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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리면 공급과잉…OPEC+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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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리면 공급과잉…OPEC+ 딜레마

전쟁 탓 증산 쿼터는 ‘종이 위 배럴’…실제 공급 효과 제한
수송 정상화 땐 억눌렸던 물량 한꺼번에 풀릴 가능성
회원국 생산능력 재평가…2027년 쿼터 협상 새 뇌관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송이 막히면서 생산량을 늘려도 실제 시장에는 물량이 나오지 않는 역설에 빠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이후에는 정반대로 공급과잉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OPEC+가 10월 생산목표를 동결한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현재는 이란 전쟁으로 생산쿼터 조정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제한돼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면 억눌렸던 공급이 되살아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 7개국은 10월 생산목표를 9월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올해 이어진 명목상의 생산쿼터 확대를 일단 멈추는 결정이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 OPEC+가 정한 생산쿼터는 국제 원유시장의 실제 공급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크게 제한되면서 생산할 수 있는 물량과 실제 세계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물량 사이에 큰 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산유국은 대체 송유관을 활용하거나 해상에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으로 수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 차질을 완전히 보완하지는 못하고 있다.

OPEC+는 이런 상황에서도 2023년 도입했던 하루 165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생산쿼터를 계속 높였다. 전쟁이 끝나 수송 여건이 개선됐을 때 회원국들이 생산을 늘릴 여지를 미리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될 경우다. 현재는 전쟁과 수송 차질 때문에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산유량이 빠르게 복귀하면서 원유시장이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급격히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현재 OPEC+가 실물시장이 아니라 사실상 종이 위에서 배럴을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쿼터를 바꿔도 실제 원유가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제시장 공급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는 호르무즈가 완전히 다시 열릴 때 OPEC+의 진짜 시험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처럼 제한된 수출 물량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갑자기 불어날 수 있는 공급과잉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OPEC+에는 아직 시장에 되돌리지 않은 별도의 감산 물량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추가 공급 여력으로 계산하기도 어렵다. 일부 회원국은 감산이 시작된 이후 실제 생산능력이 떨어져 명목상의 쿼터만큼 원유를 생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PEC+의 정책 초점도 매달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에서 각 회원국이 실제로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다시 측정하는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OPEC+는 이달 말까지 회원국들의 생산능력 평가를 마친 뒤 이를 2027년 생산한도 산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전체 산유국 장관들은 오는 11월 말 이 문제를 논의한다.

생산능력이 늘어난 회원국은 더 많은 쿼터를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생산시설 노후화 등으로 능력이 떨어진 회원국은 기존 몫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있어 협상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도 예상된다.

레온은 월별 생산량 조정보다 2027년 생산기준을 정하는 문제가 훨씬 중요해졌다며 이 과정이 정치적으로도 한층 민감한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OPEC+ 7개국은 오는 10월 4일 다시 만나 11월 생산정책을 논의한다.

결국 OPEC+가 당면한 문제는 단순한 증산 또는 감산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동안에는 생산쿼터의 시장 영향력이 크게 약화하지만 수송이 정상화되는 순간에는 지금까지 억눌린 공급과 아직 복원하지 않은 감산 물량이 동시에 시장의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전쟁 이후 원유시장에서 OPEC+가 맞닥뜨릴 최대 변수도 이 공급 전환의 속도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