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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미국에, 통제권은 누구 손에?"… 고려아연 사태 '공급망 소유권 안보'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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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미국에, 통제권은 누구 손에?"… 고려아연 사태 '공급망 소유권 안보' 뇌관

포린폴리시저널(FPJ) 분석… "공급망 회복력의 본질은 생산 공장 위치 넘어 '지배구조(소유권)'"
네덜란드 넥스페리아·독일 엘모스 사태 경고… 中 윙텍 인수로 촉발된 유럽 車 반도체 대란 교훈
고려아연 美 74억 달러 '프로젝트 크루서블' 가동 시점… MBK·영풍 지배 시 대중 독립 공급망 위협 우려


미국 테네시 74억 달러 핵심 광물 정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 공장. 사진=고려아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테네시 74억 달러 핵심 광물 정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 공장. 사진=고려아연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주요국들이 특정 국가(중국)에 편중된 핵심 자원과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영토 내로 유치하는 '리쇼어링'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공장의 물리적 위치보다 기업의 궁극적 '소유 구조와 지배권(Ownership and Control)'이 경제 안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뇌관으로 떠올랐다는 국제 외교·안보 전문가의 심층 분석이 제기되었다.

특히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Korea Zinc)이 미국 테네시주에 74억 달러(약 10조 2,000억 원원) 규모의 초대형 핵심광물 제련·재활용 복합 단지(프로젝트 크루서블)를 구축하는 결정적 시기에 발생한 경영권 분쟁을 두고,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지배력 확보 시도가 한·미 양국의 대중(對中) 광물 독립 공급망 구상에 중대한 안보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다.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국제정치·외교 분석 매체 포린폴리시저널(Foreign Policy Journal)에 게재된 티모시 메이슨(Timothy Mason) 연구원의 특별 기고에 따르면, 과거 서방 정책이 핵심 물자의 생산 지역 감독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그 생산과 운영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누가 행사하는가'에 엄격한 경제안보 평가(Economic-security test)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넥스페리아의 교훈… "생산지가 유럽이어도 中 지배구조가 공급망 흔들어"


보고서는 소유권 문제가 초래한 의도치 않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대표적 사례로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와 독일 엘모스(Elmos) 반도체 사례를 제시했다.

넥스페리아는 수년 전 중국 윙텍(Wingtech)에 인수된 유럽 반도체 기업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정부가 핵심 기술 유출과 자금 유출 우려로 기업 운영에 개입하자, 중국 정부는 넥스페리아 완제품 칩의 수출 제한 조치로 맞대응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 보쉬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라인이 연쇄 마비되는 심각한 자동차용 칩 대란이 발생했다. 첨단 고성능 칩이 아닌 레거시(성숙 공정) 칩이었음에도 생산 규모와 범용성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했던 탓이다.

반면 독일 정부는 엘모스 반도체의 웨이퍼 팹을 스웨덴 자회사를 앞세운 중국 사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ai MicroElectronics)에 매각하려던 사모펀드 거래를 국가 안보 및 기술 주권 수호를 이유로 사전 차단하며 넥스페리아와 같은 물리적 공급 차단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했다.

美 테네시 '프로젝트 크루서블' 74억 달러 핵심 자산… 한·미 안보의 중심


티모시 메이슨은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 바로 이러한 공급망 소유권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총 74억 달러를 투입해 아연, 연, 동뿐만 아니라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텔루륨, 인듐 등 미국 정부가 지정한 11종의 핵심광물을 포함한 총 13종의 비철금속 및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을 생산·재활용하는 대규모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맞서 자국 내 공급망 자립을 위해 신속 승인(FAST-41) 대상이자 국방·통상 전략 인프라로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합작의 핵심 자산이다.

"MBK의 中 펀드 네트워크와 영풍 연대… 美 공급망 독립 흔들릴 우려"


보고서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지배권 확보에 나선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소유 생태계와 중국 연계성 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MBK 파트너스는 중국을 한국, 일본과 함께 3대 핵심 투자 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MBK의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약 5%의 출자(LP) 지분을 보유하는 등 중국 내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공고히 형성되어 있다. 아울러 영풍과 MBK 측 경영진이 과거 해당 해외 투자를 두고 '국가 안보 자산의 미국 통제 이전'이라는 명분으로 반대 기류를 내비쳤던 전력도 지적되었다.

메이슨 연구원은 "만약 MBK 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장악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핵심광물 전략이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소유 구조조차 국가 간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로 변질될 수 있다"며 "기초자산이 한·미 공급망 안보의 핵심에 위치한 만큼, 공장의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배후에 있는 지배구조의 안보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국내외 공방은, 향후 ‘미국 국방부 및 백악관이 주도하는 동맹국 핵심광물 인프라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등 안보 심사 기준’과 더불어 ‘사모펀드(PEF)의 지배구조 변경이 국가 전략 기술 및 글로벌 밸류체인에 미치는 지정학적 파급력’을 가늠할 결정적 시금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