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공판에서 증인신문이 종료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종합의견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항상 등장하는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과거 독대시 나눈 대화의 내용이다.
특검은 독대시 오간 대화를 입증할 증거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과 진술, ‘대통령 말씀자료’를 제시한다.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두번째 독대 이후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삼성 엘리엇 대책’이라고 적었다.
특검은 2차 독대 전 준비된 ‘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의 경영권 승계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이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독대 자리에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제외한 배석자가 없었고 녹취록 등이 남아 있지 않아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지 입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특히 ‘대통령 말씀자료’가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 주장은 지난 1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증언을 통해 증명됐다.
정 전 비서관은 “일반적인 말씀자료는 그대로 읽어도 문제가 없도록 구성돼 있다”며 “이 부회장과의 독대 전 작성된 말씀자료는 기존 것과는 달랐다. 단순한 참고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판의 향배는 양측이 독대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
특검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할 내용에 따라 재판의 추가 변화될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