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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호르무즈 우회하는 새 항만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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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호르무즈 우회하는 새 항만 추진한다

DP월드, 푸자이라 신항·터미널 건설 협의…제벨알리 의존 낮추는 물류 재편
지난 3월 1일(현지시각) 중동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UAE 두바이의 제벨알리항에서 미사일 요격 잔해로 부두 한 곳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위성으로 포착된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1일(현지시각) 중동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UAE 두바이의 제벨알리항에서 미사일 요격 잔해로 부두 한 곳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위성으로 포착된 모습. 사진=로이터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대 도시 두바이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새 물류 통로 구축에 나섰다.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커지면서 두바이의 핵심 물류 허브인 제벨알리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바이 항만 운영사 DP월드가 UAE 동부 해안 푸자이라에 새 다목적 항만과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푸자이라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의 오만만에 접한 지역이다.

새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면 컨테이너 화물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푸자이라로 들어온 뒤 육로를 통해 두바이와 아부다비, 인근 걸프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두바이 물류 체계가 수십 년간 의존해온 제벨알리항 중심 구조에 큰 변화를 뜻한다.

◇ 제벨알리 의존 줄이는 동부 해안 전략


제벨알리항은 두바이를 세계적 물류·재수출 허브로 키운 핵심 인프라다.

제벨알리는 중동 최대 컨테이너항으로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 1560만개를 처리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중동을 잇는 재수출 거점이자 자유무역지대, 창고, 중공업 시설이 결합된 두바이 경제의 상징적 기반이다.

그러나 지리적 약점도 뚜렷하다. 제벨알리항은 페르시아만 안쪽에 있어 선박이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 호르무즈 통항이 흔들리면 제벨알리 물동량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FT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 뒤 제벨알리항 활동은 90~95% 급감했다. 이 충격이 DP월드가 동부 해안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됐다.
DP월드는 현재 UAE 정부 관계자들과 사업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새 항만이 이르면 1년 반 안에 완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푸자이라, 컨테이너 우회 거점으로 부상


푸자이라는 UAE 7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로 이미 에너지 인프라에서 전략적 역할을 해왔다.

아부다비는 원유 일부를 푸자이라를 통해 수출하고 있으며 UAE는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수송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해왔다. 이번 DP월드 계획은 에너지에 이어 컨테이너 물류에서도 푸자이라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FT는 전했다.

DP월드는 푸자이라 해안 지역에 완전히 새로운 다목적 항만을 건설하고 기존 항만에도 새 컨테이너 터미널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투자 규모는 수억달러로 예상된다. 추가 물동량 수요에 따라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인근 코르파칸항도 물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르자 기반 항만 운영사 걸프테이너는 이달 초 코르파칸항 확장을 위해 2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푸자이라와 코르파칸은 모두 UAE 동부 해안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전쟁과 해상 공격이 장기화할 경우 이 지역 항만의 물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 “제벨알리 대체 아닌 방어적 보완”


DP월드는 푸자이라 프로젝트가 제벨알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제벨알리의 위상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벨알리항은 단순 항만이 아니라 자유무역지대와 산업시설, 물류창고가 결합된 거대한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부 해안 투자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푸자이라에 대한 검토는 상황 악화에 대비한 조치”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히거나 통항 위험이 커질 때 제벨알리 기능을 일부 보완할 수 있는 우회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DP월드는 구체적인 동부 해안 프로젝트의 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업체는 이번 혼란을 통과하기 위한 다변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DP월드는 이미 제벨알리로 향하던 일부 화물을 푸자이라와 코르파칸항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들 항만은 위기 속에 물동량이 몰리면서 심한 혼잡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항만과 터미널 계획은 임시 우회 조치를 장기 인프라로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전쟁이 바꾼 걸프 물류 지도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경제의 핵심 해상 통로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은 하루 약 135척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한 뒤 해협이 잠시 재개방됐을 때도 하루 통항량은 40척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최근에는 양측의 보복 공격과 이란의 선박 공격이 이어지면서 통항량이 다시 크게 줄었다.

이는 걸프 국가들이 수십 년간 전제해온 물류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해협이 막히거나 위험해지면 에너지 수출뿐 아니라 컨테이너 물류와 항공·해운 공급망도 영향을 받는다.

UAE는 다른 걸프 국가보다 우회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동부 해안에 푸자이라와 코르파칸 같은 항만을 갖고 있고 원유 수송도 일부 우회할 수 있다. 이번 DP월드 계획은 이런 지리적 장점을 본격적으로 물류 전략에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 제벨알리 충격은 장기화 가능성


제벨알리항의 피해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운 컨설팅업체 베스푸치마리타임의 라스 옌센 최고경영자는 “제벨알리에 대한 영향이 상당하고 영구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과 해운사들이 한 번 우회로를 구축하면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일부 물동량을 계속 동부 해안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란 전쟁 영향으로 DP월드의 전체 이익이 2025년 66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서 올해 약 59억달러(약 8조8000억원)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항만 운영사가 단순히 통항 재개만 기다릴 수 없는 배경이다. 제벨알리는 여전히 두바이 물류의 중심이지만 호르무즈 리스크가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으면 보완 항만 확보가 기업가치와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호르무즈 의존 낮추는 UAE 경제안보


이번 항만 계획은 UAE의 경제안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UAE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전쟁 초기에는 미사일 요격 뒤 떨어진 잔해 때문에 제벨알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현지 당국이 설명한 바 있다.

해상 통로만이 아니라 항만 자체도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다. 푸자이라와 코르파칸 같은 동부 해안 거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뿐 아니라 두바이 핵심 인프라에 대한 집중 위험을 분산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걸프 국가들은 에너지 수출 우회로와 철도·도로 물류망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방면 송유관 확장을 검토하고 있고 UAE는 푸자이라 원유 수송 능력을 키우고 있다. DP월드의 푸자이라 항만 계획은 이 흐름이 컨테이너 물류로 확장된 사례라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