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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처럼 특허 개방하고 공유해야 미래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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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처럼 특허 개방하고 공유해야 미래시장 선점

[미래전략가 박경식의 미래진단:응답하라 2020(8)] 특허가 미래기술 발전 발목 잡는 세상 온다(?)

창조적 파괴와 융합의 시대 모든 기업에 변화·혁신 필요

현재의 특허제도 문제 많아 공유시대에는 큰 역할 못해
2015년 국내 기술개발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중견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베링거잉겔하임 등에 연간 총 6건의 신약기술을 수출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사노피-아벤티스와 당뇨신약기술 단 한 건을 39억 유로(약 4조8000억원)에 기술수출을 했다.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8조원에 이른다. 한미약품의 연이은 낭보에 국내 제약업계가 들썩였다. 2014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제약사가 단 1곳(유한양행)뿐일 정도로 빈약한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한미약품이 새로 쓰고 있다. 한미약품의 2015년 연매출은 1조 5000억원 안팎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그간 매년 15조원 정도의 R&D비용을 활용하여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가 IBM에 이어 2위(10만건)다. 이처럼 기술개발과 특허 등록은 이제까지는 기업의 발전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세계 최초 특허권인 ‘스테인드글라스 제조’ 발명이 1449년 영국 헨리 6세에 의해 존 우티남에게 부여된 이후, 특허는 국가가 부여하는 합법적인 독점권으로 자리 잡았다. 발명자는 특허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고,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은 특허를 이용하여 시장에서 우월하게 경쟁했다.

최근까지도 애플과 삼성전자는 끝없는 특허전쟁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무형자산의 대표격인 특허전쟁이 지속되는 것은 스마트폰에는 7000개의 특허가 소요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5만8000개의 특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간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간 M&A사례도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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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애플은 파산한 기업 노텔(캐나다)을 45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노텔은 6000건의 통신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11년 8월 구글은 세계 최대의 통신기기 업체인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모토로라는 1만7000건의 통신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특허를 확보하여 기존 시장에서 생존과 지속가능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곤 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미래에는 더 이상 특허제도가 어떤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 것을 예고한다. 세상을 뒤바꿀 파괴적인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함에 따라 특허제도에도 큰 변화가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우선 이코노미스트가 제3의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3D프린터에 의해 앞으로 지속적인 지적재산권 분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즉 3D프린터에 의해 생산된 결과물의 지적재산권 침해문제는 미래의 큰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지적재산권 전문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향후 3D 프린팅 결과물의 지재권 침해 현황 및 가능성, 저작권·디자인권 등 관련 지재권문제 발생가능성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54.6%)는 3D 디지털 설계도면의 무단유통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식재산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의 76.4%는 3D 디자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는 법적·제도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변하여 전문가들도 3D프린터에 의한 다양한 지재권 침해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3D프린팅 시대의 성장과 지식재산권의 위협’ 자료에 따르면 3D 프린터는 1977년 미국에서 등록된 이후 1986년 사업화되었으며, 제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제3의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 주목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잘못된 사용에 따라 사회가 직면하게 되는 위기에 대한 인식도 제고 및 부품 및 다양한 소비재 관련 산업은 3D프린팅에 의한 ‘제작’과 ‘복제’ 사이에 이익과 손실 모두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3D프린팅에 의해 야기되는 지식재산권 손실 비용을 2018년까지 1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테슬라자동차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테슬라의 첫 SUV인 모델 X를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특허를 무료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자동차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테슬라의 첫 SUV인 모델 X를 선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특허를 무료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사진=뉴시스
코볼을 개발하고 최초로 인터넷기업을 창업한 비벡 와드화 듀크대학 교수는 미래 특허청의 소멸을 예측하고 특허가 더는 소용없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헌법에는 “과학이나 예술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과학자, 발명가,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저작물이나 발명품에 중요한 권리를 짧은 시간내에 확보해 주어야 한다”라는 특별한 문구가 들어 있다. 미국의 최초 헌법 제정자들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아 특허는 한 가지 기술이 수십년, 수백년에 걸려서 탄생하는 시기에는 투자비용과 시간을 보상할만한 권리를 허용하기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허가 오히려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와드화 교수는 지적한다. 오늘날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시대에 특허는 기술혁신의 최대의 적이 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을 추락시키는 가장 큰 폐해가 바로 특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특허와 신기술이 많이 나오는 국가는 미국인데, 특허가 제때 나오지 않아 다른 나라에서 같은 기술을 개발하여 미국의 연구기업들을 낭패에 빠뜨린 적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런 실패를 방지하는 방법은 특허청을 없애거나, 특허법을 개혁하는 것이라 한다. 신기술이 시장에 맞춰 빠르게 특허를 얻고 시장 발전속도에 맞게 산업화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법대의 로드 펠드먼 교수와 스탠포드 법대의 마크 렘리 교수가 공동연구한 논문 ‘특허와 라이선스 혁신 필요’에서 해결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특허 라이선스는 실제로 기술개발이나 기술이전, 기업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오늘과 같이 급격하게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시대에는 특허를 받을 시점이면 그 기술은 이미 쓸모없는 기술이 될 만큼 최근의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혁신의 결과나 신제품이 개발되어 나오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허 프로세스가 헌법에 명시한 ‘짧은 시간’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허 라이선스는 산업화나 상업화에 상관없이 신청하는 기업이나 대학에 허가되므로 사실상 그런 기술은 거의 쓸모없는 기술이 되었다. 컴퓨터, 전자 등 11개 산업분야, 188개 기술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특허 및 라이선스는 대부분 학술연구 논문처럼 발급되고 인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이나 사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두 교수는 통신 및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특히 이런 결과가 두드러지고, 소송 빈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이는 기술혁신이나 기술이전 단계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거나 특허전문가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 발목이 잡힌다는 뜻이다. 특허관리 전문기업들이 중간에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면서 실현할 수 없거나 사업화 할 수 없는 기술을 거래하면서 발명가들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매입하여 중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특허 받지 않고 상업화를 진행하는 추세다.

최근 이런 특허제도의 통념을 깬 기업들이 등장했다. 특허매입, M&A 등을 통해 특허를 적극적으로 확보하여 시장을 쟁패하려는 특허전쟁 시대에 독점권인 특허를 경쟁자들에게 개방한 ‘테슬라’가 그 예이다. 테슬라는 지난 2014년 6월 “좋은 의도로 테슬라 기술의 사용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특허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며 특허개방을 선언하였다. 테슬라는 왜 특허개방을 선택했을까?

테슬라는 6초 만에 100㎞ 가속, 1회 충전으로 430㎞를 주행하는 ‘모델 S’라는 전기자동차를 개발, 판매하며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타 기업의 특허사용을 배제하는 폐쇄적 특허독점, 특허소송 전략으로는 자동차 시장의 1% 정도에 불과한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기반을 넓힐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테슬라는 특허개방을 통해 ‘내연기관 가솔린’ 자동차 시대를 마감하고 ‘전기’ 자동차 시대를 열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개방형’ 특허전략을 선택한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 아니다. 특허권을 독점하지 않고 개방하여 미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수익을 확대하고자 하는 ‘오픈 플랫폼’ 전략은 후발업체가 시장장악을 위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애플과 IBM의 PC 전쟁에서 IBM이 H/W와 S/W 기술을 ‘기술 매뉴얼’ 형식으로 공개했고, 애플과 구글, 삼성의 스마트폰 특허전쟁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공개했다. IBM과 구글은 ‘특허개방’을 통해 PC 개발업체, 휴대폰 제조업체, 이동통신사 등 우군을 확보해 애플이 앞서 있던 시장에서 경쟁주도권을 확보했다. 테슬라의 개방형 특허전략 역시 GM, 벤츠, 현대 등 거대 자동차 업체와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정유업체에 맞서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과 테슬라의 비약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한 특허전략이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빅5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미국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관련 혁신적 특허를 개방하여 시장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2013년 2만3000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테슬라의 시장가치는 2014년 31조원(주가 235달러)으로 200배 넘게 판매한 현대자동차(473만대)의 시장가치 38조원(주가 163달러)에 거의 육박했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산업간 창조적 파괴와 융합의 시대가 도래했다. 또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인 공유경제의 출현은 모든 산업과 기업에 변화와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테슬라와 같은 시장창조적 기업(Market Creator)이 되려면 소유보다는 공유전략을, 독점보다는 개방전략을 통하여 보다 빨리 미래 시장을 열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펠드먼과 렘리 교수의 연구결과는 특허청의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특허의 신속한 결정과 손쉬운 특허발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특허제도는 기술이 기하급수로 발전하고 세계가 하나로 모든 지식이 순식간에 공유되는 공유경제 시대로 가는 미래에는 어떤 큰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고, 인류를 위한 보다 큰 기술은 개방과 공유로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