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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프리IPO에 글로벌 3대 펀드가 뛰어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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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프리IPO에 글로벌 3대 펀드가 뛰어든 까닭

SK온, 4조원대 프리IPO에 KKR·칼라일·블랙스톤 참여 의사 밝혀
상장 일정 확약 및 풋옵션계약 없는데도 글로벌3대펀드 러브콜
뛰어난 사업성·부족한 투자처·높은 성장세 등이 참여 배경 지목
IPO 가능성에 SK온 "계획 없다"vs김준 부회장 "적절한 시점 진행"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배터리 제조사 SK온이 4조원대 규모의 프리 IPO에 나서자 KKR·칼라일·블랙스톤 등 글로벌 3대 펀드운용사가 모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K이노베이션이미지 확대보기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배터리 제조사 SK온이 4조원대 규모의 프리 IPO에 나서자 KKR·칼라일·블랙스톤 등 글로벌 3대 펀드운용사가 모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K이노베이션
상장 확약도 안하고 폿옵션계약 없는데도 참여한다고?

17일 SK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의 4조원대 프리IPO(투자 유치)에 국부펀드들과 글로벌 3대 사모펀드운용사들(KKR·칼라일·블랙스톤)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힌것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큰손으로 불리는 이들이 SK온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SK온은 '풋옵션 계약'과 '기업공개(IPO)'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사들 입장에서 원금과 이익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도 글로벌 3대 펀드들이 모두 SK온 프리IPO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3대 펀드들의 투자결정 배경에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터리 광풍에도 투자처가 없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3대 펀드들이 SK온 프리IPO에 참여한 가장 큰 배경으로 '투자기회'를 꼽고 있다. 전기차 열풍에 힘입어 2차전지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타이밍 좋게 SK온이 프리IPO에 나섰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배터리 시장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기업들이 모두 상위 10위권을 차지했다. 중국은 CATL(1위·32.6%), BYD(4위·8.8%), CALB(7위·2.7%), Guoxouan(8위·2.1%), AESC(9위·1.4%), SVOLT(10위·1.0%)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우리나라는 LG엔솔(2위·20.3%), SK온(5위·5.6%), 삼성SDI(6위·4.5%) 등이 순위에 랭크됐다. 일본은 파나소닉(3위·12.2%)만이 10위권에 순위를 지켰다.

관련업체들과 기업들의 투자담당자들은 글로벌 10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 중 대규모 투자유치에 나선 곳은 현재 SK온 정도가 유일하다.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싶어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SK온은 투자시 고려해야 하는 사업성도 매력적이다. 포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사업파트너를 확보하고 있으며, 하이니켈 기반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도 갖추고 있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계 5위권의 SK온이 프리IPO에 나서자 글로벌 3대 펀드들이 동시에 투자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21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SNE리서치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SNE리서치


짭짤한 배당 통한 수익 일부 보전


금융권에서는 SK그룹의 높은 배당성향을 글로벌 3대 펀드들의 투자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배당성향이 높을 수록 배당금도 커지기 때문에 펀드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금의 일부를 배당을 통해 보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2020년부터 고배당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지주사인 SK㈜는 지난 2020년 연결기준 현금배당성향이 195.5%에 달했으며, SK텔레콤 47.5%, SK하이닉스 16.83%, SK루브리컨츠(비상장) 146.5%, SKC 90.1% 등 비교적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단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적자를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때문에 지난 7일 지난해 실적에 대한 배당을 자사주를 활용한 현물배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후 배당과 구주매출, 자본재조정을 통해 신한금융에 매각하기 전 투자자금을 전액 회수한 사례가 있다"면서 "글로벌 3대 펀드들도 SK그룹의 배당성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예상 수익 중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의 IPO 계획, '현재'는 없다(?)


재계와 금융권이 펀드운용사들의 투자참여 배경으로 지목하는 마지막 요소는 기업공개다. 기업가치를 높여 기업공개에 나서게 되면 그만큼 투자금과 수익을 확실하게 회복할 수 있어서다. 사모펀드운용사들이 투자참여 과정에서 기업공개 일정과 이에 따른 풋옵션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SK온의 IPO 계획과 관련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SK온의 IPO 계획과 관련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SK온은 그러나 기업공개 계획에 대해 "현재로선 없다"고 공언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엔솔의 사례처럼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SK온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IPO 계획이 없을 수 있지만, 향후에는 상황 변화가 있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임시주총에서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특정 시점의 IPO는 계획한 바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IPO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