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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 결정권 쥔 변압기… 미국, ‘제조업 독점’ 중국과 2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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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속도 결정권 쥔 변압기… 미국, ‘제조업 독점’ 중국과 2차 전쟁

초고압 전력망과 핵심 소재 병목 심화… 공급 적체 최장 4년으로 증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설비투자 폭발에 글로벌 공급망 패권 경쟁 격화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이 글로벌 공급망 안보와 제조업 패권을 가늠할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이 글로벌 공급망 안보와 제조업 패권을 가늠할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이 글로벌 공급망 안보와 제조업 패권을 가늠할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변압기를 비롯한 핵심 전기 장비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탓이다. 과거 미국이 희토류 정제 지배권을 중국에 넘겨주며 겪었던 공급망 취약 우려가 AI 핵심 기반 시설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현지시각) 보도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낸 조쉬 조퍼 CIV 투자자의 분석을 인용했다. 조퍼는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 시대의 희토류 정제소와 같다고 평했다. 미국이 인프라 규제와 지역 사회 반대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는다면 핵심 기술 주도권을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희토류 정제소와 유사하다. 하지만 병목의 본질은 자원 자체가 아니라 초고압 전력 인프라의 제조와 엔지니어링 역량에 있다. 미국이 국내 제조 회귀를 추진하더라도 자동적인 패권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중국은 이미 초고압 송전(UHV) 기술과 변압기 제조 분야에서 압도적인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생산 전환은 오히려 제조 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재·인력·인증 3중고에 막힌 전력 공급망


현재 미국 내 전력 인프라 병목 현상은 단선적인 공급 부족을 넘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 시설과 달리 345kV 이상 초고압 변압기와 맞춤형 특수 사양 장비를 집중적으로 요구한다. 반면 변압기 핵심 소재인 방향성 전기강판(GOES)과 권선용 구리 공급은 매우 타이트한 실정이다. 여기에 숙련 인력 부족까지 겹쳐 제조 역량 확대가 제한적이다.

미국 각 지역 유틸리티 기업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와 설계 주문 제작 방식도 리드타임을 늘리는 요인이다. 미국 내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신규 수요가 동시에 맞물리며 전력 공급망 전체에 과부하가 걸렸다.

근본적인 병목은 장비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자체에도 존재한다. 미국 전역에서 전력망 접속 대기열이 수년씩 지연되는 실정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보다 연중무휴 지속되는 안정적인 기저부하를 요구한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 중인 현재 전력 시장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변압기 부족은 이러한 전력 공급 한계를 더욱 증폭하는 촉매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빅테크 자금력과 현지 투자가 만든 병목 프리미엄


전력 인프라 병목이 심화하자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현지 설비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에너지와 독일 지멘스에너지 등 글로벌 전기 장비 기업들은 미국 내 제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 해외직접투자(FDI)를 단행했다.

자금력이 풍부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안정적인 장비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CAPEX) 합계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력 장비 시장 규모도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팽창하고 있다.

실제 미국 내 대형 유틸리티와 설계·조달·시공(EPC) 기업들의 발주 사례를 보면 초고압 변압기 조달 기간은 과거 1년 미만에서 현재 2년에서 4년까지 늘어났다. 납기를 조기에 확보한 전력 장비 기업들이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하는 병목 프리미엄 장세가 뚜렷하다.

GPU에서 인프라로 전환된 AI 패권 경쟁


이러한 수요 중심 공급망 구축은 미국 제조업 부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이나 관세 장벽 없이 시장 수요만으로 첨단 산업 생태계를 미국 내에 묶어두는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인프라 확충 지연은 핵심 기술 개발 기회를 박탈해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1%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2950억 달러(452조 원)를 투입하며 맹렬히 추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규제에 묶이면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변압기와 스위치기어를 포함한 전력 장비, 전력 EPC, 전선과 케이블,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다. 반면 전력 요금 규제와 정치화 가능성, 물 사용량과 탄소 배출 관련 ESG 규제는 데이터센터 확장의 주요 리스크다.

이에 대응해 데이터센터를 중동이나 북유럽 등 전력 여유 지역으로 분산하거나, 데이터센터 인근에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 발전을 직접 짓는 온사이트 발전 시나리오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 경쟁은 이제 반도체 칩 확보전에서 전력 인프라 확충 경쟁으로 완전히 확장됐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이제 그래픽처리장치(GPU) 개수가 아니라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망 확보 능력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 지출 추이와 변압기 리드타임 지표를 바탕으로 공급망 병목 해소 시점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