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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물러난 버핏, 버크셔 투자 향배에 영향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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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물러난 버핏, 버크셔 투자 향배에 영향력 여전

버핏이 찍은 알파벳, 버크셔 3대 보유주로 급부상
2분기 보유주식 83% 늘려 1억600만주·약 54조원
애플·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이어 3위…투자 아이디어는 버핏이 주도
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워런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CEO. 사진=로이터

워런 버핏이 직접 투자 아이디어를 낸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세 번째로 큰 상장주식 투자로 올라섰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그레그 아벨에게 넘긴 뒤에도 버핏이 버크셔의 핵심 자본 배분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버크셔가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유주식 공시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알파벳 주식 약 1억600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5780만주에서 3개월 만에 83% 늘어난 규모다. 보유가치는 약 378억달러(약 53조6000억원)에 달했다.

◇ 알파벳, 코카콜라 밀어내고 3위


이번 지분 확대로 알파벳은 버크셔의 미국 상장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세 번째로 큰 투자 종목이 됐다.

6월 말 기준 1위는 660억달러(약 93조6000억원) 규모의 애플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513억달러(약 72조8000억원)로 뒤를 이었으며 알파벳이 3위에 자리했다. 코카콜라는 4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5위로 내려갔다.

버크셔의 전체 미국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는 3238억달러(약 459조3000억원) 규모다. 알파벳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이른다.

버크셔의 알파벳 투자는 지난해 3분기에 시작됐다. 올해 1분기에 보유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2분기에도 공격적으로 추가 매수하면서 1년이 채 되지 않아 최상위 보유 종목으로 끌어올렸다.

◇ 100억달러 AI 투자까지 포함


2분기 알파벳 지분 확대에는 지난 6월 발표된 100억달러(약 14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포함됐다.

당시 알파벳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모두 800억달러 규모의 자기자본 조달 계획을 내놨다. 버크셔는 이 가운데 100억달러를 사모 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알파벳은 AI 서비스 수요가 자체 공급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자체 AI 칩을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버크셔의 추가 투자는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알파벳의 장기 투자전략에 대한 대규모 베팅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버핏은 오랫동안 기술기업 투자를 꺼려왔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구글의 사업모델을 일찍 알아보고도 투자하지 않은 것을 실수로 평가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알파벳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넣기 시작했다.

◇ 아벨 아닌 버핏이 투자 아이디어 냈다


알파벳 투자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누가 결정을 주도했는지라는 지적이다.

버핏은 지난해 말 버크셔 CEO 자리에서 물러나 아벨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에 따라 올해 알파벳 지분 확대도 아벨 체제에서 나타난 기술주 투자 확대라는 해석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버핏은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알파벳 투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버핏은 아벨과 버크셔의 자본 배분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버핏은 현재 버크셔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아벨은 버크셔 주식 포트폴리오의 94%를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6%는 투자매니저 테드 웨슐러가 담당한다. 다만 14일 공시에는 개별 종목의 매수·매도를 누가 결정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알파벳의 경우 버핏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직접 밝힌 만큼 CEO 승계 이후에도 대형 투자 결정에서 버핏의 역할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 14분기 순매도 끝…235억달러 주식 매수


버크셔는 알파벳뿐 아니라 2분기 전체 주식 투자도 크게 늘렸다.

2분기에 주식 235억달러(약 33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37억달러(약 5조20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매입액이 매도액보다 많아지면서 14분기 연속 이어졌던 주식 순매도 행진도 끝났다.

버크셔는 같은 기간 자사주도 45억달러(약 6조4000억원)어치 매입했다.

이에 따라 현금 보유액은 3월 말 3802억달러(약 539조3000억원)에서 6월 말 3647억달러(약 517조3000억원)로 감소했다. 버핏 시대 말기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였던 현금이 아벨 체제 들어 주식 투자, 자사주 매입 등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 델타항공·메이시스도 늘려


알파벳 이외의 포트폴리오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버크셔는 2분기 델타항공 보유주식을 44% 늘려 5730만주로 확대했다. 6월 말 기준 가치는 약 54억달러(약 7조7000억원)다.

백화점업체 메이시스 보유주식도 두 배 이상 늘려 약 730만주, 1억7300만달러(약 245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주택건설업체 레나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으며 D.R.호턴에도 소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반대로 주류업체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투자는 약 1년6개월 만에 모두 정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캐피털원, 크로거, 뉴코어 등의 지분도 줄였다.

이번 공시는 버크셔가 오랜 주식 순매도 국면에서 벗어나 다시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가운데 알파벳이 그 변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술주 투자에 오랫동안 신중했던 버핏이 알파벳 대규모 투자를 직접 제안했고 그 결과 알파벳이 버크셔의 세 번째로 큰 상장주식 투자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번 포트폴리오 공개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