고 있는 친환경 딥테크의 핵심 뿌리, ‘희토류 광물 공급망’ 전체를 걸어 잠그는 거대한 보복성 통제 카드를 전격 공개했다.

스콧 케네디(Scott Kennedy) CSIS 중국 비즈니스 의장은 “미국이 관세를 발표하자 중국은 격렬한 반격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도구를 이전에는 차마 쓰지 못했던 파괴적인 방식으로 과감하게 휘두를 의지가 생겼다”며 “중국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무자비한 압박 덕분에 서방의 눈치를 보던 족쇄에서 스스로가 ‘해방’되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현 통상 전선의 위태로움을 고발했다.

일방적인 에어포스 원(AF1) 약식 기자간담회만 선호할 뿐, 서면 보고서나 공식적인 공동 기자회견을 전면 거부하는 두 정상의 투명성 결여 행보는 향후 더 가혹한 비난전과 potental 무역 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관세 전쟁의 포화와 자원 안보 펜스가 격동하는 2026년 하반기, 리더십 교체 시 단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개인적 유대’라는 불안정한 기초 위에 세워진 미·중 권력 구조의 거대한 치킨게임에 전 세계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매서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