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10년물 국채금리 5% 돌파…AI·경제 전반 압박

글로벌이코노믹

美 10년물 국채금리 5% 돌파…AI·경제 전반 압박

2023년 이후 처음 장중 5.01%…모기지 금리 6.8% 육박
고유가·재정적자·AI 회사채 겹쳐…연준 인상 앞두고 긴장 고조
미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달러화 지폐. 사진=로이터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막대한 정부부채,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위한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동시에 국채시장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10년물 금리 5%는 단순한 채권시장 숫자를 넘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주식의 밸류에이션, AI 인프라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경계선으로 평가된다.

14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뉴욕 오전 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0.04%포인트 올라 장중 5.01%까지 상승했다 4.98%로 내려왔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2023년 이후 첫 5%…2007년 수준 다시 접근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23년의 일시적인 돌파 이후 처음이다. 2023년을 제외하면 10년물 금리가 5% 이상에서 거래된 마지막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세계 수조달러 규모 금융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금리다.

크레셋웰스어드바이저스의 잭 애블린 수석 투자전략가는 “10년물이 이 수준에 오르면 어딘가에서 경고 신호가 울린다”며 “주목해야 할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부담은 이미 가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거의 6.8%까지 올랐다.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자동차·기업대출과 회사채 등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비용이 높아져 투자와 고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 109달러 육박…인플레이션 우려 다시 자극

최근 채권시장 매도세를 촉발한 직접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는 국제유가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14일 장중 5%까지 뛰어 배럴당 109.80달러(약 14만8000원)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핵심 원유 수송로인 동서 송유관을 폐쇄하면서 공급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이후 브렌트유는 상승폭을 줄여 배럴당 105.68달러(약 1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률은 1%였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 상승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장중 0.09%포인트 오른 5.44%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가 5.37%로 내려왔다.

ING의 크리스 터너 글로벌시장 책임자는 “자본비용 상승이 기업 실적 전망과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주식시장 전반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5% 금리, AI 투자 붐도 압박

국채금리 5%는 AI 투자 붐에도 중요한 변수란 분석이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기술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채권시장의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FT는 올해 국채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과 정부부채 확대뿐 아니라 AI 투자를 위한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도 지목했다.

금리가 오르면 AI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비용도 커진다.

특히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대신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국채를 선택할 유인이 커지면서 성장주와 기술주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 낮아질 수 있다.

씨티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전략가는 10년물 5%를 주식시장에 중요한 ‘경계선’으로 평가하면서 시장에 일부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14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장중 최대 1.7% 떨어졌다가 0.8%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기술주 약세에는 주요 AI 기업들이 첨단 AI 모델 개발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 영향도 함께 작용했다.

◇미 정부부채 40조달러도 시험대

국채금리 상승은 약 40조달러(약 5경3792조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부채가 많을수록 새 국채를 발행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차환할 때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장기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 바이백을 확대했지만 시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제이 라자디약샤 바클레이스 글로벌 리서치 회장은 “최근 미 재무부가 확대한 바이백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현재의 문제는 시장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부채를 발행해왔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취리히보험의 가이 밀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 재무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인상 앞두고 채권시장 긴장

채권금리 5% 돌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을 이틀 앞두고 벌어졌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을 91%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면 3년 만의 첫 인상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에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적 충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장기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웰링턴매니지먼트의 브리즈 쿠라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금리를 통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이크 벨 시장전략 책임자도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채권 매도세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아직 국채금리의 정점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미 10년물 금리의 5% 돌파는 이제 금융시장이 연준의 기준금리뿐 아니라 유가와 미국의 재정, AI 투자자금까지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FT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 기준금리가 수십 년 동안 보기 어려웠던 수준으로 다시 접근하면서 기업과 가계, 주식시장 전반이 높아진 자본비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