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기준 19년 만에 최고 인플레이션 기록 -
- 달러 환율, 유가 상승, 정치 불안 등이 인플레이션 상승 부추겨-
8월 브라질 물가 상승률은 0.89%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8월 기준 19년 만에 가장 높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물가 상승에 대한 책임을 주지사들의 탓으로 돌렸다. 주지사들이 연료에 부과되는 유통세(ICMS) 인하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aulo Guedes 경제장관은 “7~8% 안팎의 인플레이션은 크게 문제 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투자은행 Reag Investimento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Simone Pasianotto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며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물가 상승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 때문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연료 가격의 상승은 국영 에너지업체 Petrobras가 국제 유가를 따르는 방향으로 가격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이며 유통세(ICMS)는 수년째 동일한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 가뭄과 한파, 팬데믹 기간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붕괴, 중국의 대두 및 옥수수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MB Associado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Sergio Vale는 12개월 누적 인플레이션이 곧 두 자릿수에 도달할 것이며 광역물가지수(IPCA)는 올해 연말 8.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3%는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5.25%를 훨씬 넘어선 수치이다.
월별 물가상승률(2020.8.~2021.8.)
자료: IBGE(지리통계원)
*주 전월대비
달러 환율 상승
연료 가격 상승 외에도 브라질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FAAP(Fundação Armando Alvares Penteado) 대학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물류 운송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한 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생산에 필요한 자재와 부품의 수입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달러 환율은 2020년 한해 동안 30% 상승했으며 올해 1~9월 사이 5.2%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화는 정부의 불안정한 경제 정책과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달러화 등 주요 통화 대비 가치가 대폭 하락했다.
달러 환율 변동(2020.9.14.~2021.9.14.)
자료: UOL Economia
전기 요금 및 식품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한 또 다른 요인으로 전기 요금 및 식품 가격 상승을 들 수 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60% 이상인 브라질의 경우, 최근 수개월째 가뭄 지속으로 올해 들어 전기 요금이 16% 올랐으며 향후에도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자동차, 식품 등 각종 공산품의 요금이 덩달아 오른다.
조사 연구 기관 FGV-Ibre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브라질 가정 생활비에서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경우 고소득층보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층의 경우 불필요한 품목의 구매를 줄여 전기요금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이미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상황이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받는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이 저소득층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6.5~7%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상승률 VS 전기요금 상승률
자료: IBGE(지리통계원)
지난 겨울 브라질에는 최근 수년간 볼 수 없었던 한파가 닥쳤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식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이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다. 미래 에셋의 애널리스트 Pedro Galdi에 따르면,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애써 강조하고 있으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Selic)를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있으나 일자리 창출이 감소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악몽
1980년대에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지속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브라질 경제를 뒤흔들었다. 일례로 1994년 6월의 인플레이션은 무려 47%를 기록했다. 물론 90년대와 비교할 때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80~9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당시 대통령이던 페르난도 엥히케의 ‘헤알 플랜(Plano Real)’ 정책이 발표되면서 극복됐다. 그러나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를 겪은 브라질 소비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달러화 환율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 중 하나는 정치 및 경제적 불안이다. 정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은 환율 예측을 어렵게 만들며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한편 브라질 기업들은 해외 보유 자금을 국내로 반입하기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환율 상승을 가중시키고 있다.
헤알 플랜 시대에 경제부 장관을 지냈던 Rubens Ricupero는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수출업자들은 해외에 있는 자금을 브라질로 반입하는 것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그들은 자본을 해외에 놓아두는 편이 오히려 났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Ricupero는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나 미국, 유럽 및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브라질보다 훨씬 낮다. 또한 이들 국가들에 비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훨씬 낮다. 파울로 게지스 경제장관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내년 선거를 대비해 각종 조치를 발표하여 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
G대학 강사 Adriana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개혁이 이뤄지면 경제가 저절로 성장할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으나 연금제도 개혁 이후 경제 부문에서 특별히 나아진 점은 없는 것 같다. 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혼란이 빠른 시일 내에 진정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시사점
최근 12개월 동안 브라질 시장에서 쌀 가격은 32.68% 옥수수 가루 28.15%, 육류 30.77%, 대두유는67.70%나 올랐다. 뿐만 아니라 LPG 가스(31.70%)와 휘발유(39.09%) 가격도 인상되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실질적인 월급 인상분을 받지 못했고 갈수록 높아가는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도 없다는 것이다.
달러 환율 상승과 수입 자재 및 부품 공급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가뭄으로 인한 전기료 상승, 식품 가격 폭등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자료: 정보 포털 UOL, 일간지 O Estado de Sao Paulo, 시사지 Exame,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