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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촉발한 초미세 경쟁,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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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촉발한 초미세 경쟁, 승자는 누구?

TSMC 내년 3나노 양산, 인텔도 경쟁 참여
연말부터 반도체 수요 줄 듯, 최첨단 제품
주도권 잡지 못하면, 시장 퇴출 불보듯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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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트렌드포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양산 개시는 대만 TSMC와 미국 인텔(intel)은 물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본격화한 SK하이닉스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초미세회로 공정 연구‧개발(R&D) 의욕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 내 시장은 초미세회로 공정 경쟁에서 밀리는 기업은 사업에서 퇴출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당장 TSMC는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대만 타이난과학기술단지에 3나노 공정을 위한 공장 4개를 신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4개 공장의 규모는 400억달러(약 51조5280억원)다. 4개 공장 건설은 TSMC가 발표한 1200억 달러(약 154조5840억 원) 투자 계획의 일부로 알려졌다. TSMC는 삼성전자 보다 6개월 정도 늦은 내년께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도체 원조 공령인 인텔도 내년에 초미세회로 경쟁에 뛰어든다. 인텔은 7나노급 공정인 ‘인텔4’를 올해 하반기, 3나노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를 2023년 하반기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는 2024년 말에는 TSMC나 삼성전자보다 앞서 2나노 이하 공정인 18A(옹스트롬·1A는 0.1나노)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파운드리 부문의 한국‧대만‧미국의 3파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초미세회로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순위에 따르면, TSMC가 53,6%로 과반을 차지한 1위를 지킨 가운데, 삼성전자가 16.3%로 2위를 기록했다. 10위권 업체들 가운데 두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기업은 이들 뿐이다. 이어 대만 UMC(6.9%), 미국 글로벌파운드리(5.9%), 중국 SMIC(5.6%) 등이 5위권을 형성했다.

파운드리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고객의 요구 조건을 맞춰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철저히 고객지향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발주 기업들이 다수이고, 제품 종류도 천차만별인 이 사업은 어떤 요구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민함과 민첩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고객을 잡기 위해 광범위한 영업 인력을 갖춰야 한다. 반도체 칩의 모든 제품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세계 상위 10대 파운드릭 기업들 가운데 삼성전자와 TSMC처럼 초미세회로 공정에 목숨을 거는 대신, 한 세대 이전 공정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업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 시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설비의 가동률 향상으로 공급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언택트(비대면) 사회에 따른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 관련 기기 시장의 예상치 못한 급성장, 전기자동차로의 대전환에 따른 차량의 전동화 등 반도체 수요가 느닷없이 늘면서 파운드리 업체가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수요가 몰렸다. 이에 2000년대 초반 D램 산업 구조조정 직전까지 벌어졌던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설비 투자 행태가 불과 지난 2년여 동안 벌어졌다.

문제는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밀렸던 발주처의 주문도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은 반도체가 적용되는 완성품 판매를 위축시키고 있다.

반도체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올 연말부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투자한 반도체 공장(fab)이 가동을 시작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발주처로부터 늘 단가인하 합박을 받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은 편이지만, 지난 수년간 사업이 번창하면서 높은 이익을 올렸다. 공급 과잉이 벌어지면 당연히 이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범용 반도체 주문을 소화했던 파운드리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초미세회로 공정에 매달리는 이유다. 최첨단 반도체칩 수요는 불황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잡은 기업은 반도체를 넘어 모든 수요산업을 컨르롤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