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수출통제와 中 정부 규제가 겹치며 국산화 전환 가속
메이투안·바이두·딥시크, 국산 칩으로 대형 모델 훈련·추론 성공
삼성·SK하이닉스는 당장 영향 제한적…이동 비용은 여전한 과제
메이투안·바이두·딥시크, 국산 칩으로 대형 모델 훈련·추론 성공
삼성·SK하이닉스는 당장 영향 제한적…이동 비용은 여전한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메이투안이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 '롱캣(LongCat)-2.0'을 국산 반도체 5만 개로 구성된 클러스터에서 훈련·추론까지 마쳤다. 메이뱅크 투자은행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낸 보고서에서 이 모델이 1조 개 이상 매개변수를 가진 것으로 공개된 첫 국산 칩 훈련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나온 결과로, 글로벌 AI 인프라 및 메모리 경쟁 구도에도 파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美 반도체 봉쇄가 부른 전환점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심화되면서 중국 내 엔비디아 최신 AI 칩 조달에는 막대한 프리미엄과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공급 안정화로 H100 대여가가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암시장에서는 하드웨어 밀수와 비공식 임대 비용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실정이다.
공급 부족과 별도로 중국 정부도 자체 규제를 강화했다. 베이징 당국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에 외국산 반도체 사용을 금지했고, 공정률이 30%에 못 미치는 프로젝트는 이미 설치한 외국산 칩까지 철거하도록 명령했다.
하드웨어 공급망 압박과 정부 규제가 겹치면서, 중국 빅테크들은 국산 칩으로 대형 모델을 실제로 훈련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다.
5만 개 칩이 증명한 탈엔비디아
메이투안의 '롱캣-2.0'은 국산 반도체 5만 개 이상으로 구성된 클러스터에서 엔비디아 칩 없이 훈련과 추론 전 과정을 마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매개변수가 1조 개를 넘는 초대형 모델을 국산 칩만으로 완주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바이두는 자체 쿤룬신 반도체 군집으로 '어니(ERNIE) 5.1' 모델을 훈련해 유효 훈련 비율을 97%까지 끌어올렸다. 딥시크 역시 플래그십 모델인 '딥시크-V4-프로'를 화웨이 어센드 910C 반도체 1000개 이상 클러스터에서 사후 학습(Post-training)까지 마쳤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자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기종 컴퓨팅 프레임워크인 '헤테로플로우 v2(HeteroFlow v2)'는 9개 중국산 GPU 브랜드를 하나의 API로 묶어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자동화된 코드 이식 도구를 적용하면 기존 엔비디아 쿠다(CUDA) 기반 코드의 이식률이 최대 90%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뱅크는 이를 근거로 중국 AI 서버 시장의 국산 칩 점유율이 2026년 46%에서 56%까지 상승하고, 외국산 칩 점유율은 34%에서 21%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K하이닉스는 아직 안전지대
다만 하드웨어 자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 비용(Migration Cost)'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기존 엔비디아 기반 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을 국산 칩용으로 재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최소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분석기관 에포크(Epoch)는 중국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선두 주자와 기술 격차가 존재하며, 특히 대규모 사전 학습(Pre-training) 단계는 칩 간 초고속 상호연결(Interconnect) 성능 한계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단번에 낮추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국 메모리 업계에 미칠 영향도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다.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 점유율은 8% 수준에 머물러 있고, AI 연산의 필수 요소인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38%)와 SK하이닉스(29%)의 기술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산 칩 전환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 모델을 배포하는 실증 단계로 진입했다. 다만 소프트웨어 이전 비용과 HBM을 비롯한 선단 공정 반도체 수급 한계는 구조적 제약으로 남아 있다. 이 흐름이 글로벌 AI 밸류체인과 한국 메모리·파운드리 업계의 구도를 실질적으로 흔들 수 있을지는 향후 수주 데이터와 수율 개선 추이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