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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중동서 첫 잭팟, 해외수주 본격 스타트···“이란·AIIB外 아프리카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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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중동서 첫 잭팟, 해외수주 본격 스타트···“이란·AIIB外 아프리카도 노린다”

현대건설 '쿠웨이트 뉴오일피어' 준공사진
현대건설 '쿠웨이트 뉴오일피어' 준공사진
[글로벌이코노믹 최인웅 기자] 지난 7일 저유가와 정세불안으로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중동시장에서 낭보가 터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쿠웨이트에서 30억 달러에 육박하는 LNG 수입터미널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올 들어 단일국가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공사이자, 지난달 포스코건설이 파나마에서 따낸 복합화력발전소(6억5000만 달러)의 4.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와 매스컴에선 지난달까지만 해도 중동지역 수주가 8700여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23억7000만 달러)에 비해 4% 수준에 그쳤다며 중동침체와 함께 전반적인 해외건설 위기에 대해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작년 중동시장을 대체하며 1위 발주시장으로 올라선 아시아지역 수주도 올해 작년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하면서 위기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번에 쿠웨이트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수주한 대규모 프로젝트 덕분에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 누적 해외수주액이 50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8% 수준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불과 열흘 동안 72% 수준(80억 달러)으로 회복된 모습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는 저유가와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로 시장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국내건설사들의 수주도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달부터는 칠레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시장에서도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가시화될 예정이고, 현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동과 아시아에서도 주목할 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체적으로 올해를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상반기로만 보면 작년 수준정도는 실적을 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현대건설 등이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3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도 원래는 4월 이후에 결정될 것이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3월로 당겨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계에선 저유가가 지속되는 한 중동침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근 경제제재 해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란 시장이나 올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향후 대안으로 지목하며 관심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올 들어선 아프리카도 신 시장 발굴차원에서 향후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아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으로 인구가 10억 명에 달하고, 풍부한 자원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최근 10년간 연 평균 5%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인구증가 및 도시화 진전 등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규모도 올해 기준 약 1200억 달러까지 추산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 올 들어 글로벌시장에서 수주에 성공한 주요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향후 중동시장을 대체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란과 아시아 및 아프리카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쿠웨이트 신규 프로젝트로 분위기 급반전...이란·AIIB관련 인프라 외에 아프리카도 신흥시장으로 급부상


이번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터미널공사’는 수주액만 총 29억3000만 달러로 올 들어 지난주까지 중동 수주액(30억1000만 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작년 대우건설이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 패키지(20억 달러규모)’보다도 10억 달러가량 많은 수준이며, 지난해 전체 중동 수주액(165억 달러)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장기화된 저유가로 인해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대형공사 발주가 취소‧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번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수주는 향후 중동 신규 수주의 물꼬가 터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란 경제재재 해제에 따른 인프라‧플랜트 등의 신규공사 수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의 주요 발주국가 중 하나인 쿠웨이트 대형공사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이란 내 한국 건설업체들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수 있게 됐다.

업계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유가가 어느 정도 회복이 돼야 예년 수준의 신규발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선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기존에 홀딩되거나 연기된 프로젝트 중심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노려야 할 것”이라며 “이번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수주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기는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향후 이란 등 다른 중동국가들의 진출에도 영향을 끼칠만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인도에 재진출하게 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바로 4억8000만 달러규모의 인도 갠지스강을 가로지는 교량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 그동안 거가대교 등 세계적인 수준의 교량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업계에선 올해 중국주도의 AIIB가 공식 출범하면서 향후 아시아 인프라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쾌거로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인도 교량공사를 통해 아시아 인프라시장, 그중에서도 토목분야에서 선두적 입지를 굳혀 향후 다른 국가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란 자한파스그룹과 HOA를 체결한 대우건설(사진 오른쪽 4번째가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이란 자한파스그룹과 HOA를 체결한 대우건설(사진 오른쪽 4번째가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대우건설은 올 초부터 아프리카와 이란 등 신규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동아프리카의 중심인 에티오피아에서 1000억원에 육박하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한 데 이어 이란 테헤란에서는 이란의 민간종합건설 1위 기업인 자한파스 그룹과 업무협력 합의각서(HOA)를 체결했다.

대우건설이 에티오피아 건설시장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올해 국내 건설사의 아프리카 첫 수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아프리카 전체 수주액의 30%이상에 해당하는 공사를 수행하면서 아프리카 현지 인프라 수주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향후에도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아프리카 건설시장 동향이나 전망 등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 우리기업의 사업 참여전략 등을 짚어봤으며, 지난해 말 국토부도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 동아프리카 지역 해외건설 시장개척 활동에 나선바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우리기업들의 도로건설 진출이 가장 활발한 만큼, 일반 도로사업에 대해 수주를 지원하고, 한국형 정보기술(IT) 기반 교통관리시스템으로 진출범위를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은 이번 이란 자한파스그룹과의 HOA 체결을 토대로 향후 이란 및 해외에서 발주되는 토목, 플랜트 등 전 건설 분야에 걸쳐 상호 협력하며 공동 참여를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이란의 건설시장은 철도나 항만과 같은 인프라 공사의 경우 최소 51%의 현지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라 현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입찰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호인 국토부장관은 최근 해외건설 진흥확대회의서 “빗장이 풀린 이란 인프라 시장을 계기로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이란의 경우 오일과 가스와 같은 전통적인 진출 분야 이외에도 그동안 투자되지 못했던 철도, 수자원과 같은 다양한 인프라 시장을 초기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쌍용건설도 지난 1월말 305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공사를 현대건설과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수주, 아시아 인프라시장 확대에 본격 나섰다. 작년 말 두바이에서 3개 프로젝트를 총 16억 달러에 동시 수주한 이후 연이은 실적이다. 쌍용건설은 당분간 두바이와 싱가포르, 한국을 연결하는 3개 허브(HUB) 전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업계관계자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갖는 위상은 특별한 편”이라며 “1980년대부터 현지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수십 건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고, 특히 호텔과 리조트, 쇼핑몰, 병원 등 건축과 토목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선보이면서 싱가포르 정부 발주공사 참여 건설사중 최상위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도 다음달 AIIB 출범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토부와 산하기관 공동으로 AIIB 진출 확대방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 등을 활용해 AIIB 사업에 공동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녹록치 않다보니 중동이나 아시아 등 어느 지역이든 정부지원과 함께 파이낸싱이 받쳐줘야 수주도 수월할 것”이라며 “이란이나 AIIB관련 인프라시장도 유망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프리카도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관련 인프라발주가 늘 것으로 보여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노려보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인웅 기자 ciu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