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큰형님 엔씨소프트(NC)의 주가는 17일 장중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5년 20만원 이상의 주가를 기록한 이후 9년 만의 일이며, 2021년 초 100만원 이상의 주가를 기록하며 '황제주'에 등극한 후 3년 만에 주가가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로 그 범위를 넓히면 크래프톤, 넷마블, NHN,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이 신저가에 이르렀다. 주요 게임사 중 신저가를 기록하지 않은 게임주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게임사들의 이러한 신저가 행렬에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게임 시장 불황, 2022년도 들어 코로나19 수혜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것이 역기저 효과로 작용했다는 점, 주요 신작들이 흥행 불발되거나 출시 연기됐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한국 게임계의 최대 매출원은 모바일 게임이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게임 시장 규모는 총 53억2000만달러(약 7조1500억원)이었다. 2022년 59억1000만달러(약 7조9500억원) 대비 10%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월까지 신저가를 기록하지 않은 주요 게임사로는 넥슨과 위메이드 등이 있다. 넥슨은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사이며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388억엔(약 3조742억원), 지난해 대비 24% 성장세를 보이는 등 호황을 보였다. 위메이드도 4월 신작 '나이트 크로우'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흥행 성과가 있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흥행 여부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보다 세계적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문제"라며 "증권 시장 자체가 불황인데 게임주만 예외가 되지 않는 상황으로, 좋은 매출을 거둔 업체 중에도 신저가를 기록한 곳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평소라면 게임주의 반등점이 될 수 있던 중국 판호(온라인 게임 서비스 허가 출판심사번호)가 규제 이슈로 인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도 크다"며 "4분기 실적이 특별히 좋을 만한 업체도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22일 NC '블레이드 앤 소울 2', 위메이드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3개 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다.
그러나 같은 날 확률형 아이템 강경 규제안을 담은 '온라인게임 관리 조치'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당일 NC는 시가 대비 종가 기준 1.67%, 위메이드는 13.35%, 나스닥에 상장된 그라비티의 주가는 1.57%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주의 지속적인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시장 전반의 악화로 판단되며, 중국 규제안의 불확실성 또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오는 22일 중국 규제 최종안 발표, 게임사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져 리스크 우려가 해소된 뒤에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