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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차 판매 의무 80%→50%까지 낮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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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차 판매 의무 80%→50%까지 낮추나

버넘 정부, 2030년 목표 유지·70%·60%·50%안 놓고 공식 의견수렴
올해 전기차 판매 29% 늘었지만 완성차업계 부담 호소…환경단체 강력 반발
앤디 버넘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디 버넘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영국 정부가 2030년 기준 신차 가운데 무공해차 판매 비율을 현행 80%에서 최저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폭염과 대형 산불을 기후변화와 직접 연결한 바로 그날 전기차 규제 완화 절차에 들어가면서 환경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무공해차(ZEV) 의무판매제의 2030년 승용차 목표를 재검토하기 위한 공식 의견수렴에 전날 착수했다. 현재 80%인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70%·60%·50% 가운데 하나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 대상이다.

◇ 2030년 80% 목표, 최저 50%까지 낮추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영국 자동차업체들은 올해 신차 판매의 33%를 순수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의무 비율은 단계적으로 올라 2030년 80%에 도달한다.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차업체들은 벌금을 부담해야 한다.

버넘 정부는 이 2030년 목표를 80%로 유지하는 방안과 함께 70%·60%·50%로 각각 낮추는 방안을 공식 검토한다.

기존 제도에서 자동차업체가 목표 달성을 뒤로 미루거나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를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유연성 조항을 2034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의견수렴 대상이다. 밴의 판매목표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의견수렴은 10월 23일까지 진행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2035년 휘발유·디젤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최종 방향은 유지된다.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교통부 장관은 “목표를 현실적이고 영국 자동차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계속 점검해야 한다”면서 “최종 목적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기차 판매 29% 늘었는데 자동차업계는 ‘부담’


영국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들어 29% 증가했다.

그럼에도 자동차업계는 ZEV 의무판매제가 업체들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를 할인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제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 영국 내 일자리 감소나 공장 폐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영국 정부도 이번 재검토의 배경으로 산업 현실을 들었다. 정부는 전기차 전환 목표가 친기업적이어야 하며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자동차제조무역협회(SMMT)도 규제가 만들어진 당시와 현재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이번 재검토가 전환 속도를 조정할 기회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동차업계는 무공해차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소비자 수요와 생산비용을 감안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환경단체 “50%로 내리면 전기차 580만대 감소 가능”


환경단체와 전기차 충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정부 산하 기후변화위원회는 향후 10년 동안 영국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전기차 전환이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전업체들도 정부의 기존 목표를 전제로 영국 전역에 충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수십억파운드의 투자를 계획해왔다.

에너지·기후정보연구소(ECIU)는 2030년 목표가 50%까지 낮아지는 가장 강한 완화안이 채택될 경우 전기차 판매가 최대 580만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규제 완화가 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매년 수백만t 늘릴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분석도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전기차 전환이 탄소배출 감소뿐 아니라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운전자들의 노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목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 산불 앞에서 기후변화 인정한 날 규제 완화


논란이 커진 것은 발표 시점 때문이다.

영국은 올여름 다섯 차례의 폭염을 겪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 상당 지역에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미들랜즈에서는 이번 주 산불로 주택 19채가 파괴되고 약 200㏊가 불에 탔으며 수십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날에는 영국의 올해 최고기온이 기록됐다.

버넘 총리는 14일 산불 피해지역인 스투어브리지를 방문해 가뭄과 극심한 더위, 농작물 피해와 잇따른 산불이 서로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며 기후변화가 현재 영국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총리 취임 이후 대형 산불과 기후변화를 공개적으로 직접 연결한 것은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부가 핵심 탄소감축 정책 가운데 하나인 전기차 의무판매 목표 완화를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가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 북해 석유·가스 시추에도 ‘실용적 접근’


버넘 정부의 북해 석유·가스 정책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버넘 총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북해 석유·가스 개발에 대해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옹호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로즈뱅크 유전과 잭도 가스전의 신규 개발을 허용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로즈뱅크 개발 관련 의견수렴은 17일 종료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영국이 올여름 반복된 폭염과 가뭄·산불을 겪은 상황에서 신규 북해 시추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번 전기차 목표 재검토는 단순한 자동차산업 규제 조정 문제를 넘어 버넘 정부가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정책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를 가늠하는 초기 시험대로 떠올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