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자본지출 지속성 시험대…테슬라·반도체 상장지수펀드 하락에 무게
수요 성장에 가려진 투자 속도전…자산 회수 기간 둘러싼 논쟁 격화
수요 성장에 가려진 투자 속도전…자산 회수 기간 둘러싼 논쟁 격화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시장을 향한 대규모 자금 쏠림 현상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하락 베팅 세력을 불러내며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한국의 반도체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과열의 강력한 신호로 지목하며 풋옵션 중심의 하방 포지션을 확대했다.
미국 정부의 안보 규제와 빅테크 기업의 비용 절감 움직임도 겹쳤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인공지능 자본지출(CAPEX)의 지속 가능성 논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각) 미국 헤지펀드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마이클 버리가 자체 구독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 시장의 과열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버리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초대형 설비투자 발표를 시장 전환의 예고편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한 5000억 달러(약 775조 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계획이 시장 정점의 징후라는 진단이다.
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SOXX 상장지수펀드(ETF)의 풋옵션 만기를 내년 3월로 연장하며 행사가격을 400달러대(약 62만 원) 초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수가 최고점과 비교해 30% 이상 급락하는 상황에 방어막을 친 포지션으로 해석된다.
다만 버리의 공시는 지연 특성을 지니며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 분산(헤지) 목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가 지목한 5000억 달러 투자의 성격도 따져봐야 한다. 해당 수치는 단일 기업의 연간 설비투자가 아니다.
정부 지원 아래 두 기업이 수십 년간 분산 집행하는 장기 누적 투자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과잉의 즉각적인 신호탄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 인프라와 캐터필러 공매도의 연결고리
버리의 하방 포지션은 반도체 제조사를 넘어 인프라 전반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글로벌 건설장비 기업 캐터필러를 공매도 명단에 올린 점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 인프라의 본질은 거대한 컴퓨팅 연산 장치다. 동시에 이를 지탱하는 전력망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토목 구조물의 결합체다.
데이터센터 부지 조성과 전력 설비 구축에는 캐터필러의 중장비가 필수적으로 투입된다.
버리의 캐터필러 하방 베팅은 향후 데이터센터 착공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거시적 안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인공지능 수요의 유무가 아니라, 인프라 투자 속도가 실제 수익화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의 펀더멘털에도 속도 조절 징후가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신 인공지능 모델 출시 통제에 나섰다.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클라우드 기업들이 저비용 서비스로 눈을 돌리며 과열된 투자 기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일(현지시각) 벤처투자사 VZ.VC의 창립자 비제이 판데 역시 과도한 데이터센터 지출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거품이 터지는 과정이 장기적으로 기술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익화 지연' 버블론 vs 'HBM 공급 제약' 성장론
글로벌 투자 시장은 현재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두고 날카로운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논리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대립한다.
우선 과열을 주장하는 버블론자들은 빅테크의 자본지출 비대화를 지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의 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에서 60% 수준에 달한다.
무디스 신용평가 조사를 보면 거대 빅테크 5개 사가 서명한 미개시 데이터센터 리스 의무액만 6620억 달러(약 1027조 원)에 이른다. 수요가 꺾일 경우 도미노 식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2026년 들어서만 약 65% 급등했다. 과거 2000년 닷컴버블 당시의 200일 이동평균선 이격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구조적 성장론자들은 공급 제약과 안보 자산이라는 특성에 주목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정 난이도가 높아 공급 증가 속도가 제한적이다.
주문잔량이 이미 1년 치 이상 밀려 있어 단기 급락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서비스 학습 단계가 끝나면 이를 전 세계 사용자가 활용하는 추론 수요가 폭발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설비투자의 성격이 성숙기로 진화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인공지능 인프라는 국가 안보 자산이 됐다.
경제적 투자수익률(ROI)이 낮아지더라도 정부와 기업이 투자를 쉽게 축소할 수 없는 구조다.
스마트 머니가 주목하는 투자자 행동 지표
단기 주가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장의 구조적 방향 전환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향후 자산 배분을 재점검할 때 세 가지 핵심 지표를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리드타임 변화 추이다. 주문 후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을 통해 공급 부족의 완화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둘째는 대규모 클라우드 기업의 전체 매출 중 인공지능 서비스 매출 비중이다. 투자한 만큼 돈을 벌고 있는지 입증하는 지표다.
셋째는 서버용 디램과 고대역폭메모리의 분기별 고정거래가격과 주문잔량 추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직접 결정하는 요인이다.
인공지능 거품 논쟁은 시장을 위축시키는 악재가 아니다. 과도한 기대감을 걷어내고 옥석을 가려내는 자연스러운 절차다. 투자의 대가들이 던지는 경고음의 이면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