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사상 최대 실적에도 12만 명 감원… 빅테크, 사람 줄이고 GPU 산다

글로벌이코노믹

사상 최대 실적에도 12만 명 감원… 빅테크, 사람 줄이고 GPU 산다

비용 절감 아닌 '자본 재배치'… 인건비 축소해 AI 데이터센터로 자금 집중
이익 늘고 고용이 감소하는 '탈고용 성장' 본격화… 국내 IT·외주 시장도 타격 우려
빅테크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대규모 감원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빅테크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대규모 감원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빅테크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대규모 감원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기술매체 테크크런치는 6(현지시각) 인공지능(AI)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 조직을 축소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 현황을 집중 보도했다.

이번 감원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인건비 비중을 전방위로 낮추고 자원을 AI 인프라에 집중하는 '자본 재배치'. 이익이 늘어남에도 고용이 줄어드는 '탈고용 성장'이 글로벌 기술 산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거대 자본 이동… 인건비 줄여 AI 설비투자 확충


정보기술 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강도가 매섭다. 재취업 지원기관 챌린저스레이앤크리스마스는 올해 5IT 업계 해고 규모가 수년 만에 한 달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감원 사유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AI.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피아이이에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확정된 IT직군 해고 규모는 12만 명에 이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감원을 마진 방어용 비용 절감으로 보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의 AI 관련 설비투자(CAPEX)는 지난해보다 20%에서 30% 이상 증가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건비 중심의 비용 구조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 지출로 이동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트렌드로 보는 빅테크 구조조정 3대 유형


현재 진행 중인 빅테크 감원 흐름은 조직의 역할과 목표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인건비를 삭감해 GPU와 데이터센터 투자 자원을 마련하는 '인프라 투자형'이다. MS는 전체 인력의 2.1%에 해당하는 4800개 직무를 없앴다. 회사 측은 AI가 개별 직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지만,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구글 역시 클라우드 부문을 중심으로 소규모 팀 관리자 보직을 35% 줄이며 조직을 단층화했다. 올해에만 엔지니어 1500명에서 3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오라클도 올해 6월 연례 금융 감독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전체 직원의 13%21000명을 내보내며 절감한 재원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둘째는 중간관리 층을 제거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조직 슬림화형'이다. 인튜이트는 올해 5월 전체 인력의 17%3000명을 감원하며 자원을 AI 분야에 재배분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스코 시스템즈는 시장 예상을 웃도는 이익을 내고도 4000명을 감축하며 반도체와 광학, AI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63980만 달러(9783억 원)를 기록하고도 인력 20%를 해고했다. 해고 대상의 상당수는 중간 관리직과 재무, 법무 등 행정 인력이었다.

셋째는 AI 도구를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극단 실험형'이다. 코인베이스는 직원 700명을 감원하며 최고경영자 아래 조직을 5개 단계로 축소했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상품 기획을 혼자 처리하는 '1인 팀' 실험에도 나섰다.

블록은 전체 인력의 40%에 달하는 4000명을 감원해 기존 1만 명 선이던 임직원 규모를 6000명 미만으로 대폭 축소했다. 소규모 정예 팀과 AI 도구를 결합해 조직 효율성을 극단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IT·플랫폼 업계에 미치는 파장


글로벌 자본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IT 고용 시장도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증원 없는 성장'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탈고용 성장 모델이 국내 주요 IT·플랫폼 기업에도 유사한 인력 구조조정 압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시스템통합(SI)과 외주 중심 인력 구조는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AI 도구 활용으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SI와 개발 외주 시장의 인력 수요가 단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도 중장기적 고용 시장 변화를 전망한다. AI 활용 능력을 갖춘 소수 정예 중심으로 IT 조직이 재편되고 있어, 단순 코딩이나 행정 업무를 맡는 인력의 설 자리는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 관점의 투자 체크포인트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판단할 핵심 변수는 생산성 지표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기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전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매출 내에서 순수 AI 서비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의 상승 여부다. 시장은 이제 비용 절감 효과를 넘어 AI가 실제 돈이 되는지를 가장 먼저 평가한다.

둘째, 직원 한 사람 앞에 발생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증가 폭이다. 인력 감축과 AI 도입이 실제 생산성 혁명으로 이어지는지 증명해야 한다. 셋째,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확대로 인한 감가상각비 부담을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넘어서는가다.

인건비 절감분을 웃도는 AI 설비투자가 실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여부가 향후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지표다. 물론 과도한 인프라 투자가 단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