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3남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며 정 부회장은 이 창업자의 3남5녀 가운데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목 받으며 출시한 갤럭시노트7의 폭발사고로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등기이사직 제안을 수락했다.
오는 10월 2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이 부회장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 9일 야심차게 선보인 새로운 개념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의 성공적 데뷔로 각광 받고 있는 정 부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과 특별한 소통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스타필드하남을 방문한 고객들은 고객센터가 아닌 정 부회장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편사항 등 민원을 제기했다. 그만큼 소통하기 편하고 반영이 빠른 그룹 수장을 믿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 정용진, 스타필드하남으로 능력 재인증
신세계그룹 창업주 이명희 회장은 “삼성은 전자나 반도체 중심이기 때문에 삼성그룹과 함께 있는 동안은 신세계가 발전할 수 없다”며 오빠인 이건희 회장에게 분리를 요청했고 1997년 공식 출범 전인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유통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한 결과 단기간 내에 국내 유통 빅3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콘텐츠의 황제라 불릴 만큼 유통그룹 수장으로서의 감각과 도전정신을 갖추고 있는 정 부회장은 1995년 27세의 나이로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출발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11년 만인 2006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2009년 11월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 부회장은 2010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정 부회장은 소통 강화를 통한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자신의 SNS에 신세계가 제조·유통하는 상품소개는 물론 시식 후기 등을 올리는 등 신세계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이라며 공식 개장 전부터 관련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스타필드하남은 개장 이틀 만에 33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큰 성공을 거뒀다.
◇ ‘이재용식 리더십’ 내세운 삼성…위기 극복 중
삼성의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된 것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 이후 8년 만이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라는 위기 상황에서 발표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 경영’의 올바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잘 노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의 삼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그룹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하던 이 부회장이 삼성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웠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발표되던 날에도 프린팅솔루션 사업 전 부문을 미국 HP에 매각했다.
그룹의 실질적 수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에 삼성전자 주가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이 부회장은 이제 전자와 금융, 바이오를 3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이 어떤 조직개편과 인사쇄신을 단행할지 주목된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