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자제품을 주로 베트남과 인도, 태국 등 해외에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
전자업계 전문가는 "전자산업은 기술 발전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 환율이 상승했다고 그대로 제품 단가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다만 인플레이션, 원자재 공급망 등 다른 복합적 요인을 함께 고려할 경우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완제품 업체와 달리 원재료‧부품 공급업체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므로 이들 업체가 환율 상승에 타격을 입어 원자재, 부품 공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생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발 인플레이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 기피 현상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전자업계의 재고 물량이 사상 최대치에 달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제품 판매가 안 되면 벌어들일 수 있는 달러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이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개별 기업의 유동성도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도 마찬가지다. 두 업체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최근 들어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에서 환율상승이 가격 하락 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 부담은 있으나 양사는 환 헷징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사는 올 2분기에 상당한 환차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1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4000억원을 기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는 환율에 많이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이고, 한국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소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반도체) 가격을 조정하진 않는다, 공개 시장에서 수요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내부 수익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의 영향은 중견 반도체 업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반도체를 수출하는 대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라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 업체들은 수출보다는 내수 판매 위주로 영업을 하면서 원재료와 장비 수입은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