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군림했지만 스마트폰 시장 흐름 놓쳐 뒤안길로
[글로벌이코노믹=박효길 기자] 휴대폰 강자로 세계 1위를 군림하던 노키아(NOKIA)의 이름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 브랜드를 없애고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명으로 선회한다고 6일 밝혔다.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MS 스티븐 엘롭 부사장은 더 이상 노키아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MS가 54억 유로(한화 약 8조원) 규모의 노키아 인수를 마무리한 지 사흘만에 이뤄졌다. 노키아를 대신할 새 브랜드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거 2G, 3G시대에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노키아 브랜드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연속 세계 휴대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최고 전성기 때는 7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도 보였다.
제지회사로 출발, 1992년 휴대폰 출시, 1999년 세계 1위

1992년 요르마 올릴라가 CEO로 취임하면서 고무, 제지와 펄프, 타이어 등의 사업부를 정리하고, 휴대폰 단말기와 정보통신 사업에 집중했다. 그가 재직하는 동안 노키아는 세계적인 이동통신 기업이 됐다.
1992년 노키아의 첫 번째 GSM 휴대폰인 노키아 1011을 출시했다. GSM은 이동데이터를 서비스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으로, GSM 개발로 노키아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진입한다. 1994년 출시한 ‘노키아 2110’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99년에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 휴대폰 제조기업이 됐다.
2005년 노키아 N시리즈가 출시되고 2005년 10억 번째 노키아 휴대폰이 판매됐다. 2013년 9월 MS는 노키아의 휴대폰 서비스 사업 및 특허권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힘 못써이런 노키아가 해외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노키아는 1995년 당시 CDMA 기반 서비스만 제공하던 한국 시장에 진출해 몇몇 CDMA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노키아라는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판매량도 신통치 않았다. 결국 노키아는 CDMA 제품 출시를 포기하고 GSM 제품에만 전념하게 돼 한국에서 철수하게 됐다.
노카아는 2009년 국내 이동통신사인 KT를 통해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2009년 심비안 s60v3 기반 6210s 등을 출시하고 2011년 1분기에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인 노키아 N8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이통사와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아 일정이 파기됐다.
2011년 4분기 MS의 보급형 윈도폰7인 루미아 710을 KT를 통해 국내에 출시했다. 2011년까지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였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모바일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 삼성전자에 1위를 내주고 애플과 LG전자에 추격당하는 상황이다.

2013년 9월 2일, 결국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 부문을 MS가 54억 4000만 유로(한화 약 7조 8654억 원)에 인수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스티븐 엘롭 CEO가 마이크로소프트로 복귀하기로 하고, 리스토 실라스마 회장이 CEO로 취임하게 됐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쇠락을 걷다가 결국 이름까지 사라진 것은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업계의 평가다. 아이폰3G의 등장으로 삼성전자, 노키아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삼성전자는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 업계 1위에 올랐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에 뒤처져 뒤늦게 MS의 윈도폰으로 시장에 나섰지만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양분화된 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MS 휴대폰사업의 새 이름으로 휴대폰 사업은 계속 되겠지만 오랜 역사 동안 휴대폰 강자로서 노키아의 이름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업계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