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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권위주의 정부 비판 더 자주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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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 권위주의 정부 비판 더 자주 거부

메타 감독위, 주요 언어모델 10개 조사
국가의 표현 규제 국경 넘어 확산 우려
챗GPT 아이콘. 사진=AP/연합기사이미지 확대보기
챗GPT 아이콘. 사진=AP/연합기사

주요 인공지능(AI) 챗봇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의 지도자나 정부를 비판해 달라는 요청을 상대적으로 더 자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학습자료와 자체 안전기준을 통해 특정 국가의 표현 규제를 다른 나라 이용자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메타플랫폼스 감독위원회가 주요 상업용 대규모언어모델 10개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경향을 확인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메타 감독위는 메타의 콘텐츠 정책과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다루는 준독립 기구다. 이번 조사는 이 기구가 대규모언어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연구다.

◇ 트럼프 비판은 작성하고 중국 지도자 비판은 거부


이 조사에서는 앤스로픽의 AI 챗봇 클로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클로드는 두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태국 국왕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중국 지도자를 비판하는 같은 형식의 요청은 거부했다.

메타 감독위는 이를 포함해 정치적 비판과 관련된 7개 질문을 만들었다. 메타, 앤스로픽,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들이 개발한 상업용 대규모언어모델 10개에 비판 전단과 짧은 풍자시를 작성하고 시위 참여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했다.

조사는 정치적 비판을 폭넓게 허용하는 국가와 법률로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국가를 나눠 진행됐다.
호주에 있는 이용자가 질문한 상황에서도 AI 모델들은 칠레와 일본, 대만, 영국,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작성했다.

반면 캄보디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튀르키예처럼 정부 비판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요청을 더 자주 거부했다.

◇ 권위주의 국가의 규제가 국경 밖으로 확산


메타 감독위는 이런 결과가 특정 국가의 표현 규제를 해당 국가 밖으로 확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에 있는 이용자가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 일에 항의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려고 해도 AI 모델이 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챗봇과 AI 에이전트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은 세계 각국의 정부기관과 기업, 개인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특정 국가의 규제를 반영한 모델이 여러 제품과 서비스에 사용되면 해당 정부가 직접 관할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정치적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독위는 AI 개발기업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완화 조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의도와 관계없이 부당한 표현 규제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AI 기반시설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학습자료 편향·기업의 위험 회피 가능성


감독위는 AI 모델이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비판을 더 자주 거부한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AI가 학습한 자료에 잠재된 편향이 반영됐거나 개발기업이 법적 책임과 사업 위험을 고려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터넷의 정보는 국가와 언론, 기업 등 여러 기관이 생산하거나 통제한다. 정부가 비판적인 정보를 억제하고 자국에 유리한 내용을 대량으로 유통하면 이런 정보 환경이 AI의 학습자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모델이 특정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생산된 정부의 주장을 서로 독립적인 다수의 견해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 같은 질문도 영어·중국어 답변 달라


미국 대학 연구진이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메타 감독위의 조사가 영어로 질문한 결과를 비교했다면 대학 연구진은 여러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져 답변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챗GPT에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영어로 묻자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나왔다.

같은 질문을 중국어로 하자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외국 정부가 AI 챗봇의 답변에 의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정부가 AI의 답변을 바꾸기 위해 정보 환경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한 해나 웨이트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는 AI가 중립적인 인터넷에서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도와 권력의 영향을 받은 정보 환경에서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 다국어 점검과 학습자료 검토 필요


AI 모델에 포함된 정치적 편향을 제거할 간단한 방법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카를로스 카라스코파레 에사데경영대학원 교수는 “AI가 개별 자료에 담긴 편향뿐 아니라 누가 정보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억제할 힘을 가졌는지에 따른 불평등도 물려받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발기업이 같은 국가 주장의 복사본을 서로 다른 수천개의 목소리로 판단하지 않도록 학습자료를 점검할 수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동일한 정치적 질문을 던져 답변 차이를 살펴보는 다국어 점검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